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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로이현아 May 26. 2016

[이그림책,참괜찮아요]  '엄마'가 된 친구에게

엄마의 선물(김윤정)

[이 그림책 참 괜찮아요#4] 엄마의 선물(김윤정)

'엄마'가 된 친구에게

                         

엄마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입장에서  한발 앞서 엄마가 된 친구나 언니들의 아기를 보는 것은 참 생경하면서도 설레는 일이다. "친구야... 네가? 정녕 네가 엄마가 된다는건 도무지 믿겨지지가 않는다." 그러나 그 '믿겨지지 않던' 친구들도 배가 남산만하게 부풀었다가 아기를 낳아 품에 안는 순간, 어엿한 '진짜 엄마'가 되어있었다. 친구를 묘하게 닮은 아기를 바라보면 정말이지 생명의 신비란 이런 것이구나, 싶으면서 수많은 예쁜 아기들이 있지만 내 친구가 낳아다는 이유로 이 아기가 너무나 특별하고 예쁘게 보인다. 엄마인 친구의 눈엔 이 아기가 얼마나, 얼마나 상상도 못할만큼 예쁠까. 겹겹이 오래 공들인 그림을 완성하고 마지막 사인으로 방점을 찍어 하나의 작품을 생산해 낼 때만 해도 감격과 기쁨으로 몸서리치게 기쁠진대, 한 명의 생명체를 생산하는 일이라니. 그 벅차오르는 감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터질것 같다.


박완서 작가의 글을 읽다가 아기가 가져다주는 '인간이 행복이라 부르는 것의 원형'을 만난 적이 있다. 나로하여금 생명을 사모하고 기대하며 엄마로서 내면을 준비하게 만드는 페이지. 엄마가 된 사랑하는 사람들을 축하할 때 나는 이 페이지를 꼭 선물한다.


내가 모성애라고 믿는 감정은 내 가슴이 부풀면서 젖이 샘솟기 시작하고 나서도 한참 후였다. 아이가 안 나오는 젖을 악착같이 빤 지 사나흘이 되자 아기 목구멍으로 젖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빈 젖을 빠는 것하고 확연히 달랐다. 비록 몇 모금의 빈 젖 빨기 끝에 간신히 한 모금 넘어가는 소리였지만 그 작은 것의 살려는 의지의 집요함이 섬뜩하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했다. 두이레를 지나자 내 가슴이 짜릿짜릿하면 젖이 붓는 징조고, 또한 아이가 배고파 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것도 알게 됐다. 젖통을 통해 아기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잃은 자유의 부피가 얼마만 하다는 걸 삼신할머니가 보여주려는 것처럼 내 가슴은 무섭게 부풀어 올랐다.
  
여태까지 웃은 건 다 가짜 웃음이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아기를 보고 웃는 웃음은 어떤 잡생각도 섞이지 않은 희열 그 자체였다. 내가 잃은 자유가 비로소 하찮게 여겨졌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것도 좋아했지만 업는 건 또 얼마나 좋은지. 아기도 업히는 걸 좋아했다. 처네를 둘러 아기를 업으면 아기의 얼굴은 볼 수 없지만 아기의 온몸이 느껴졌다. 좋으면 어깨에 두 손을 얹고 사정없이 엉덩방아를 찧기도 하고, 사방을 두리번 거리던 둥근 머리를 등에 안락하게 기대고 잠들기도 하고, 등에다 사정없이 오줌을 싸기도 했다. 아기가 무엇을 하든 심장의 건강한 고동을 직접 내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아기는 식구들과 동네사람뿐 아니라 꽃과 나무와 멍멍이도 좋아했다. 아기가 좋은 것을 보고 온몸으로 좋아한다는 감정표현을 할 때 인간이 행복이라 부르는 것의 원형을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우리 아이가 천재라고 생각했다. 좋은 것을 향한 감수성이 활짝 열린 아이,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박완서, 그 남자네 집)


박완서 작가의 글이 마음에 들어오고 난 후로부터 나는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도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바로 저와같은 오랜 감격과 기쁨의 순간들이 아홉 해, 열 두 해동안 겹겹이 쌓인 결정체가 바로 이 아이 한 명이 아니던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제도, 어제도 교실에서 만났던 아이들이 또다른 무게로 느껴진다. 아이도, 엄마도 너무 대단해보인다.


김윤정의 그림책에서도 '엄마'를 이야기하고 있다. 엄마로서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선물과 같은 메세지를 'OHP'라는 소재와 그림책의 '페이지 넘김'이라는 매체적 특징을 통해 지혜롭고 흥미롭게 전하고 있다.

비맞을까 두려워 너의 길을 멈추지 마
너에게는 커다란 우산이 있잖니
떨어질까 두려워 너의 꿈을 접지는 마
너에게는 커다란 날개가 있으니까


떨어질까봐 두려운 상현이에게 '꿈의 날개'로 느껴졌던 엄마의 손.

엄마의 선물

떨어질까봐 두려운
나의 꿈

그렇다고 너의 꿈을
접지 마

엄마의 손이
꿈의 날개가 되어줄게

(4학년)


그리고 '손가락이든 주먹이든 다 막아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공감했던 영민이.

엄마의 사랑

나의 길은 엄마의 우산으로 걸어가고
나의 꿈은 엄마의 날개로 날아간다

너의 길을 걸을 때
남에게 손가락질 하지 마라
너에게 다시 돌아올테니

너의 꿈을 향해 날아갈 때
남에게 주먹질 하지 마라
그것 또한 너에게 돌아올테니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손가락이든 주먹이든
엄마가 다 막아줄테니

그것이 엄마의 사랑
우산이자 날개이니

(4학년)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검은색 큰 벽 뿐,

그 벽돌을 넘기위해 손톱자국과 발자국을 남겼지만 잘 되지 않아 좌절 했을때, '우리 엄마 아빠 이기 때문에' 그 벽을 부셔버릴 수 있다는 지영이의 이야기.

그림책을 함께 읽으면서 아이들이 써내려간 시의 구절들이 마음에 울림으로 남는다.

벽돌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을까?

주위를 둘러보면 다
검은색 큰 벽 뿐이다.

벽돌에는
손톱자국, 발자국이 있다.

왜냐하면
큰 벽은 나의 장애물인데
나는 그것을 넘으려고 하였지만
잘 안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 벽을 부셔버린다.

왜냐하면
우리 엄마, 아빠이기 때문이다.

(5학년)


엄마, 엄마. 그 단어의 어감만으로도 따뜻하고 행복해지는 단어, 엄마.
먼저 엄마가 되어 한 아기에게 우산이자 날개가 되어주고 있는 친구들을 자랑스러워하며,
또한 아홉 해, 열 두 해 동안 아이의 우산이자 날개가 되어 이렇게 겹겹이 어엿하게 길러내어주신 학부모 어머니들께 존경을 표하며,
마지막으로 그 우산과 날개를 온몸으로 받고 열심히 씩씩하게 자라 오늘 이 교실에까지 와준 아이들을 대견해하며,
김윤정의 그림책을 통해 나도 그 '엄마'가 될 날을 떨리는 마음으로 기대하고 사모해본다.


* 글을 쓴 이현아

그림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담백한 시, 두툼한 마티에르가 살아있는 거친 나이프그림. 이 두가지를 사랑하며 살게 된 것을 이십대에 만난 행복 중 큰 것으로 여깁니다.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고 발견하는 삶을 가치롭게 여기며 교육과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의 본질도 ‘삶 속에서의 의미만들기 과정’ 과 다름없다고 믿습니다. 교실에서 의미를 발견한 날부터 아이들에게 스며흘러가는 통로의 삶을 살기로 다짐하고 배워서 남 주는 삶의 기쁨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미술관 통로를 운영하면서 어린이작가들과 창작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교실 속 그림책]이라는 총서명의 그림책 시리즈를 독립출판하고 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교육자이자 연구자(A/R/Tography)의 한 사람으로서 독서교육과 미술교육의 두 맥락에서 그림책에 대한 유의미한 담론을 이끌어내며, 가치로운 교육적 역할을 실천해내기를 소망합니다.     

                                                 


*홈페이지 교육미술관 통로 http://www.museum-tongro.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oka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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