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과 기무사령관의 ‘거짓말 공방’

정희완 기자

국회 국방위서 공개 설전

송영무 “5분 정도 보고 받아” 이석구 “20분 정도 설명”

계엄령 문건 작성한 소강원 “한민구 지시라고 들었다”

<b>누구 말이 맞나</b>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이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령 검토 문건 등 현안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오른쪽)을 노려보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누구 말이 맞나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이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령 검토 문건 등 현안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오른쪽)을 노려보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국방부와 국군기무사령부가 계엄령 검토 문건을 둘러싸고 진실공방을 벌이며 책임을 떠넘기는 볼썽사나운 상황이 24일 국회에서 벌어졌다. ‘거짓말’ ‘왜곡’ ‘각색’ 등 원색적인 표현까지 동원됐다.

양측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인 것 자체가 기무사 해체 등 철저한 국방개혁 필요성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 국방부·기무사, 책임 떠넘기기

송영무 국방장관과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3월16일 문건 보고 당시 상황을 놓고 진실공방을 벌였다. 이 사령관은 “송 장관이 사안의 위중함을 인식할 정도로 20분 정도 대면 보고했다”고 했다.

반면 송 장관은 “5분 정도 보고를 받았다”며 “(이 사령관에게) 지휘 참고자료에 대해 몇 마디 하고 이것(문건)은 중요한 보고인 거 같다고 해서 볼 시간 없으니 놓고 가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민병삼 100기무부대장(대령)은 “송 장관이 지난 9일 오전 간담회에서 ‘위수령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되는지 검토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송 장관이 계엄령 문건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아 4개월을 방치했다는 세간의 비판을 뒷받침하는 발언이다.

이에 송 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다. 대장까지 지낸 국방장관이 거짓말을 하겠나”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송 장관의 군사보좌관인 정해일 준장은 민 대령을 향해 “이 자리가 경악스럽다. 지휘관의 발언을 왜곡, 각색해 국민 앞에 발언하는 건 유감스럽다”고 거들었다.

계엄령 문건 파동이 불거진 뒤 두 사람이 공개 설전을 벌인 것은 처음으로, 국방부와 기무사의 힘겨루기가 노골화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송 장관은 문건 방치 등 처신 논란을 기무사 대수술 등 국방개혁을 통해 돌파하려 한다. 반면 이 사령관으로선 문건 발견 즉시 송 장관에게 보고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기무사를 손보려는 송 장관의 권위를 떨어뜨리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계엄령 문건을 작성한 기무사 소강원 참모장(소장)과 기우진 처장(준장) 등은 국방위에서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 지시라며 계엄 절차를 검토해보라고 했다”며 “8장짜리 원본(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을 만들고 나서 조 사령관이 당시 한 장관께 보고할 때 궁금한 점이 있으면 참고할 수 있도록 67쪽짜리 자료(세부자료)를 만들었다”고 했다.

■ “기무사 문건은 반란 행위”

계엄령 문건에는 비상계엄 시 집회·시위를 봉쇄하기 위해 청와대 진입로, 광화문 등 특정 지역에서 휴대전화의 전파를 방해하는 방안이 담겼다. 시민들이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아 결집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또 계엄 선포 전 언론보도 등 보안이 누설되면 계엄에 실패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됐다. 조간신문은 매일 오후 3~10시, 석간신문은 오전 5시~낮 12시, 방송 및 통신은 수시로 검열하는 방안이 명시됐다. KBS1 TV와 라디오만 남겨 전국 단일방송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군 병력 투입, 국회와 언론 통제, 미국 설득 등 계엄령 문건이 적시한 계획들이 1980년 5월17일 신군부가 권력 장악을 위해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할 때 취한 조치들과 닮았다는 지적도 있다. 군인권센터는 기자회견을 열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처럼 시민을 적으로 간주하고 군사작전을 구상한 반란 행위이자 쿠데타 모의”라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기무사 개혁방안을 두고 “필요하면 기관의 명칭, 성격, 소속 등 근본적인 조정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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