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KB국민은행, 파업 선포식 현장…1만명 규모 보고 ‘깜놀’

기사승인 2019-01-08 14: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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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이 18년 만에 파업에 들어갔다. 귀족노조의 파업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이날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는 1만 여명의 인파가 파업 선포식에 참석해 파업의 참여 열기를 보여줬다.   

이날 총파업의 열기는 잠실학생체육관에 인접한 지하철 역에서부터 느껴졌다. 체육관에 인접한 지하철 역 입구에서는 “본점에서 지점으로 인원을 파견했다. 지점장으로부터 연락이오고 있다”는 등 2~3명씩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노조 조합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지하철역을 나와 체육관 외부 입구에 다가가자 이러한 열기는 더욱 피부로 다가왔다. 입구에는 ‘총파업’이라는 붉은 머리띠를 두른 사람들이 도열해 파업 선포식에 참석하는 조합원들을 환영하고 있었다. 

체육관 내부로 들어가기 위한 입구 한쪽에는 종이 박스가 사람 키만큼 쌓여 있었다.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에게 나눠줄 물과 도시락 등 다양한 지원 물품으로 보였다. 입구의 또 다른 한 쪽에서는 단체 식사를 위한 식당까지 천막으로 마련돼 파업의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실내로 들어서자 붉은 머리띠를 두른 사람들로 복도가 혼잡했다. 복도 한편에는 돗자리를 피고 누워서 쉬고 있는 조합원도 보였다. 전날 심야에 진행된 파업 전야제에 이어 1박 2일로 행사에 참여한 인물로 보였다.

원형 돔안으로 들어서자 행사 시작 9시 전이었지만 7700석의 학생체육관 좌석이 모두 채워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기에 평소에는 스포츠 게임이 진행돼야 할 내부 그라운드 역시 빼곡한 의자와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다. 파업 참가 인원들은 지역에 따라 좌석을 달리해 앉아있었다. 

연단에서는 노조 간부들이 파업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조합원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잠시 후 국민은행의 영업시작 시간인 오전 9시가 되자 총파업 실시가 공식 선포됐다. 

삭발 모습으로 연단에 오른 박홍배 노조위원장은 “(사측이) 노조에는 이야기 한 바도 없는 200%의 보로금 지급 등 잘못된 교섭 이야기를 유포해 국민은행 직원들을 파렴치한으로 만들고 있다”며 사측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산별교섭에 동의한 허인 은행장이 싸인의 잉크가 마르지도 않은 시점에 약속을 어기고 있다”며 사측의 산별교섭 협의내용 이행을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연설 중간 중간 우는 듯한 모습을 보여 조합원들의 큰 지지를 받기도 했다.

이날 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행사에 동참한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도 연단에 올라 국민은행 노조의 파업을 지지했다. 특히 그는 국민은행의 모회사인 KB금융의 윤종규 회장에 대한 비판에 날을 세웠다. 허 위원장은 이번 파업에는 노조와 대화를 무시한 윤 회장의 책임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르포] KB국민은행, 파업 선포식 현장…1만명 규모 보고 ‘깜놀’행사는 오전 1부와 오후 2부로 나누어 진행됐다. 1부에서는 주로 내외 빈의 연설과 향후 투쟁계획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루었다. 2부는 피곤해 하는 조합원들을 위한 초청가수의 공연과 함께 파업과 관련한 당부사항 등을 전달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1부와 2부 사이에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는 파업 배경에 질문과 대답이 많이 나왔다. 박 위원장은 “이번 파업의 배경은 성과급에 있지 않다, 성과급이나 임금에 대해서는 사측의 수정제안을 받았고 이미 수용했다”며 “이번 파업의 핵심 쟁점은 산별교섭 사항인 임금피크제 1년 연장, 신입직원의 급여제한, 비정규직원 이었던 L0직원의 경력 인정 등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임단협이 마무리 될 때까지 매일 24시간 교섭의 의지가 있다”며 “지난달 종료된 중노위 조정절차에 이어 사후 조정을 신청할 계획도 있다”고 덧붙였다.

행사 중간 파업 참가증에 대한 안내도 자주 나왔다. 노조는 행사가 종료되고 나가는 인원들에게 파업 참가증을 교부할 것을 안내했고, 조합원들은 파업 참가증 때문인지 대부분 2부 행사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오후 1시가 넘어가자 자리를 이탈하는 인원이 보이기 시작했으며, 행사는 2시 조금 넘어 종료됐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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