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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21. 2018

안평대군

비해당 48 영의 현대적 상상화

조선왕조에서 왕위에 오르지 않은 사람 중에 예술적인 소양을 가졌지만 비극적으로 세상을 마감한 사람이 있다. 세종의 셋째 아들이자 세조의 동생인 안평대군이 바로 그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학문을 좋아하고 시·글씨·그림에 모두 뛰어나 삼절이라 불렸으며, 거문고에도 능했던 안평대군은 수양대군이 계유정난을 일으켜 황보인·김종서 등을 제거할 때, 안평대군도 반역을 도모했다 하여 강화도로 유배되었고, 귀양지에서 죽었다.


하동문화예술회관에서는 비해당 48평의 현대적 상상화라는 주제로 안평대군의 비밀정원전을 열고 있었다. 궁중에 소장된 서화와 자신이 모은 중국 서화가들의 작품을 연구·수련하면서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이를 소개하는 등 당시 문화계의 중심인물이기도 했으니 그를 주제로 한 작품전은 의미가 있다. 

하동의 자하미술관에서는 안평대군이 태어난 지 60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전 전시전을 열었는데 그의 문화적, 예술적 업적을 조망하는 동시에 연구와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였다. 안평대군은 비해당이라는 곳에서 48가지의 아름다운 경치를 선택하여 그림으로 남겼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한다. 

비해당은 당대를 대표했던 성삼문, 이개, 김수온, 이현로, 서거정, 최항, 신숙주 등 아홉 사람을 초청하여 48곳의 경치를 구경시키고 그들에게 차례로 시를 지으라고 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바로 '비해당사십팔영'이다. 

모두 세보지는 않았지만 48평이니 48개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을 것이다. 안평대군의 정원에는 정말 이렇게 많은 비경이 숨겨져 있었을까.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물안개 피어오르는 분위기를 자아낸 '몽유도원도'는 무릉도원을 그렸다고 한다. 

안평대군의 꿈이 담겨 있는 '몽유도원도'는 지금 일본의 텐리대학에서 소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주 잠시 특별전이 열린 적이 있었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어서 한 사람당 30초씩만 볼 수 있었다. 

안평대군은 자신의 정원에서 색다른 색깔을 골라낼 수 있었던 것을 보면 그 역시 다양한 능력과 재능을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전시전을 와서 보니 총 48점이 아니라  이번 비밀정원전에는 현대미술 작가 19명이 작가적 감각과 상상력으로 조선 전기 문화를 주도한 안평대군의 문화·예술적 업적을 조망하고 연구·재해석한 회화, 사진, 영상 등 38점을 만나볼 수 있었다. 

수려한 산수가 그려져 있는 이곳에서 우러러볼수록 더욱 높고, 파고 들어갈수록 더욱 견고하며, 바라보면 앞에 있는 듯하다가 어느새 뒤에 와 있는 진리가 느껴진다. 뜻은 크면서 정직하지도 않고, 무지하면서 성실하지도 않으며, 무능하면서 신의도 없다면 그런 사람은 아예 상대하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은 단종을 사이에 두고 대척점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평대군은 예술을 사랑하고 글을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안평대군은 사사된 이후에 왕실의 족보에서 삭제되었다가 숙종 때 복원되었다. 


安平大君의 「序詩」

世間何處夢桃源 이 세상 어느 곳을 도원으로 꿈꾸었나,

野服山冠尙宛然. 은자들의 옷차림새 아직도 눈에 선하거늘.

著畫看來定好事, 그림으로 그려놓고 보니 참으로 좋을시고,

自多千載擬相傳. 천년을 이대로 전하여 봄 직하지 않은가.

後三年正月一夜, 삼 년 뒤 정월 초하룻날 밤,

在致知亭因披閱有作. 치지정(致知亭)에서 다시 이를 펼쳐 보고서 짓노라.      


안평대군의 비밀정원

비해당 48 영의 현대적 상상화

2018.11.5 -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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