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신진섭 기자
디자인=신진섭 기자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우선 이 글은 어떤 혐오가 좋고 나쁨의 가치 판단을 위한 것이 아님을 밝힌다. 유튜브에 '혐오' 콘텐츠가 주류로 부상했다는 '현상'을 기술하고 그 이면의 '원인'에 대해 분석하기 위해 작성됐다. '혐오'란 단어도 젠더적 해석이 아닌 '싫어하고 미워함'이라는 표준국어대사전의 뜻을 따랐다.


# 유튜버 '띠예' 활동 중단…"가능할 것 같다"?



ASMR을 주력 콘텐츠로 하는 초등학생 유튜버 '띠예'가 계속된 게시물 신고로 지난 16일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띠예는 "달콤이(팬을 지칭) 여러분 안녕하세요. 머랭 쿠키 ASMR도 신고가 됐다"며 "눈물이 찔끔 찔끔 나온다. 한 1달에서 2달 정도 잠깐 빠이 해야 될 것 같다. 정말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띠예의 구독자는 50만명에 육박한다.


앞서 유튜버 홍일은 자신의 계정을 통해 '띠예'를 성희롱 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그는 "저랑 띠예님이랑 12살 차이라 들었습니다"라며 "이 정도 나이 차이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홍일은 이후 자신의 계정명을 '죄송합니다'로 바꾸고 "저의 잘못된 표현으로 많은 분들께 오해를 일으켰습니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을 생기게 해서 정말 띠예님과 띠예님 부모님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전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띠예가 '왜', '어떻게',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활동을 중단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추측과 비난을 담은 영상들이 물밀 듯이 올라온다. 사건들을 정리하는 일명 '이슈튜브(이슈+유튜브)'와 이슈에 대한 자신의 소견을 말하는 '썰튜브'들이 사건을 반복 재생산한다. 논쟁과 혐오가 거세질수록 각 채널의 조회수는 늘어간다. 혐오의 낙수효과다.


# 산이 놓고 윾튜브 VS 데블스 TV의 '페미논쟁'… 모두가 웃었다



시작은 데블스TV가 산이의 래디컬 페미니스트를 비판하는 노래 '웅앵웅'에 대한 리액션 영상을 올리면서 부터다. 이 영상에서 데블스TV는 "산이가 진짜여성과 가짜를 나누고 있다"며 "여성혐오를 하고 있는 래퍼"라고 말했다. 이 영상은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에 오르고 조회수 200만가량을 찍으며 '대박'을 쳤다.


곧이어 윾튜브가 맞불을 놨다. '뭐 데빌스TV 김영빈이 페미코인에 참전했다고?', '일베는 사회악이지만 메갈은 그렇지 않다는 어느 유튜버' 등 영상을 연속적으로 올렸다. 저격 영상 중 일부는 조회수 100만을 상회했다. 윾튜브는 리액션 유튜브계의 신성이자 뜨거운 감자다. 몇 달 전 개설한 유튜브의 구독자 수가 벌써 50만명을 육박한다. 주요 콘텐츠는 한국 내 혐오 등 갈등상황에 대한 본인의 '썰'이다. 한국 페미니즘도 이미 여러 번 저격했다. 


역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윾튜브처럼 신분을 숨기기 위한 가면을 쓴 수십개의 '썰튜브' 운영자들이 이번 사태를 놓고 논평을 내놓기 시작한다. 반박과 재반박이 반복되고 각 채널의 조회수와 구독자는 상승한다. 누군가는 혐오를 욕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지지하기 위해서 유튜브를 클릭한다. 조회수는 돈이 된다. 


# 철구, 신태일, 갓건배… 혐오는 돈이 된다



혐오 콘텐츠의 인기는 비단 최근만의 일은 아니다. 이전에 등장한 철구, 신태일, 갓건배 등 크리에이터들도 혐오 콘텐츠의 '은혜'를 입었다. 플랫폼 사업자는 혐오 콘텐츠에 대해 최대 영구방송 금지 조치를 내렸으나 이들의 지명도 상승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아프리카 BJ(인터넷방송인) 철구는 지난해 3월 방송에서 "쓰레기통에서 들어가서 거기 냄새 맡으면서 살고, 평생 방구석에 똥칠하면서 결혼도 못하고 매일 기초수급금 받으면서 도시락이나 먹어라" 라는 발언을 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위에 등극했다. 불과 두 달 뒤인 같은 해 5월 철구는 시청자로부터 별풍선(인터넷 방송인에게 선물하기 위한 재화) 518개를 받고 '518'개를 '폭동'개로 칭했다. 또 몇 달 뒤 철구는 방송 중 "너같은 놈 만나주는 여자 없어." "동남아 쪽으로 만나봐라 개XX야."라고 말했다. 이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동남아 비하 발언에 대해서 유저들간 설전이 펼쳐졌다. 철구는 일련의 행동들로 사과문을 올리기는가 하면 일주일간 방송정지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인기는 날로 올라갔다.


아프리카 BJ 신태일은 사회적 약자들을 저격하며 세를 불렸다. PC방에서 초등학생이 먹고 있는 라면을 뺏어먹는다거나 제과점 아르바이트생에게 '제품에서 파리가 나왔다'며 장난전화(?)를 했다. 신태일의 방송은 욕설, 여성혐오와 패드립(가족비하)이 난무한다. "저질"이라는 비판과 신태일의 인기는 비례했다. 결국 아프리카와 유튜브는 신태일의 방송을 '영구금지' 시켰다. 그러나 신태일은 여전히 잘나간다. 유튜브에 신규계정을 주기적으로 생성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콘텐츠를 업데이트 해 한 달에 100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갓건배는 자칭 여성우월주의 유튜버, 메갈리아 유저다. 게임 내에서 불특정 다수의 남성에게 이유 없는 욕설을 내뱉고 남성혐오적, 성희롱적 닉네임을 사용하다 게임 회사로부터 '건전한 배틀 태그'로 아이디가 강제로 바뀌었고 이를 계기로 자신을 '건배'라 칭하기 시작했다. 주요 콘텐츠는 '남성혐오'다. 게임 중 만나는 남성게이머를 향해 이유 없이 욕설을 하는가 하면 자신이 사는 지역을 대전 '한남동', 학력은 '한남대' 박사 졸업이라고 적기도 했다. 대전에는 한남동이란 지역이 없으며 갓건배는 한남대를 나오지 않았다. 한국남성을 비하하는 '한남'이란 단어를 이용한 혐오발언이다. 갓건배는 유튜브, 트위치 등 플랫폼에서 영구정지 조치를 당했으나 현재도 비메오 등 영상플랫폼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기부금 형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혐오가 환전되는 방식 


디자인=신진섭 기자
디자인=신진섭 기자


세계적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자신의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에서 부정적인 생각이 뇌리에 박히는 과정을 설명했다. 우리가 어떤 프레임을 부정할 때에도 그 프레임은 활성화된다. 누군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면 당신은 코끼리를 생각하게 된다. 최근 콘텐츠 시장에서는 '어그로'라는 방식으로 발현된다.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프레임을 던지면 좋든 싫든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클릭으로 이어진다. 혐오는 이런 방식으로 환전(換錢)된다. 정치권에서는 과거부터 혐오를 담은 '과격발언'이 선거의 프레임을 짜는 방식으로 쓰여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한 MCN 관계자는 '혐오'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크리에이터들이 단숨에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데블스 TV의 콘텐츠를 둘러싸고 '페미코인'이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즉 안 알려진 크리에이터들은 더욱 더 자극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를 선택하고 화제가 되어 '인기'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어 유튜브의 관음성도 혐오 콘텐츠가 득세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유튜브는 관음적인 공간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내 친구들은, 내 미팅 상대는, 다른 친구들은, 다른 대학교 애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궁금해 한다. 그러다보니, 현실에서는 혐오 관련 이야기를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지만 유튜브라는 익명성 안에서는 마음 놓고 소구할 수 있는 것."


게임 콘텐츠를 운영하는 한 유튜버는 혐오 콘텐츠가 전문성에서 대중성으로 넘어가는 한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유튜브를 시작할 때는 남들이 안 하는 전문적인 영역으로 시작해 초기 구독자를 확보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구독자수가 확보되고 채널을 키우려면 대중성 있는 콘텐츠를 찾게 된다. 최근 트렌드를 보면 혐오 콘텐츠의 시청자 유입량이 엄청나서 다들 '혐오코인'에 탑승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


어그로: 관심을 끄는 행위 또는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  온라인 게임 용어에서 유래됐다. 몬스터가 자신에게 가장 많은 데미지를 입힌 플레이어를 타겟으로 공격하는 시스템을 온라인 게임 사용자들 사이에서 '어그로(Aggro)', 혹은 '어그레시브(Aggressive)'라고 부른 것에서 따왔다.


BJ: 인터넷 방송인을 칭하는 약어. 온라인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에서 '방장' 을 알파벳 두개로 줄여서 BJ라고 부른데서 유래됐다. 현재는  Broadcasting Jockey의 약자라고 홍보하고 있다.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직역하면 자율 감각 쾌감 작용.  한국에서는 일상 소음 혹은 백색잡음 이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온라인 방송계에선 음식 먹는 소리 등 일상의 소음을 고품질의 마이크로 담아 전달하는 콘텐츠를 일컫는다. 


저격: 일정한 대상을 노려서 치거나 총을 쏨. 온라인 방송에선 특정인을 상대로 한 발언이나 콘텐츠를 말한다. 


떡상: 디시인사이드 비트코인 갤러리에서 사용됐던 유행어로 가상화폐 가격이 급격히 올르는 현상을 가리킨다. 접두어 '떡'을 강조의 의미로 사용한 것. 반대로 주가가 급락하면 '떡락'이라고 표현한다.


ㅇㅇ코인: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한 데서 유래한 단어. 부침 또는 논란이 거센 사안 뒤에  코인을 붙이는 식으로 사용된다.


리액션 영상: 어떤 사안이나 인물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영상 형식으로 표현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