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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19. 2017

겟 아웃

조금은 신선한 풍자 스릴러

내 몸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세상.


돈을 충분히 받는 대신 어느 시점에서 내 몸을 사용할 수 없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만약 그것이 합법이라면 생각보다 여파가 클 듯하다. 돈으로 사람의 노동을 사는 것을 넘어서 그 사람의 육체까지 소유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겟 아웃이 표현하는 방식에서는 신선했지만 범행을 하게 된 동기는 매우 익숙한 그것이었다. 영생을 누리고 싶은 탐욕스러운 돈 많은 노인과 기업인과 자본가를 영화 속에서 많이 만나본 기억이 난다. 


흑인 남자와 백인 여자의 조합은 각종 공포영화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구성이다. 보통 흑인 남자를 좋아하는 백인 여자를 육감적이지만 단순하고 우매한 느낌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다. 흑인과 백인의 사랑은 이루어지면 안 될 것 같은 터부 같은 심리적인 벽이 존재한다. 반면 백인 남자와 흑인 여자의 만남은 조금 더 너그럽다. 성과 인종에 대한 차별이 아직 깨끗하게 해소된 것 같지는 않다. 


겟 아웃에서 흑인 남자의 여자 친구인 로즈는 기존에 그려지던 그런 여성상과 조금 거리가 있었다. 이쁠뿐더러 어리석지도 않고 자기의 남자를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여성이다. 남자 친구인 크리스를 부모에게 인사를 시키면서 그가 안심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그를 보듬어 준다. 매우 평온해 보이는 마을에 도착한 크리스는 로즈의 부모나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묘하면서 이질적인 분위기를 감지한다. 대체 알 수 없는 이질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사람들이 부자연스럽게 자신을 보고 있으면서 깊숙한 곳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딸을 한 명 둔 매우 행복한 가정처럼 보이지만 로즈의 아빠는 칼날을 숨기고 있는 온화함을 가졌고 심리학자처럼 보이는 엄마는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숨긴 것처럼 보인다.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가족과의 이상한 동거는 시작된다. 이 가족들이 크리스의 건강을 편집증적이라고 보일만큼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굳이 크리스가 마을에 온 것을 환영하는 마을 파티를 시작하는데 마을 사람들은 모두 크리스를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바라본다. 크리스는 이 마을에서 완벽한 이방인이다. 마치 그를 마을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품평회를 열 듯이 그의 모든 것을 관찰한다. 크리스는 그를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에서 불편함과 동시에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이 마을에 사는 흑인들은 흑인들 같지 않다. 소울과 자유분방함이 있는 흑인들은 백인들처럼 움직이지도 생각하지도 않지만 이들은 마치 백인들과 같다. 그것도 나이가 상당히 있는 그런 백인들에게서 보이는 그런 행동과 말투에 크리스는 사진기를 가지고 그들의 뒤를 살핀다. 그러나 그런 그의 행동은 이들에게는 상당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게 되고 크리스를 조이는 안 보이는 힘은 더 강해진다. 

자신의 몸을 온전히 강탈당하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겟 아웃에서는 그 느낌을 잘 살려낸 것 같다. 사람들의 행동과 말에는 모두 이유가 있었으며 크리스에게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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