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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육참골단’하라
대중의 무관심 속에 치러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선거에서 유력 차기 대권후보 문재인은 신승(辛勝)하였으나 당내 최고지위는 물론 대중노출 측면에서도 유리한 지위를 확보했고, 호남 맹주 박지원은 문재인 견제세력을 총집결시키면서 세를 과시했으며, 1980년대 반독재학생운동의 지도자 이인영은 고투(苦鬪)하며 존재감을 유지했다. 그러나 과열되기 마련인 선거과정의 공방은 각 후보 및 지지자 사이에 깊은 감정의 골을 남겼다.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위원이 지적했던, 당을 분열시키고 지도부를 무력화하는 ‘악마’가 고개를 들고 있다.이번 선거결과는 이 정당이 김대중, 노무현, 김근태의 정신을 따르는 정당임을 재확인해주었고, 각 세력의 지분은 대략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었다. 이제 세 후보 및 맹렬 지지자들은 세 분 고인이 자신들에게 무슨 요청을 하고 있을 것인지 생각하면서 움직여야 한다. 현 상황이 어떠한가. “이명박근혜” 보수정권의 민낯과 밑천이 다 드러났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하는 ‘세... -
귀족과 속물의 나라에서 살아남기
장은주 교수가 <정치의 이동>에서 지적했듯이 한국 사회에서 “능력이 정의다”라는 ‘메리토크라시’(능력자 지배체제) 신봉자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사회적 재화가 ‘능력’에 따라 분배되고 있지 않음은 외면하거나 은폐하고 있다. 조현아를 비롯하여 각종 물의를 일으키는 재벌 3세들이 ‘능력’이 확인되어 그 자리에 올라 재화의 핵심을 쥐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그러나 생물학적으로 결정·유지되는 ‘사회귀족’의 위세는 막강하다. ‘정치귀족’은 표를 위해 발품이라도 팔아야 하며 ‘법복귀족’은 공부라도 해야 하지만 ‘사회귀족’은 태어나는 순간 ‘슈퍼 갑’이 되며 그 지위는 대대손손 유지된다. 이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지키기는커녕 자신의 지위와 부를 유지·확장하기 위해 범법을 일삼는 경우도 많은데 그래도 처벌은 가볍다. ‘정치귀족’이나 ‘법복귀족’들이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을 내걸며 이들의 눈치를 보거나 구명(救命)에 나서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면 경제범죄를 엄벌하는... -
‘십상시’와 ‘사자방’ 책임자를 법 심판대로!
소문으로만 떠돌던 ‘십상시’의 국정농단의 일각이 공개되었다. 다름 아닌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보고서를 통해서 말이다. 그러나 ‘폐하’는 사건의 핵심은 문건 유출이며, 이는 “국기문란”이므로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어명’을 내리신 후 “찌라시 얘기에 나라가 흔들리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개탄하셨다. 그 ‘찌라시’를 만든 곳이 어디였는지 잠시 헷갈린다.아, ‘군왕무오류’이니 ‘폐하’가 하는 일에 무슨 잘못이 있으리오. ‘군왕무치(君王無恥)’이니 ‘폐하’가 사과할 일이 뭐가 있으리오. 높은 안목과 식별력을 가진 ‘폐하’가 총애하고 신뢰하는 신하들에게는 무슨 허물이 있으리오. 모든 분란은 충성심 없는 ‘배신자’들과 이에 영합하는 언론과 무지몽매한 백성 때문이겠지!‘친박 공신’과 ‘호위무사’들은 ‘폐하’와 ‘십상시’를 엄호하고 나섰다. 예컨대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문건의 60%는 사실이라고 발언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정신상태”를, 그리고 ‘폐하’의 수... -
‘벼룩의 간 빼먹기’
새누리당 정권이 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 등 ‘사자방’ 비리로 약 100조원의 혈세를 날렸음이 확인되었다. 30조원의 혈세가 들어간 4대강에는 지금도 해마다 5000억원의 유지비, 3200억원의 이자가 나가고 있다. 40조원이 들어간 자원외교는 ‘깡통’이었다. 수십배 부풀린 값을 주고 저급 무기를 사들이는 비리는 구조화·고질화되었다. 박근혜 정권은 어디서 이를 벌충하여 재정위기를 타개하고 복지수요를 충족시키려는가. 새누리당 정권하에서 계속된 부자감세·친기업 정책 때문에 기업들의 사내유보율이 약 20%대이고 금액으로는 약 760조원이지만,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창출에 소극적이다. 국내 10대 그룹 82개 상장사(금융사 제외)의 경우 사내유보율은 약 1700%대이며, 금액은 약 500조원에 달한다. 반면 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0.2%로 추락했다. 근로자들의 구매력이 사실상 없어졌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권은 부자증세는 없다고 한다. 지지층의 이반이 두려운 것이다. 토마 피케... -
각하! 두 가지만 하십시오
박근혜 대통령님 귀하.저는 귀하의 대통령 당선에 반대했지만, 대선 후 “복지와 경제민주화라는 깃발을 낚아챈 탁월한 능력으로 복지국가를 건설하라”고 고언했습니다(동아일보 2013·2·4 ‘진보가 박근혜에게 말한다’ 인터뷰). 그러나 경제민주화, 노인 기초연금 20만원, 4대 중증질환 100% 국가책임, 의료비 본인부담 상한 50만원, 무상보육, 반값 대학등록금 등 대선공약은 줄줄이 파기되었습니다. 이러한 총체적 식언(食言) 앞에서 ‘절반이라도 하겠지’라고 생각했던 순진한 자신을 탓한 사람이 많았을 것입니다.2012년 12월14일 “문재인 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대통령 비방하는 댓글 하나만 달아도, 컴퓨터 내놓으라고 폭력정치, 공포정치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하며 분개하던 귀하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최근 귀하의 “대통령 모독” 발언 이후 검경의 위헌적 형벌권 남용을 보니, 당시 발언은 타인의 이름을 빌린 자기예언이었더군요. 검찰은 주요 포털과 카... -
박근혜 대통령, 메멘토 모리!
요즘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새누리당 등 집권세력은 표정관리하느라 애쓸 것 같다. 연이은 ‘인사 참사’로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대한 불리한 여건이 조성되었음에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이겼다. 잘못은 여당이 해도 심판은 계속 야당이 받고 있다. 야당의 아성 호남에서 박 대통령 측근 중 측근인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넉넉히 당선했다. 정치적 반사이익도 챙기지 못한 제1야당의 지지율은 연일 추락하여 20%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45%를 지켜내고 있다. 진보성향의 장하성 교수도 “새정치민주연합은 현 구조라면 10년 안에는 재집권이 불가능하다”고 말하지 않았던가.‘국가의 무능’을 만천하에 드러낸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집권세력으로서는 큰 고비는 넘겼다. 세월호 유가족의 절절한 호소를 외면하고 심신을 지치게 만들면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막아내고 있다. 어버이연합, 엄마부대, 일베 등 몰상식 집단이 앞장서서 가지각색의 행패를 부리며 유가족을 모욕하고 있으니 ‘차... -
‘저파(低派)’ 프란치스코가 남긴 과제
가히 ‘프란치스코 현상’이라 할 만하다. ‘파파 프란치스코’의 말씀과 행보, 눈빛과 손동작 하나하나가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육화(肉化)된 신앙의 진면목 앞에 종교를 넘어 거의 모든 시민은 감동을 받았다. “국민소득 3만달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팡파르가 울려 퍼지고, 엄청난 위세를 뽐내는 건물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며, 최고급 명품과 명차를 자랑하는 사람들이 활개치고 있지만, 그 뒷면에서는 가난, 불안, 소외, 억압으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 한국적 현상이자 세계적 현상을 교황은 직설화법으로 비판했다.교황은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빈다”고 축원했고, “막대한 부 곁에서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를 경고했다. 그리고 낮은 자세로 사회·경제적 약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껴안았다. 그는 ‘좌... -
‘정의’ 있는 ‘의리’가 진짜 의리
최근 배우 김보성의 음료광고로 ‘의리’라는 단어가 엄청난 인기다. 젊은이들은 “독도는 으리 땅” 식으로 사용하는 모든 단어에 ‘으리’를 넣는 패러디를 즐기고 있다. 의리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로 신의·예의·도의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도리만이 아니라 세상의 바른 도리, 즉 ‘정의(正義)’를 포함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공자가 “군자는 의로움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고 말했을 때, 그 ‘의로움’은 바로 이런 의미이다.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의리는 ‘유사(類似)혈족’ 보스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과 구성원의 맹목적 단결을 강조하는 덕목으로 변질됐다. 내란, 군사반란, 독재의 책임자 전두환에게 끝까지 충성을 다했다는 이유로 장세동은 “의리의 돌쇠”라고 불렸다. 조직폭력배도 이런 식의 의리를 강조하면서 조직을 탈퇴하거나 배신하는 사람에게 신체적 위해를 가한다. 일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특정 지역 또는 학교 출신이라... -
젊은 정치인들, 조로(早老)하지 마라
박근혜 정권의 핵심에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절대 충성했고 박근혜 대통령을 ‘여왕’처럼 옹위하며 기득권 수호에 여념이 없는 ‘종박(從朴) 훈구대신’들이 자리 잡고 있다. ‘왕당파’라 불러 마땅한 이들의 대표주자는 김기춘 비서실장이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1930년대에 태어나 1960년대에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80세를 바라보는 사람들이기에 ‘신386’으로 불리기도 한다.육체적 연령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진보와 보수를 떠나 존경과 신뢰를 받는 어른은 반드시 필요하다. 영화계 원로인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은 1937년생으로 ‘신386’에 속한다. 그러나 영화계 안팎에서 김 위원장을 비난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법대를 졸업한 공무원 출신으로, 정견이나 세대가 다른 사람들과도 개방적으로 소통하고 포용하며, 겸허하고 소탈한 자세로 성실히 직무에 힘쓰는 사람이다. 김 위원장은 작년 76세의 나이에 직접 메가폰을 잡고 영화감독 데뷔를 하였던 바, ‘영원한 청년’의 진취성을... -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님 귀하
안녕하십니까. 저는 실장님의 까마득한 대학 후배로, 많은 부족함에도 모교에서 형사법을 가르치고 있는 ‘백면서생(白面書生)’입니다.실장님의 이력, 대단합니다. 1960년 서울대 법대 3학년 재학 중 고시에 합격하여 1964년 검사가 된 후, 1979년 청와대 법률비서관을 거쳐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1988년, 1991년 연달아 역임했습니다. 보안사 세력과의 갈등으로 관운이 약해진 전두환 정권 시기를 빼고는, 박정희 정권 이후 지금까지 승승장구하였습니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후에도 요직을 거쳤고, 최근의 국정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여전한 신뢰를 받으며 사실상 ‘부통령’으로 국정운영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 국무총리로 지명되었지만, 그는 실장님이 검찰총장 시절 평검사 아니었습니까. 안 후보자는 “김 실장에 비하면 나는 발바닥이다. 우리 아이큐가 130~140 수준이라면 그분은 170대”라고 칭송하였더군요.그런데 실장님의 화려한 경력 뒤에는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