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달 안정현 Sep 12. 2017

시인의 사랑

마음달 심리상담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에 다녀와서 쓴 글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시인은 맑고 고운 시를 쓴다.

현실에서 그는  게임에 빠져있으며  알아들을 수 없는 시만 쓴다며 주위 사람들에게 무시당한다.

그는 월 30만 원 수입의 방과 후 교사를 하며 그는 제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문인 모임에서 시인의 시는 세상의 힘듬과 슬픔이 없다는 피드백을 듣는다.

그는 현실이 견디기 힘들다. 아버지가 될 능력도 없고, 생활을 유지할 능력도, 친구들의 말에 반박할 분노도 남아있지 않다. 마치 수족관에서 이리저리 다니는 물고기 같았다.


시인이 소년과 사랑에 빠진 것은 세상의 슬픔을 체험해보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달콤한 도넛을 파는 소년은 가난과 빈곤 속에서 씁쓸한 인생의 맛을 보고 있다.


시인은 소년에게 무엇이든 주고 싶어 진다.

소년의 매트, 통닭, 잔치 음식을 건넨다.

그저 받기만 하던 시인은 그렇게 변해간다.


시인은 웅클어있다가 참다가 목소리를 낸다.

거칠고 독한 말을 퍼붓는 소년의 어머니에게 시인이 분노를 표현한다.


결국 시인은 소년을 사랑하고 그 소년을 책임지겠다고 한다.


소년은 임신한 아내를 버리고서라도 떠나겠다던 시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시인은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돌아간다.

이후 시를 써서 비당 문학상을 받는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나고 소년은 시인을 찾아온다.

시인은 이제는 늦었다며 소년에게 3천만 원을 주며 돌려보낸다.

시인은 소년을 이용했다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너라도 이곳을 떠나라고 하면서

소년은 시인에게 슬픔을 알려주었다.

소년은 제주를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시인은 제주에 남아 그를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시인의 사랑은 실패했다. 

그러나,

시인이 소년을 보낸 뒤 생의 어두운 맛을 알게 되었고 그는 이제 깊이 있는 시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이 소년을 보낸 마지막 장면에서 시인이 눈물을 흘릴 때, 가슴이 막막해졌다.

어쩌면 사랑은 그 시간이 지나서야 제대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시인의 사랑이라는 제목에서 왠지 느리고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영화 마칠 시간이  되어 있었다.

시인의 아름다운 언어와 일상의 날 것인 언어들이 함께 어우러진 영화라서 즐겁기도 했다.


거친 모습으로 소모되던 양익준이 분한 시인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온몸의 힘의 뺀 시인의 무기력한 모습과 느릿한 말 투은 시인 그대로였다.


처음 영화를 제작한 감독은 제주에서 오랜 시간 살았다고 한다.

감독이 영화를 만들기를 꿈꾸지만 이룰 수 없었던 지난 시간들이 함축되어 있을 것이다.


가끔은 잉여의 시간이 내 삶을 지나가기도 하고, 슬픔이 몸에 박히기도 한다. 

그 시간들이 결국은 삶에 남아서 무언가를 만들어갈 것 같다.

무언가를 잃어봤던 상실의 아픔을 경험한 사람이 이 영화를 보면 좋을 것 같다.



 copyright 2017. 마음달 안정현  all rights reserved.


안정현은  마음달 심리상담의 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심리 전문가 및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두려움 너머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네이버티스토리브런치인스타그램 심리치료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더 테이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