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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화제] 최태원 체제 20년, 최고 전성기 맞은 SK 

M&A와 글로벌 경영으로 비상(飛上)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통해 신성장동력 확보, 수출주도형으로 체질 개선…선도적 투자행보 속 국가와 공동체에 도움 주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 중시

▎한국경제에 경고등이 들어온 상황에서 SK의 실적과 확장은 한층 돋보인다. SK그룹 수장인 최태원 회장의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M&A와 글로벌 경영전략이 빚어낸 성과다. / 사진제공·SK
최태원(58) 회장은 1998년 9월 SK그룹 수장으로 취임했다. IMF 사태로 한국경제가 폐허처럼 암울한 시절이었다. 당시 재계서열 30위권 대기업 중 절반이 사라질 만큼 격변의 시대였다. 이런 위기상황에 전면에 나선 최 회장은 “혁신적인 변화(Deep Change)를 할 것이냐, 천천히 사라질 것이냐(Slow Death)”를 SK 구성원들에게 물었다.

최 회장이 내다본 활로는 ‘글로벌’이었다. ‘SK는 내수중심기업’이라는 틀을 깼다. 위험을 짊어지고, 인수합병(M&A)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 최 회장 취임 당시 34조1000억원이었던 그룹 자산은 2017년 기준 192조 6000억원으로 불어났다. 매출은 34조4000억원에서 158조(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로 4배 이상 뛰었다. 참고로 SK그룹이 발표한 지난해 매출은 138조원이었다. 20조원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SK 관계자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17개 핵심 계열사와 그 자회사의 매출액을 합산해서 138조원이란 숫자가 나왔다. 공정위의 계산법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SK 관련 모든 회사의 매출액을 합친 듯하다”고 말했다. SK의 통계에 근거해 세부화하면, 에너지·화학이 62조원, ICT·반도체가 52조원, 물류·서비스 및 바이오에서 24조원의 매출이 창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닉스 인수로 SK는 새로운 캐시카우를 확보했다. 아울러 수출주도형 기업이란 이미지까지 얻었다. 대부분이 반대했지만 최태원 회장은 반도체의 잠재력을 확신했고, SK의 궤적을 바꿨다. / 사진제공·SK
이 기간 SK그룹의 당기순이익은 1000억원에서 17조3500억원으로 170배로 성장했다. 재계순위는 3위가 됐고, 시가총액(124조9730억원)으로는 2위에 올랐다. 수출도 급증했다. 98년 말 8조3000억원 수준이던 수출액이 2017년 75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2017년 전체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은 역대 최대인 54%에 달했다. 2017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이 578조원 규모였다. SK그룹이 13%의 수출 기여도를 담당한 셈이다.

SK의 ‘퀀텀점프’는 수성(守成)에 만족하지 않은 확장의 산물이다. 그동안 SK를 지탱한 에너지·화학 그리고 ICT의 양대 축에 머물지 않고, 새 성장 동력으로 반도체를 추가한 것이다. 결정적 모멘텀은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인수였다. SK의 미래를 담보한 모험이었다. 그룹 사업체질을 바꾸고, 수출지향형 기업으로 거듭 나려는 도전이었다.

하이닉스 인수, ‘Deep Change’의 결정판


▎SK가 인수한 미국 바이오·제약기업 암팩 전경. 세계 10대 제약회사에 들어가는 이 회사를 라인업에 넣기 위해 지난 7월 5100억원 투자를 단행했다. / 사진제공·SK
당시만 해도 위험천만해 보였다. 내부적으로도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당시 반도체 글로벌 시장은 가격 하락으로 투자가 급감하는 추세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SK도 대형투자를 감행하기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최 회장은 인수 1년여 전부터 반도체 기본원리와 역사, 세계 기술동향을 학습했다. 그런 뒤 그룹 내부의 반대론자들을 설득했다. 1978년 선경반도체를 설립했던 최종현 선대회장이 품었던 미완의 꿈에 다가섰다. 그리고 이 선택은 2012년 이후 SK를 먹여 살리는 ‘신(神)의 한 수’가 됐다.

하이닉스 편입 이후 ICT 계열사들의 성장세도 뚜렷하다. 하이닉스가 SK의 품에 들어온 첫해인 2012년 9조5000억원이었던 ICT계열사 수출이 2014년 16조2000억원, 2016년 17조원으로 성장했다. SK하이닉스 수출 증가의 시너지가 ICT계열사까지 파급되고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하이닉스 ‘대박’ 이후에도 SK의 확장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한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은 17년 9월 20일 일본 도시바 메모리사업부문 인수자로 선정됐다. 올해 6월 인수 절차가 완료됐다. 한·미·일 연합인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규모는 2조 엔(약 20조원). 그중에 SK하이닉스가 3950억엔을 담당했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성장성이 큰 낸드플래시 분야 사업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할 발판을 마련했다. 11월 4일 SK하이닉스는 “96단 512Gbit(기가비트) 4D 낸드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연내 양산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2017년 4월 72단 3D 낸드플래시 개발 이후 1년6개월 만에 성능이 25~30% 향상된 96단 기술까지 올라선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다. SK하이닉스는 12일 “2세대 10나노급(1y) 미세공정을 적용한 8Gb DDR4 D램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SK의 행보는 ‘기술력으로 반도체 위기론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선언이다.

SK는 지난해 8월엔 SK실트론을 출범시켰다. 1월, 6200억원을 투자해 LG실트론을 인수한 것이다. SK실트론은 국내 유일의 반도체칩 핵심 기초소재인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를 제작하는 업체다. 실리콘 웨이퍼는 반도체의 틀 역할을 하는 마스크, 칩과 회로를 연결하는 리드 프레임 등과 함께 반도체 소재의 3대 핵심원료로 꼽힌다.

이에 앞서 SK는 2015년 11월, OCI 머티리얼즈를 인수해 이듬해 SK머티리얼즈로 변모시켰다. 이 회사는 반도체 제조에 필수 재료로 알려진 삼불화질소(NF3)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이다. 삼불화질소는 반도체 전용 특수가스를 일컫는다. 반도체 제조 시, 이물질이 묻은 장비를 세척하는 데 이용된다. 이로써 SK는 반도체 소재 부문에서도 사업의 완결성을 갖추게 됐다.

SK의 성장사는 곧 M&A(인수합병)의 역사라 할 만하다. 석유화학, 이동통신에 이어 SK가 세 번째 도약을 하게 된 결정적 전기는 2012년 3월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였다. 그 당시 SK텔레콤은 3조4000억원이란 금액을 동원했다. 이후 SK는 굵직한 M&A만 15건을 성사시켰다. 지난 10월에는 SK텔레콤이 국내 2위 출동 보안업체인 ADT캡스 인수를 완료했다.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과 공동으로 ADT캡스 지분 100%를 1조2760억원에 사들였다. 부채까지 포함하면 총 인수가격은 2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SK텔레콤이 7020억원을 투자해 지분 55%를 책임졌다. 이는 경영권 확보를 의미한다. SK는 ADT캡스 인수를 발판으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결합한 차세대 융합보안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SK는 M&A에 국한하지 않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한 토대 위에서 자본 투자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지난 9월 SK는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마산(Masan) 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이 회사 지분 9.5%를 4억7000만 달러에 매입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마산 그룹은 식음료, 축산, 광물, 금융업 등 베트남에서 고성장 중인 산업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응우옌쑤언푹 총리와 만나기도 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SK는 17년부터 그룹 브레인에 해당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동남아 지역에서 유망 사업들을 탐색해 왔다. 그 결과 SK그룹 핵심계열사 5곳에 해당하는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 E&S가 공동출자한 동남아시아 투자 전문회사를 싱가포르에 설립했다. 마산 그룹 투자는 SK 싱가포르 투자회사의 첫 번째 동남아 프로젝트였다. 지난 2월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었다. SK건설은 17년 8월 태국 국영 석유기업인 PTT그룹이 발주한 2300억원 규모의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SK의 M&A나 해외 투자의 특징은 단기성과에 머무르지 않는 장기적 시선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이오·제약 사업에 관한 지속적 투자다. 98년부터 SK㈜ 산하 바이오 관련 산업부에서 의약품 생산사업을 해왔다. 당뇨, 간염 치료제에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원료 의약품을 생산해 글로벌 제약사들에 수출해 왔다. 그러다 2011년 바이오·제약 사업 부문을 분사했다.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신약인 세노바메이트를 독자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앞두고 있다.

M&A와 글로벌 사업에서 답을 찾다


▎하이닉스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SK의 확장정책은 지속되고 있다. 당장의 성과만 보지 않고, 상생을 생각하는 방향성이다. 한국과 중국 합작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중한석유화학 생산기지는 그런 철학의 산물이다. / 사진제공·SK
SK 바이오팜은 지난해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1800억원에 인수했다. 아일랜드 제약산업에 진출한 1호 한국기업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SK㈜는 지난해 7월 이사회를 통해서 미국 바이오·제약 위탁개발과 생산업체인 암팩(AMPAC) 지분 100% 인수를 결정했다. 국내 바이오·제약 업계에서 해외 제약회사 인수합병 규모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인수금액은 5100억원이었다. 암팩은 항암제와 중추신경계, 심혈관 치료제 등에 들어가는 원료 의약품을 생산한다. 생산시설 3곳, 연구시설 1곳을 갖추고 있는 미국 10대 의약품 제조사에 포함된다. 이로써 SK는 바이오·제약 분야에서 아시아(한국)~유럽(아일랜드)~미국 3각 편대를 형성하게 됐다. SK그룹의 의약품 생산 규모는 2020년 이후 글로벌 최대 수준인 160만ℓ급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SK㈜는 지난 5월 북미 셰일오일 및 가스 가공회사인 브라조스 미드스트림 홀딩스에 2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셰일오일·가스는 전통 원유나 천연가스와 달리 지하 1000m 이하의 지층에서 뽑아내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최근 시추 기술의 발전으로 개발 비용이 크게 줄면서 각국 기업이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 최대 매장 지역은 중국과 미국이다. SK이노베이션이 채굴하면 브라조스가 이를 가공해 판매하는 형식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자회사 SK플리머스를 설립해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의 셰일광구에서 원유와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 미국 광구에서 셰일오일을 직접 생산하는 유일한 회사다. 신에너지 분야에서도 SK이노베이션은 8400억원을 들여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을 지었다. 유럽 시장을 겨냥해 2020년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SK는 차량 공유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15년 쏘카(한국의 카셰어링 업체) 투자를 시작으로 지난해 투로에 1000억원 규모의 펀딩을 했다. 투로는 미국 내 1위 개인 간 카셰어링 회사다. 이어 SK는 올해 이 분야 투자를 2조원까지 키웠다. 그 대상은 동남아 1위 라이드 셰어링 업체인 그랩이었다. SK는 올해 쏘카와 합작한 ‘쏘카 말레이시아’ 법인을 설립해, 현지 최대 규모의 카셰어링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C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차량 공유 산업 시장규모는 연평균 15%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40년 3조 달러까지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SK는 선제적으로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동남아 등 4대 핵심시장을 선정하고 지역별 카셰어링 선도사업자를 대상으로 공격적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또 하나의 SK 사업 주력군인 화학 부문도 고부가가치 창출을 할 수 있는 기반 구축에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SK종합화학은 기존의 석유화학 포트폴리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체 기술을 통한 넥슬렌(Nexlene)과 같은 고부가 화학 제품군 개발에 주력하는 등,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찾아서


이런 기조 위에서 SK종합화학은 지난해 2월 세계적 화학기업 다우케미칼의 에틸렌아크릴산 산업을 4216억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SK는 미국 텍사스와 스페인 타라고나의 생산설비와 제조기술, 지적재산권, 상표권 등을 얻었다. 단숨에 에틸렌아크릴산 분야에서 글로벌 강자로 떠올랐다. 이어 8개월 후에는,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사업을 820억원에 추가로 샀다. PVDC는 고부가가치의 포장재 산업의 핵심 분야인 배리어 필름 소재군 중 하나로 수분과 산소로부터 내용물의 부패나 변형을 막는 기능이 탁월하다.

최태원 SK 회장은 연초 화두로 ‘딥 체인지(Deep Change)’를 역설했다.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혁신해 “뉴 SK’의 원년이 돼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이를 위해 내놓은 구체적 방향성은 ▷글로벌 경영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의 동반추구 ▷공유 인프라 등 세 방향이다.

글로벌 경영을 위해 SK 경영진은 현지 정·재계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킹 구축에도 시간과 역량을 쏟았다. 이를 통해 현지 기업들과의 합작사업 기회를 모색한다. 최 회장부터 올 초 1월에 열린 스위스 다보스포럼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중국,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정계 리더들을 만났다. 또 SK와 관련 있는 에너지·화학, 정보통신, 반도체 분야 전 세계 리더들을 만나 미래 비즈니스 모델을 논의하기도 했다. 같은 목적으로 최 회장은 지난 4월엔 중국 하이난다오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도 참석했다.

이런 지향성은 중국에서부터 효과를 냈다. SK종합화학은 14년 중국 최대 석유기업인 시노펙과 손잡고 총 3조3000억원을 투자해 합작회사 SK중한석화를 세웠다. SK중한석화는 가동 첫해부터 흑자를 냈다. 최근 4년 동안 매출 1조3000억원을 올려, 가장 성공한 한·중 기업 협력사례로 꼽힌다.

동반성장 추구하는 글로벌 합작


▎최태원 회장은 이윤추구에 매몰되지 않고,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주문하고 있다. 존경받는 기업이야말로 영속성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 사진제공·SK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중국해양석유집단(CNOOC)과 공동 투자한 남중국해 광구에서 원유 탐사에 성공했다. 시험생산에서 1일 최대 3750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성과를 거뒀다.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는 중국 장쑤성 우시시 정부 투자회사인 우시산업집단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올 하반기부터 공장 착공에 나섰다.

SK텔레콤 박정호 사장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을 찾아 5G 리더십 강화와 자율주행 분야의 글로벌 협력에 나섰다. SK텔레콤은 CES 현장에서 글로벌 초정밀지도 기업인 ‘히어(HERE)’와 기술협약을 맺고 자율주행·스마트시티 공동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러한 시도는 4개월 만에 ‘원맵 얼라이언스(OneMap Alliance)’란 결실로 나타났다. 5월 SK텔레콤은 유럽, 중국, 일본 초정밀 지도 대표 기업들과 세계 표준 HD맵 서비스 출시를 위한 ‘원맵 얼라이언스(OneMap Alliance)’를 결성했다. ‘원맵 얼라이언스’에 참여한 기업은 SK텔레콤을 포함해 유럽 히어(HERE)·중국 내브인포(NavInfo)·일본 파이오니아(Pioneer) 등 4개 회사다. 파트너십에 따라 ‘원맵 얼라이언스’는 2020년까지 하나의 표준 기반으로 북미, 유럽, 아시아 HD맵을 제작한다. 추후 자율 주행차 제조사와 위치기반 서비스 기업 등에 글로벌 표준이 될 HD맵을 공급할 계획이다.

글로벌 표준 HD맵을 만들기 위해 SK텔레콤은 5G, 모바일 내비게이션 기술, T맵 실시간 교통 정보 등, 핵심 경쟁력과 인프라를 공유한다. ‘히어’는 HD맵 솔루션과 기술 표준을 제공한다. ‘내브인포’와 ‘파이오니아’는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중국, 일본의 정밀지도 정보를 공유한다.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가치(Social Value) 창출을 신(新) 경영전략으로 강력하게 추진해 오고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더 이상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 기초한 경영철학이다.

SK는 2016년 말 그룹 경영철학이자 실천 방법론인 SKMS(SK Management System)에 ‘사회적 가치 창출’을 기업이 추구해야 할 목표로 명시했다. “기업은 경제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한다”는 조항을 명문화했다. 이로써 CEO부터 직원까지 SK 구성원은 예외 없이 사회적 가치를 고민하고, 기준으로 삼게 됐다.

최 회장은 그룹 신년회에서 비즈니스 모델에 사회적 가치를 담고, 보유 자산을 사회와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론을 내놨다. 최 회장은 “SK가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가 곧 지속 가능한 사회를 이루는 토대가 될 것이며, 이것이 다시 SK그룹을 향한 사회적 지지로 이어져 회사의 성장과 발전이 지속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존경받는 기업으로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사옥에서 열린 최종현 SK 선대회장 20주기 사진전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이 아버지를 향한 애틋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 사진제공·SK
최 회장의 이런 가치 지향적 경영은 아버지인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영향이 컸다. 1953년 선경직물을 창업한 선대회장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에너지·화학 기업을 키우겠다’는 담대한 꿈을 꿨다. 그렇게 73년 선경석유를 세웠다. 일본 이토추상사와 합작해 정유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정부 허가까지 얻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유 공급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오일쇼크가 발생하자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됐다. 최 선대회장의 뜻은 꺾이지 않았다. 중동 네트워크에 계속 공을 들였다. 기어코 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 지분 인수에 성공했다. 일약 유공의 1대주주가 됐다. 중동 왕실의 신용을 얻어 원유 확보능력을 인정받은 결과였다. 유공에 토대를 둔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세계적 규모의 정유공장과 복합 석유화학 단지를 겸비한 글로벌 기업이 됐다.

그 후 최 선대회장의 관심은 정보통신 사업으로 향했다. 84년 미국에 경영실을 설립했고, 세계시장의 동향을 파악했고, 90년에 미국 IT업체와 합작해서 선경텔레콤(현 SK텔레콤)을 설립했다. 92년에는 이동통신사업자로도 선정됐다. 그러나 특혜시비가 생겼고,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하지만 최 선대회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2년 뒤인 94년 한국이동통신 민영화에 참여해 기어코 정보통신업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이후 SK텔레콤은 ‘ICT(정보통신) 코리아’를 상징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최 선대회장은 “돈 버는 것만이 기업의 목적이 아니다”란 철학으로 일관한 경영자였다.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기업이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함께 발전하는 방향을 이상으로 삼았다. 리스크가 컸던 석유, 이동통신에 선제투자를 감행한 것도 그런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 선대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98년) 20년이 흘렀다. 지난 8월 24일 워커힐호텔에서 SK그룹은 ‘최종현 회장, 그를 다시 만나다’라는 주제로 20주기 추모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선대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SK회장은 “선대회장은 SK에 좋은 사업을 남겼지만 무엇보다 먼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안목과 변화를 만들어가는 도전정신을 그룹 DNA로 남겼다. 오늘 이 자리는 선대회장을 추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꿈을 꾸고 같이 만들어 나가는 공간이다. 더 큰 꿈을 꾸고, 더 크게 성장해서 더 큰 행복을 만들 수 있다는 용기가 있다면, 최 선대회장이 꿈꾸던 일등국가를 만드는 주역이 될 수 있다”고 연설했다.

최 선대회장은 생전에 “21세기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강국이 될 것이다. 그리고 SK는 세계 100대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 ‘예언’을 꺼냈던 시점이 1970년대였다. 당시만 해도 허세나 구호처럼 들렸을 이 말이 지금 대한민국 앞에 펼쳐져 있다. 오늘날 한국은 세계 수출 6위, GDP(국내총생산) 11위의 부유한 국가가 됐다. 그리고 SK는 [포춘]지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중 84위로 평가받고 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1812호 (201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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