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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Nov 02. 2016

산타 마을 어땠어요?

기승전 쇼핑 예찬


핀란드의 산타 마을이 왜 산타 마을인지, 궁금해서 찾아가는 사람보다는 그곳에 산타 우체국이 있기 때문에 찾아가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지 않을까? 크리스마스이브, 산타 우체국에 관광객들이 미어터지는 그 날 나는 산타 마을을 찾았고 인파에 혀를 내둘렀다.

대다수가 중국인들이었는데, 핀란드인인 야니의 말로는 산타 마을이 파산 직전으로 수익을 내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서 더 놀라움이 컸다. 하기사 산타 마을은 결국 크리스마스에나 제일 인기가 있을 법하니 이상한 일도 아니다.



산타 마을의 메리트는 핀란드 공인 산타와의 만남과 사진 촬영 그리고 내년 크리스마스 혹은 올해 크리스마스에 산타 마을 발송 인증 도장이 찍힌 편지를 집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내가 산타마을에 방문한 날은 크리스마스이브여서, 엄청 많은 중국 사람들이 우편을 보내기 위해 건물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게다가 산타마을을 방문했다는 인증서를 받기 위한 줄도 엄청 길었다. 학교 졸업장도 저렇게 줄 서서 받진 않았던 것 같은 나는 북촌 한옥 마을에 열광하는 외국인을 보는 것 같은 눈길의 야니와 제이드 덕에 오히려 시큰둥해져 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산타마을의 장소가 이딸라 아웃렛과 마리메꼬 아웃렛인 것을 되돌이켜보면 아마 다음에 산타마을에 들려도 나는 쇼핑을 할 것 같다.


기승전 쇼핑 예찬


산타마을 기념품샵이 로바니에미 시내에 있는 기념품 샵보다 저렴하고 훨씬 종류도 많으니 꼭꼭 산타마을에서는 쇼핑을 할 것!!!



산타마을에는 기념품 샵이 정말 많은데, 일단 텍스 프리가 되는 곳이 많고 기념품 종류도 진짜 다양하며 시내보다 훨씬 저렴함으로 개인적으로는 산타마을에서 기념품을 구입하기를 추천하고 싶다.(단 텍스프리로 구입할 경우 봉투를 밀봉해서 준다.)

마리메꼬 아웃렛에서 구입한 거의 대부분의 물건들은 서울에서는 그 가격에 절대로 못 살뿐더러, 선물로 주기에도 정말 좋았다. 기본적으로 세일하는 상품만 골라도 한국의 3분의 1 가격은 되는 것 같다. 너무 예뻐서 사온 생선 일러스트가 그려진 주방용 장갑과 만 오천 원에 사 온 토끼 패트릭 천은 집 꾸미기의 신의 한 수가 되어주었다. 게다가 이딸라에서 크리스마스 애프터 60% 세일로 득템 한 타르트 접시와 케이크 받침대는 두고두고 보물처럼 사용하고 있다.



나는 여행을 가면 우리 삼 남매용 기념 티셔츠를 사곤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SEND MORE TOURISTS라고 적힌 곰 티셔츠를 골랐다. 순록이나 오로라는 너무 식상하니까 재치 있는 걸로 글랐는데 왜 지금 보니 옆의 순록 티셔츠도 멋있어 보이는 걸까. 어쨌거나 이거 입고 서울 복귀 인증샷도 찍었다.




산타마을에서 꼭 사 오면 좋은 기념품

1. 무민 캐릭터 양초 장식

2. 노트북 장식용 순록 스티커 (디자인 다양함)

3. 마리메꼬 세일 상품 & 이딸라 세일 상품


*사 오고 싶은 건 다 사 오기. 나중에 스쳐 지나가면 후회한다.


산타마을에서 사 와서 후회한 기념품


1. 순록뿔 병따개

2. 온도계가 붙어있는 자석 장식

3. 엽서


*온도계가 붙어있는 자석 장식은 온도계가 잘 망가지거나 온도를 제대로 체크를 못하는 것 같아서 실망이 컸다.



아무튼 기승전 쇼핑 예찬은 이만하도록 하고...


산타마을을 들렸으니 당연히 산타도 만났다. 산타를 만나는 것에는 돈을 내진 않지만 기록물을 받는 데에는 돈을 낸다. 산타 마을에는 산타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총 3곳이 있는데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엄마 왜 산타가 저기에도 있고 여기에도 있어요?) 산타는 한 명뿐이며, 건물 사이를 특수한 포탈을 타고 이동하며 아이들을 만난다는 설정까지 있다고 한다. 산타를 만나 수다를 떨고 그냥 슝 하고 나가도 되는 편리한 시스템이지만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이런 설정까지 만들어 놓는 것은 보면 역시 돈을 써주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산타를 만나러 가는 길
가는 길에 심심하지 말라고 여러 나라의 크리스마스 모습이나 다양한 설치물들이 준비되어 있다.
산타의 방 앞 대기실 벽에 붙어있는 커다란 종이에는 다양한 나라 아이들의 낙서가 그려져 있다.
산타할아버지랑 이야기 중인 영어 유창자 두 분
기념 사진을 이렇게 인화해서 준다

물론 크리스마스이브날은 인기가 너무 많으셔서,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다 나눠주고 오신 12월 26일에 다시 가서 만났는데 서울에 얼마 전에 오셔서 신라호텔에서 지내셨다는 이야기만 안 하셨어도 내 동심 덜 파괴되었을 것 같다. 흑흑. 하지만 20유로 내고 사진 한 장쯤 받는 것도 나름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아 결제했는데 PIN에 락을 걸겠다는 거에 OK를 눌러서 그다음 여행 일정 내내 불편했던 것은 안 비밀. 절대로 누르지 말자. 락이 걸린 신용카드를 내밀면 결제가 중간에 막히고 직원이 여권으로 본인 확인 후에 결제를 도와주는데, 코인로커나 버스 티켓 무인 기계에 결제할 때 락이 걸려서 결제를 할 수 없다 뜨면 어찌나 심장이 덜컹거리던지. 서브용으로 가져간 다른 신용카드가 없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



산타 우체국에 가면 산타 마을 소인이 찍힌 편지를 세계 각국에 보낼 수 있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2016년 크리스마스에 도착할 편지를 넣는 우체통이다. 다만 이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려면


1. 산타마을 전용 우표를 사야 한다.(이게 비싸다.)

2. 편지지와 편지 봉투를 구매한다.

3. 편지를 정성껏 쓴다.

4. 편지봉투에 우표를 붙이고 주소를 영어로 적은 뒤에 원하는 날짜 우체통에 넣는다. (올해 크리스마스 / 내년 크리스마스 선택 가능)


원래는 지인들에게 몇 장 적어보낼 생각이었으나, 우표가 생각보다 너무 비쌌고, 저 돈을 내고 편지를 쓰는 것의 효용성에 살짝 고민이 들었으며, 중국인들 틈바구니에서 줄을 서가며 우표를 사고 편지를 쓰고 싶지가 않아서 패스했다. 만약 편지를 보내고 싶다면 미리 적은 편지를 준비해와서 산타 마을 우표를 구매해 붙이시길 권장합니다. 우표는 딱 봐도 비싸다란 생각이 들었던 거 같은데 사진에 없으니 가물가물한 기억력을 더듬어 1장에 3천 원 - 5천 원가량인가 했던 것으로 추정합니다.(안 확실함)



그리고 북유럽 신혼여행을 다녀온 한국분의 포스팅에서 보았던 산타마을에 있는 연어 하우스!!! 화덕에 구워내는 연어 구이가 정말 맛있다고 하는데 들리질 못했다. 누군가 제 한을 풀어주시길 소망합니다. (진짜 맛있데요.) 나도 나중에 좋은 사람 만나서 꼭 연어 먹으러 오리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연어 하우스.



산타 마을은 로바니에미 시내에서 외따로 떨어져 있는 테마파크 같은 곳이라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 민속촌 같은 곳이고, 크리스마스이브에 산타 마을을 가는 건 설날에 우리가 한국 민속촌이나 경복궁을 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산타 마을이라고 해서 북극점을 밟을 수 있다거나, 산타를 만날 수 있다거나, 산타 마을 방문 인증서를 받는다거나, 크리스마스 편지를 쓰는 것은 정말 기본적으로 여기서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뿐이고 실제로 엄청 신나지는 않는다. 뭐랄까 동심을 결국 물질만능주의로 해결해야 하는 것에 살짝 실망감이 들지도 모르겠다.

다만 여행자로서 여행자들에게 추천하는 바는 핀란드에서 구입할 수 있는 기념품이란 기념품을 이 곳에 다 모여있으며 심지어 저렴하기까지 하고, 핀란드 디자인 양대 브랜드인 이딸라와 마리메꼬를 아웃렛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으며, 로바니에미 시내에서 외따로 떨어져 있어 도로 건너편으로 탁 트인 전나무 숲을 구경할 수 있고 다양한 액티비티를 바로 옆에서 체험할 수 있으며 원한다면 엉덩이 썰매를 하나 구입해서 눈밭에서 타도 된다. (나도 살까 했는데 야니가 애들이나 타는 거라고... 하지만 다른 곳에서 파는 곳을 찾을 수 없었고. 다음에 방문하게 된다면 꼭 사서 내 자식에게 대대손손 물려줄 테다!)



결론적으로 산타마을은 신나고 좋은 곳이었지만 나에게는 산타나 크리스마스보다 쇼핑이 더 좋았던 독특한 곳으로 기억되고 있다.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지만 산타 마을 내부에 있는 곳보다 조금 걸어서 떨어진 곳으로 가면 가격 흥정도 가능하니까 꼭 산타 마을 안에서 할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꼭 산타마을에 가면 쇼핑을 할 것!

한 짐 가득 들고 나와도 후회가 들지 않는 곳이었다.


*그리고 눈이 안 쌓인 산타마을을 꼭 가야 하냐고 묻는다면 눈이 없는 산타마을은 안 예쁠 거 같다.





로바니에미 산타마을


홈페이지

http://www.santaclausvillage.info/


오픈 시간

                   

8 January – 31 May

10 a.m. – 5 p.m.

1 June – 31 August

9 a.m. – 6 p.m.

1 September – 30 November

10 a.m. – 5 p.m.

1 December – 7 January

9 a.m. – 7 p.m.


Annual exceptions (public holidays):                    

30 April

10 a.m. – 3 p.m.

1 May

12 a.m. – 3 p.m.

24 December

9 a.m. – 3 p.m.

25 December

12 a.m. – 5 p.m.

31 December

9 a.m. – 5 p.m.

1 January

12 a.m. – 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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