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호주오픈 4강

지난겨울 장착한 비밀 무기는 ‘탄탄한 근육’이었다

이용균 기자

복근·허벅지 등 ‘중심근육’ 키워 포핸드 약점 완벽 보강

스피드도 높여…서브 파괴력 더하면 세계 톱10도 가능

정현이 24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테니스 샌드그렌과의 준준결승에서 상대 공격을 받아치고 있다. 멜버른 | AFP연합뉴스

정현이 24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테니스 샌드그렌과의 준준결승에서 상대 공격을 받아치고 있다. 멜버른 | AFP연합뉴스

두 발을 엔드라인에 맞춰 가지런히 놓는다. 오른발을 살짝 뒤로 뺀 뒤 상대 코트를 한 번 쳐다본다. 왼손으로 공을 하늘 높이 던져 올린다. 최고시속 200㎞ 언저리의 강서브를 넣기 위한 동작이다. 이때 정현(22·한국체대·삼성증권 후원)의 흰색 셔츠가 함께 따라올라가며 탄탄한 복근이 드러난다. 오른 어깨가 빠르게 돌아 라켓으로 공을 내리치기 전까지, 언뜻 보이는 정현의 복근이 한국 테니스 사상 첫 메이저대회 4강을 만든 비결이다.

정현과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임규태 SKY스포츠 해설위원은 “지난겨울 태국 전지훈련 뒤 정현의 코어 근육이 상당히 좋아졌다. 빠르고 크게 움직이면서도 스트로크 순간 스탠스가 안정됐고, 힘이 붙은 것이 이번 대회 좋은 성적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은 태국 전지훈련 때 1주일 동안 정현의 훈련을 지켜볼 수 있었다. 임 위원은 “그때 복근, 허리, 허벅지 등 코어 중심의 체력 훈련을 열심히 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복근과 허벅지는 현지 중계진도 칭찬하는 부분이다. 24일 테니스 샌드그렌(미국)과의 8강전 초반 호주오픈 현지 온라인 라디오 중계진은 정현에 대해 설명하면서 “허벅지가 대단하다. 탄탄한 근육이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대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단단해진 코어 근육을 바탕으로 약점이었던 포핸드 스트로크가 발전했다. 임 위원은 “과거에는 포핸드 스트로크 때 왼다리가 들리면서 톱 스핀이 먹히는 공을 많이 때렸다”고 말했다. 힘이 덜 실리는 데다 바운드 뒤 공의 힘이 뚝 떨어진다. 상대에게 덜 위협적이다. 임 위원은 “코어 근육에 힘이 생기면서 공을 때릴 때 자세가 안정됐다. 각도를 크게 바꿔 때리는 공에도 힘이 실린다”고 설명했다.

힘이 생기면서 플레이 스타일에도 발전이 이뤄졌다. 베이스라인 뒤에서 주로 이뤄지던 공격이 네트 쪽으로 조금 더 붙어서도 가능해졌다. 테니스에서는 앞으로 나가 공격할수록 상대를 압박한다. 각도를 크게 바꿔 때리는 힘 있는 포핸드 스트로크는 정현의 활발한 움직임과 함께 상대를 지치게 만든다. 샌드그렌은 3세트 막판 체력이 다한 모습이었다. 샌드그렌은 경기를 마친 뒤 “정현의 움직임도, 리턴도 좋았고, 포핸드 공격이 무척 좋았다”고 말했다.

백핸드 스트로크는 정현의 원래 장점이었다. 2016년 이 대회 1회전에서 노바크 조코비치에게 0-3으로 완패했을 때도 조코비치는 정현의 백핸드가 세계 톱10 수준이라고 칭찬한 바 있다. 약점이었던 포핸드 스트로크가 강해지면서 정현은 쑥 성장했다.

서브의 정확도가 좋아진 것도 메이저 4강의 비결이다. 스피드가 늘어난 것보다는 원하는 곳에 강하게 때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늘었다. 임 위원은 “서브가 구석구석을 향했다. 다만, 힘을 조금 더 키워 서브의 파괴력이 더해지면 더 높은 곳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정현의 세계랭킹은 58위다. 메이저대회 4강을 통해 30위권 이내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서브의 파괴력이 더해지면 세계랭킹 톱10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니시코리 게이는 세계랭킹 4위까지 오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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