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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준 Sep 18. 2015

#032. 메이즈 러너

'20세기 폭스'가 내 놓은 새로운 시리즈의 무난한 출발.



Title : The Maze Runner
Director : Wes Ball
Main Cast : Dylan O'Brian, Kaya Scodelario, Ki Hong Lee
Running Time : 113 min
Release Date : 2014.09.18. (국내)




01.

<해리포터> 시리즈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헐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소위 'Young Adult(YA)  Fiction'이라고 불리는 장르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된다. 물론 원조 격인 <해리포터> 시리즈는 물론, <헝거 게임>, <다이버전트 시리즈>, 지금 이야기하려는 <메이즈 러너>에 이르기까지 거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원작 소설로부터 스크린으로 옮겨진 작품들이기에 이런 경향이 헐리우드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이야기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중 문화라는 것이 매체별로 분절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한 쪽에서 높인 인기를 얻은 콘텐츠는 이내 곧 다른 장르로 차용되어 소비되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으므로 스크린 위의 이런 현상들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02.

이와 유사한 장르의 작품들 대부분이 같은 의도로 제작되고 비슷한 흐름으로 그 맥락을 이어가다 보니 몇 가지 공용되는 특징들도 생기기 시작한다. 일단 어린 연령대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일종의 성장 영화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 그들은 작품 속에서 분명히 악(惡)에 맞서 선(善) 역을 자처하며, 상당히 많은 어려움에 빠지지만 놀라운 기질 혹은 주변에 있는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해피 엔딩을 맞이하게 된다. 물론 그 속에는 사랑에 관한 내러티브도 포함되어 있으며, 유토피아를 향해 나아가는 무리를 방해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기저에 드러나 있기도 하다.


03.

이 작품 <메이즈 러너>도 이전의 같은 시리즈물들과 상당히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작들에 비해 눈길이 끌리는 것은 디테일한 설명들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타이트한 구조를 통해 긴장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원작 소설을 베이스로 하는 시리즈물의 첫 번째 작품의 경우, 원작 속 방대한 내용을 압축하여 설명하느라 긴장감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상당히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04.

앞서 이러한 장르들이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하기는 했으나 분명히 서로 다른 강점을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마법과 같은 동화적인 상상력을 원동력으로 삼고, <헝거 게임>이 화려한 액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과 달리 이 작품 <메이즈 러너>가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방식은 제한된 공간을 이용한 긴장감 유발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헝거 게임> 시리즈에서도 이러한 제약이 작품 속에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메이즈 러너>의 경우엔 제한된 공간이라는 조건이 작품 속 세계관과 부합한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든 행동에 제약이 되고 있고, 그들이 맞이하게 되는 모든 위기들 역시 그로부터 시작된다.


05.

(이 작품의 경우 이 영화 <메이즈 러너>를 관람한 후에 원작 소설을 모두 읽었다.) 이 작품을 보기 전에는 원서를 읽지 못했던 관계로 비교할 수 없었지만, 영화 속에는 원작 소설의 내용이 생략된 부분들이 있었으나 모든 스토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그리고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작품 치고 각 인물들이 등장하는 시간 배분에도 크게 무리가 없었던 것 같다. 원작 소설을 접한 뒤의 감상을 덧붙이자면 사실 많은 부분들이 잘린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인물들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 구조에 포커스를 조금 더 맞췄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06.

이 작품이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데는 서로 대립하는 두 가지 가치관이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다. "지키기 위해 세워놓은 규칙과 질서에 융통성이라는 개념이 존재해도 되는가?"에 대한 판단과 "잘 세워진 하나의 구조에 머물러 있는 것과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것 중 어떤 것에 더 큰 가치를 두어야 하는가?"에 대한 가치관이 바로 그것. 원작 소설에서도 이 부분을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는 않은데, 감독은 캐릭터들 사이에서 보이는 감정들을 통해 너무 무겁지 않은 선에서 이 문제들을 잘 표현해 낸 것 같다.


07.

한 가지 더, 이 작품은 위에서 언급했던 시리즈물들을 포함하더라도 그 동안 선보인 작품들 가운데 가장 영리해 보이는 방법으로 다음 시리즈와의 연계성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엔딩 장면에서 보이는 장면은 이 시리즈 전체 내용을 새롭게 전환함과 동시에 후속 편 <메이즈 러너 : 스코치 트라이얼>에 대한 기대감을 자연스럽게 도출한 연출이라는 생각이 든다.


08.

그렇다고 아쉬운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또 아니다. 많은 부분들이 생략된 채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데 집중하다 보니 원작에 존재했던 갈등이나 미로 속 위협들에 대한 묘사가 단조로운 부분이 있다. 또한 시리즈 전체의 방향키를 쥐고 있을 주인공 "토마스"와 "트리샤"의 과거에 여전히 물음표가 남은 채로 영화가 끝이 나 버렸다는 것이 향후 이 작품이 나아가는 데 하나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미로라는 공간을 단절하는 출구와 관련된 두 번의 장면에서 일관성이 부족했던 점 역시 작지만 아쉬운 부분이 아닐까?


09.

그 중에서도 가장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은 이 영화의 타이틀에 "러너"라는 단어가 들어간다고 해서 "뛰어야 살 수 있다는 것"에 포커스를 맞춘 마케팅이 아닐까? 북미에서도 동일한 방법으로 홍보가 되고 있어 국내 홍보사나 배급사의 문제는 아닌 것 같지만 영화 전체의 정체성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홍보 방법이 아니었나 싶다. 분명히 영화의 상당 부분에서 캐릭터들이 달리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영화 속에서 미로 속을 달리는 장면은 생각보다 그리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작품이 트릴로지(Trilogy, 3부작) 임을 생각한다면 영화 전체의 정체성에도 영향을 주는 부분이 아니었나.


10.

어느 작품이나 그렇듯 개인의 취향은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시리즈물의 첫 작품 치고 이 영화는 단편 자체만으로도, 시리즈 속 첫 작품으로도 괜찮은 영화였던 것 같다. 작품 속에 철학이 담겨있지 않고 가볍게 느껴진다고 이야기 할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단순한 팝콘 영화에 철학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다. 미로 속을 철학책 들고 뛰어봐야 무겁기만 하지..


P.S.  "뉴트" 역의 "토마스 생스터"를 볼 때마다 마술사 "최현우"씨가 떠올라서 힘들었다.




**이 글은 2013년부터 작성된 인스타그램 계정의 동일 연재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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