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영미 중독

이기환 논설위원

“김은정에게 경의를 표한다. 컬링 챔피언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이미 인터넷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권위 있는 시사 주간지 타임이 평창 올림픽 4강에 오른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과 스킵(주장) 김은정 선수를 극찬했다. ‘김은정은 전적으로 얼굴 표정 덕분에 인터넷 공간의 새로운 영웅이 됐다’는 제목의 기사였다. 딱 맞는 표현이다. 아직 준결승·결승은 남아 있지만 타임은 물론 뉴욕타임스, 가디언, 르몽드, 로이터, USA투데이, ESPN 등은 ‘4강에 진출했을 뿐’인 한국 여자팀 이야기를 연일 화제로 삼고 있다. 특히 무표정하지만 냉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스톤을 바라보며 동료들을 지휘하는 김은정 선수에게 열광하고 있다.

타임은 “어떤 순간에도 한결같은 표정인 김은정의 얼굴 사진과 영상이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영국의 권위지인 가디언은 “(마늘생산지 의성이 근거지인) ‘갈릭걸스’ 5명은 차세대 K팝스타가 아니다. 경기도, 인터넷 공간도 석권한 컬링선수들”이라고 소개했다. USA투데이는 “그들이 즐겨 먹는 아침식사로 은정은 ‘애니’(요거트 브랜드), 영미는 ‘팬케이크’, 선영은 ‘서니’(달걀 프라이의 일종), 경애는 ‘스테이크’, 초희는 ‘초코(쿠키 브랜드)’라는 영어별명을 지었다”는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전했다. ESPN은 “선수들의 성이 모두 김씨”라면서도 “한국선수 124명 중 김씨가 34명, 이씨가 13명에 달한다”며 신기해했다. 출전선수 241명 중 흔한 성씨인 존슨이 2명, 스미스는 1명인 미국선수단과 비교했다. 그러나 “한국인 5명 중 1명이 김씨이니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아예 선수들의 고향인 경북 의성을 방문해서 르포기사까지 썼다. 16세기 스코틀랜드에서 시작한 컬링이 어떻게 이역만리 경북 의성에서 활짝 꽃을 피웠는지 흥미롭게 조명했다.

그러나 로이터가 전한 것처럼 선수들은 정작 자신들이 깜짝 스타로 등극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정신집중을 위해 대회기간 중 휴대폰을 반납했기 때문이다. 오로지 경기에 집중했을 뿐인데 뜻밖에 대한민국을, 경북 의성을, 김씨를 전 세계에 홍보한 셈이 됐다. 세계는 지금 ‘영~미! 영미! 영미!’ 하는 김은정 선수의 샤우팅에 중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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