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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쓰백]이 신선한 이유

2018.09.29GQ

이지원 감독의 데뷔작 <미쓰백>은 여자가 여자를 구하는 영화다. 뻔하지만 새로운 이야기가 도착했다.

아동 학대에 대한 영화다. 경험에서 출발한 얘기라고. 예전에 살던 아파트 옆집에서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 집 아이를 우연히 마주쳤는데, 이상하게 눈빛이 잔상에 남는 거다. 그때 데뷔작이 엎어지려던 때라 내 고통에 사로잡혀 손을 내밀지 못했다. 작품을 엎고 마음을 정리하고 보니, 그 집이 이사 가고 없더라. 내 고통에서 벗어나자 아이가 없단 사실에 죄책감이 몰려들었다. 그 아이를 생각하면서 초고를 썼다.

여자가 여자를 구한다. 성인이 아이를 구해낸다는 서사는 숱하게 반복되어온 것이지만, 여성이 주인공을 맡으니 새로워진다. ‘미쓰백’은 많은 부분 날 닮았다. 다혈질에 세고 욕 잘하고. 내가 보고 싶은 영화에 날 대입했기 때문에 주인공이 여자다. 여자 원톱 영화는 투자가 안 될 거란 우려도 많았지만, 다양한 여성상을 보여주고 여성 배우가 선택할 풀을 넓히고 싶었다. 언젠가 꼭 한국판 <오션스 에이트>를 만들 거다. 그런 장르물, 자신 있다.

‘미쓰백’과 한지민은 극과 극처럼 보인다. 이미지 캐스팅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밀정> 시사 뒤풀이 자리에서 실제로 처음 지민 씨를 봤는데, 매체에서 접한 한지민과 전혀 다른 사람이 거기 있었다. 검은 옷을 입고 눈빛이 강하고 걸음걸이도 터프했다. 눈이 딱 마주쳤는데 전기가 이는 느낌이었달까. 저 사람의 에너지가 궁금하단 생각이 들었다. 운명적이게도 지민 씨가 먼저 이 시나리오를 접하고 하고 싶단 뜻을 전달해와서, 바로 캐스팅했다. 프리프로덕션 기간 내내 사무실로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함께 캐릭터를 만들어나갔고, 촬영 현장에선 미쓰백 그 자체였다.

촬영에서 영화 <무뢰한>의 스산한 공기가 느껴진다 했더니, 강국현 촬영감독이었다. 섭외 1순위였다. <줄탁동시>의 느낌도 가져가고 싶었다. 인물에 밀착하는 카메라 말이다. 핸드헬드로 인물에 거칠게 접근했다. 가짜처럼 느껴지지 않았으면 했다.

엔딩 크레디트 탱스투에 배우 엄지원이 있던데. 여성 배우와 스킨십이 많은 감독인 것 같다. 여성 배우와 소통을 잘한다. 나이와 이름이 같은 엄지원과도 오랜 친구다. 데뷔를 응원해줬고, 현장에 커피차도 보내줬다. 편집본을 보고 어떻게 날 캐스팅할 생각은 안 했냐고 하더라. 하하. 언젠가 같이 작업하고 싶다.

<번지점프를 하다> 연출부부터 시작해 데뷔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스무 살 때 나이를 스물다섯이라고 속이고 시작했다. 인생에서 영화가 전부였지만 전공자도 아니고 이력도 없어 쉽지 않지 않았다. 데뷔작이 엎어진 후 ‘이 정도 힘들면 더 힘들 순 없다’는 마음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니 캐스팅과 투자가 일사천리더라. 이제 선보일 일만 남았다.

차기작은? 캐릭터 무비를 좋아한다. 내 작품에선 항상 센 인물이 서사를 끌고 간다. 차기작은 다혈질 남녀가 치고받는 이야기다. 여자가 그린 여자 이야기가 새로울 수 있듯 남자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여태까지 보지 못한 매력적인 남자 캐릭터를 세상에 내놓겠다.

    에디터
    이예지
    일러스트레이터
    손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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