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가축, 인도적 살처분 필요”

최명애·김다슬 기자

수의사·동물보호단체 ‘생매장 방식’ 비판

구제역으로 인한 살처분 가축이 전체 소·돼지의 10%에 이르면서 생매장과 비인도적 살처분 방식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안락사 등 인도적 살처분 방식을 택하고 있다.

10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6개 시·도, 49개 시·군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가축은 133만9387마리에 이른다. 보상금 등 비용은 1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경기 안성시 서운동 신흥리 오리농장에서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 충남과 호남에 제한됐던 AI가 경기도까지 퍼졌다.

살처분되는 가축들은 큰 고통을 겪으며 죽어가고 있다. 현재 가축 살처분에 사용하는 약물은 ‘염화 석시니콜린’이다. 이 약물은 짧은 시간에 작용하는 근육이완제로, 근육이 마비돼 통증에 반응하지는 못하지만 의식이 또렷해 그대로 고통을 느끼게 된다.

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이 약물을 주입하면 소의 경우에는 사망에 이르기도 하지만 돼지는 반응을 안하는 경우도 많다”며 “살아 있는 돼지가 발버둥치면 침출 등 2차오염을 막기 위해 깔아놓은 비닐이 찢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살처분이 불가피하다면 매몰에 앞서 동물을 고통 없이 안락사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살처분 지침에는 전기·가스·타격 등으로 의식을 잃거나 죽게 한 뒤 매장하도록 돼 있지만, 대부분 처분 시간이 짧고 비용이 적게 드는 생매장을 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에서는 가축의 나이·크기 등에 따라 적합한 인도적 살처분 방식을 따로 매뉴얼화하고 있다. 살처분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안전·동물복지·실용성·가격·보건적 관점 등 여러 가지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미국 양돈 수의사회의 매뉴얼에는 “살처분은 인도적인 과정으로 반드시 빠르고 효과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돼 있고, 미국 소(牛) 수의사회 역시 “살처분 시 먼저 가축을 고통 없는 방법으로 의식이 없는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매뉴얼에는 돼지의 나이, 크기에 따라 고통 없이 안락사시킬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방식을 소개했다. 3주 미만(5.5㎏)의 어린 돼지에게는 이산화탄소(CO2) 주입·전기 충격·마취제 사용 등이 적합하며, 3~10주(32㎏ 미만) 돼지부터는 사격(Gunshot)이나 도살용 가축총(Captive bolt) 사용 등의 방식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안락사 방법이 살처분을 실시하는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불쾌감을 유발하는지도 소개했다. 예컨대 둔기(Blunt trauma) 사용은 3주 미만의 돼지에게 좋은 안락사 수단 중 하나지만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주의를 요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살처분·매몰 작업을 하는 공무원, 관계자 등은 심각한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농수산식품부 이상길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생매장 등의 논란에 대해 “(안락사에 사용되는) 근육이완제 수급이 일시적으로 부족하다”며 “이산화탄소 주입으로 질식시키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방식을 사용하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 전용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4개 회사에 의약품 허가를 줬고, 1월 중순까지 50여만마리 분을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명애·김다슬 기자 amorfati@kyunghyang.com>

[뉴스 라운드업] 가축전염병-AI에서 구제역까지

[시사 Timeline] 구제역, 언제 어디서 발생했나

[구정은의 ‘오들오들매거진’] ‘전염병’ 그 흉흉한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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