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일본이란 파트너가 있어 다행이다'
기사입력 2009-03-1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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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로의 말처럼 WBC를 통해 한국은 무슨 애인 만나듯 일본과 자주 맞닥뜨리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한 경기 치를 때마다 야단법석을 떨 수밖에 없는 관계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이런 자세를 유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표팀 김인식 감독의 생각도 그랬다. "일본처럼 야구에 관심 많고 야구를 잘하는 나라가 근거리에 있어서 맞대결할 기회가 많다는 게 한국 야구에도 그간 도움이 된 것으로 생각하시는가"란 질문을 김 감독에게 던졌다. 답변은 간단했다. "당연하지"였다.
적어도 야구에 있어서 일본은 최근 10년간 한국프로야구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심리적 동력으로 작용했다. 90년대에 세차례 슈퍼게임이 열렸지만 그야말로 이벤트성 대회였고, 일본측에선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한국에서만 요란했을 뿐이다.
그런데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이 일본을 두차례 꺾으면서 조금씩 얘기가 달라졌다. 특히 2006년의 1회 WBC를 겪은 뒤 일본은 한국 야구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한국은 이미 일본 야구의 정교한 장점을 어느 정도 뽑아내 국내 리그에 적용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후 일본은 한국을 무시하던 상대에서 신경쓸 상대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요즘엔 오키나와 전훈캠프 같은 곳에선 일본이 연습경기 상대로 간절히 한국팀을 원할 정도다.
김인식 감독은 여전히 "일본은 투수력에서 세계 최강이다. 이번 WBC 우승 후보를 한 팀만 꼽으라면 분명 일본을 지목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김 감독은 아직 한국 야구가 일본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일본 야구의 뛰어난 부분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국가대항전에선 치열한 전투를 벌이되 스코어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그로부터 얻는 부분을 향후 전력상승으로 연결시켜갈 노력이 필요하다. 김인식 감독은 "아무래도 일본이 수준이 높지. 우리가 대표팀 한팀만 만들어서 붙으면 지금은 동등한 상황까지 오게 됐지만 일본 야구가 잘하는 건 계속 배워야 해"라고 말했다.
어차피 WBC는 다음 대회에서도 아시아권의 일본, 한국을 의식한 일정과 규정으로 진행될 것이다. 특히 한국에게 있어선, WBC에서 일본과 계속 맞붙는 게 스트레스라기보다는 기회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 샌디에이고(미국 캘리포니아주) =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