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후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소망 Jul 07. 2017

마담 보바리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기만한 여자 그리고 파국

귀스타브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마담 보바리의 파멸,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그렇게 삶을 막장으로 몰아붙였을까.


❖ 삶을 대하는 태도

한 인간의 특성이 존재지향적이냐 목표지향적이냐에 따라서 삶을 대하는 태도는 달라집니다. 존재지향적 성향은 사물 및 현상의 존재만으로도 만족을 할 수 있지만 목표지향적 인간은 목표 성취를 통해서 만족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이 목표라는 것은 성취하고 나면 다음 목표를 설정해야 하기에 늘 현재보다는 미래에 행복을 설정하게 됩니다. 목표가 부재된 지금은 미래보다 불행합니다. 설사 목표를 이루더라도 다시 목표를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게 됩니다. 그러니까 목표를 성취한 그 순간-현재-만 행복하고 나머지는 덜 행복한 게 됩니다.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뚱뚱하거든요. 그는 절대적으로 비만일 수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뚱뚱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모습보다는 날씬해진 모습을 사랑하기로 하고 다이어트를 합니다. 술, 담배도 비슷합니다. 그럼 뚱뚱한데 그냥 인정하고 살아라 그게 아닙니다.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고 다이어트를 하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술을 마셨어요. 담배를 태웠어요. 그 순간을 사랑하라, 담배가 좋으니 계속 태우라, 그것 역시 아닙니다. 비록 몸에 안 좋은 담배를 태웠지만 그 모습을 인정하자는 겁니다. 아, 담배를 태운 난 쓸모없는 인간이야 그러니 이거 꼭 끊을 거야. 내일 끊을 거니깐 지금 몇 가치 더 태워야지. 술도 그런 마음으로 금주 결심 후 더 폭음하게 됩니다. 호르몬, 중독의 문제는 차치하고 삶의 대하는 성향으로 보면 이렇지 않을까요?


돈, 사랑, 명성이야 말하면 무엇하겠습니까.


귀스타브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의 엠마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모릅니다. 자신의 가치를 미래에,  자신도 확신하지 못하는 목표에, 존재하지도 않는 남자에 걸고자 합니다. 


❖ 목표 지향적인 마담 보바리, 엠마

 <마담 보바리>의 여 주인공 엠마(후에 마담 보리가 됩니다.)는 아버지와 단둘이 삽니다. 아버지는 아내와 사별 후 그녀를 기숙학교(수녀원)에 보내고, 그녀는 그곳에서 생활합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엠마는 아버지의 다리를 고쳐주기 위해 찾아온 의사를 만나게 됩니다. 엠마를 만나기 전 샤를르(보바리)는 이미 결혼을 한 상태였습니다. 자신의 어머니가 돈이 있어 보이는 과부와 결혼을 시켰지요. 그런데 이 여인이 얼마 있지 않아 죽고 맙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엠마의 아버지가 지참금을 별로 주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마음으로 엠마를 샤를르와 혼인시키려고 합니다. 물론 그 둘도 서로에게 그다지 불만은 없어 보였습니다만 결혼까지 생각할 만큼 애정이 있어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 둘은 그렇게 결혼을 합니다. 부모의 계산에 의한 결혼이지요. 이 둘의 결혼은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의 코제트와 마리우스와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전자는 다소 타인에 의한 결혼이었으나 후자의 둘은 타인도 막을 수 없는 결혼이었으니깐요. 

결혼하기 전까지 그녀는 사랑을 느낀다고 여겼었다. 그러나 그 사랑에서 응당 생겨야 할 행복이 찾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엠마는 여러 가지 책들에서 볼 때는 그렇게도 아름다워 보였던 희열이나 정열이니 도취니 하는 말들이 실제로 인생에서는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었다. p.55

문제는 바로 이 부분에 있습니다. 이 두 남녀는 서로에 의해서 행복해서 결혼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은 상대를 모르지만 결혼하면 사랑하게 되고 행복하겠지라고 생각한 겁니다. 만약 존재지향적인 삶의 태도를 가졌다면 지금 현재 상대와 행복하냐, 에서 출발하여 결혼으로 이어졌을 겁니다. 그러나 목표지향적이었기 때문에 지금은 모르나 미래에는 행복할 거야, 고 믿는 거지요. 물론 현재만, 현재가 더 중요하다는 게 아닙니다. 미래가 행복하기 위해서 현재의 행복도 중요하다는 걸 말하는 겁니다. 

엠마는 그걸 몰랐습니다. 이 남자와 행복한지도 모르고 결혼한 거죠. 

어떤 토양에 고유한 것이어서 그곳이 아니면 어느 곳에서도 잘 자리지 않는 식물이 있듯이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주는 곳이 이 세상 어디엔가 따로 있을 것 같았다. p.64

결혼 후 샤를르를 사랑하지 않는다, 행복하지 않다, 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시 목표를 설정합니다.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남자, 사랑에 빠질 남자를 찾습니다. 


❖ 목표 성취가 주지 못하는 만족감 그리고 파국

물론 엠바도 아주 잠깐이지만 나름의 노력 따위를 합니다. 남편에게 사랑을 느끼기 위해서, 정조를 지키기 위해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러나 그 잠깐은 지속되지 않고 사멸해 버립니다. 사실 우리들 모두 현재가 따분하고 지겨울 때가 있습니다. 연인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은 그 속에서 가치를 발견합니다. 그러나 목표지향적인 사람은 다르지요. 미래에 다른 곳에서 해결방법을 찾지요. 그곳에 삶의 가치가 있을 테니깐요. 그런데 이 목표 성취는 소금물과 비슷합니다. 


대양에서 표류하는 사람에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하나 있다고 합니다. 바로 바닷물입니다. 마실 물이 없는 바다에서 소금물은 곧장 갈증을 해결해 줄 수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목마름을 참지 못하고 바닷물을 마시게 되면 갈증은 배가 됩니다. 그 갈증은 바닷물을 부르고 그 바닷물은 다시 갈증을 부르지요. 그렇게 목마름으로 죽고 맙니다. 

그녀는 매번 요 다음번에 가면 깊은 쾌감을 맛보아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지만 닥치고 보면 아무것도 특별한 것을 느끼지 못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p.408

바닷물을 마시면 다시 바닷물을 마시게 되듯이 목표는 성취하게 되면 다시 목표를 설정하여야 합니다. 

이봐요! 그럼 목표 없이 사는 게 낫다는 거요?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목표라는 것은 현재에 충실히 살며 성취해 가는 과정이어야 하지 목표를 단계로 인식하고 거쳐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엠마는 남자와의 애정 행각으로 현재의 따분한 삶에서 도피했지만 그것은 목표 성취 이후에 오는 공허감을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그러니 더 그것에 몰입하고 더 자극적인 만남을 원하게 됩니다. 


마담 보바리를 파국으로 몰고 간 것은 그녀 자신이었습니다. 현재를 살지 못했던 여자, 그녀는 현재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잘못된 결혼을 하였고 잘못된 만남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누구나 항상 올바른 선택을 하지는 않습니다. 금연 후 담배를 피우고, 금주 후 음주를 하고, 결심은 작심삼일로 끝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결정을 잘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동산 투자, 결혼, 직업 등입니다. 그러나 존재지향적인 사람은 그런 삶에서 힘들어 하지만 좌절만 하고 도피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 순간인 현재를 인정하고 사랑하기에 더 잘해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리니깐 설사 잘못된 선택으로 불행이 찾아오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삶에서, 그 순간에서 행복을 찾게 됩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기만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현재를 사랑하고 온전하게 느껴야겠습니다. 그렇게 미래로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아베 코보, <모래의 여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