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규모 '10조', 국내 최대 M&A… NXC "사실 여부 확인 중"업계, 시장 잠식 가속화 우려… "IP, 기술, 인력 유출 시간문제"
  • "다수의 게임사가 해외 자본에 넘어간 상황에서 넥슨 매각은 이미 약해질대로 약해진 국내 게임 위상을 결국 무너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국내 대표 게임사로 꼽히는 넥슨의 매각설이 불거지면서 시장 잠식에 대한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매각 규모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해외 기업들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면서, 관련업계에선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와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 NXC 대표는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넥슨 지주회사 NXC 지분 전량(98.64%)을 매물로 내놨다. 김 대표의 이번 매각 결정은 지난 1994년 넥슨 창업 이후 24년 만이다. 

    구체적으로는 김 대표(67.49%)와 부인 유정현 NXC 감사(29.43%), 김 대표 개인회사인 와이즈키즈(1.72%)가 보유한 지분으로, 매각을 위해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규모는 지난 2016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가격(9조272억원)을 넘어서는 1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매각이 성사될 경우 국내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으로 기록된다.

    현재까지 NXC 측은 "매각 관련 사실 여부에 대해 확인 중이며,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최대한 빠르게 공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매각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넥슨코리아 역시 "지주사와 관련된 만큼 현재까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국내 게임규제를 지분 매각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선 "김 대표의 경우 평소 게임규제와 관련한 피로감을 언급한 적이 없어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넥슨 매각설이 기정사실화되면서 관련업계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내 게임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표 게임사가 해외 자본에 인수될 경우 시장 잠식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현재 넥슨그룹은 'NXC→넥슨재팬→넥슨코리아→계열사(네오플·넥슨지티·넷게임즈 등)'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NXC 지분이 매각될 경우 넥슨코리아 역시 새 주인을 맞게 되는 구조다.

    더욱이 천문학적인 매각 규모로 인해 국내에선 인수를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력한 인수 후보로 중국의 텐센트, 미국의 EA와 디즈니 등이 물망에 오르자, 업계에선 기존 IP(지식재산권)를 비롯 개발기술, 인력 등의 유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김정주 대표가 수년 전부터 게임 외 신사업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온 만큼 결국 지분 매각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국내에선 마땅한 인수처가 없는 상태로 현재까지는 그간 인수에 적극적 관심을 나타낸 텐센트가 컨소시엄 구축을 통해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뛰어난 사업 수완가로 정평이 나 있는 김 대표가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는 것은 이미 신사업 구상과 함께 주요 인수 후보 확보를 마쳤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 국내 게임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해외 기업의 인수는 상당한 파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