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매몰지 주변 마을 ‘식수 공포’

최명애 기자

상수도 없는 1576곳 ‘침출 지하수’ 마실판

대부분 소독 않고 사용병원균 유입 가능성 커

구제역 매몰지에 인접하지만 상수도가 들어오지 않아 지하수를 이용해야 하는 마을이 전국적으로 1500곳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몰지 침출수가 지하수로 들어갈 경우 식수 확보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 관련기사 4면

20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 초부터 구제역 매몰지 반경 3㎞ 이내 지역 가운데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은 마을을 조사한 결과 10개 시·도 1576곳으로 집계됐다. 2008년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당시 229곳, 2009년 26곳, 지난해 경기 북부 구제역 발생 당시의 52곳과 비교하면 매우 많은 규모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역이 발생함에 따라 상수도 공급이 시급한 마을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말 현재 상수도를 갖추지 못한 경북 안동시 등 17개 시·군 구제역 매몰지 인근 584곳에 대해 1차 지원을 실시했다. 857억원을 들여 올 상반기 완료 예정으로 상수도 보급 공사가 진행 중이다.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은 마을들은 지하수, 계곡물, 마을 간이상수도 등을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다단계 정수 처리를 거치는 수돗물과 달리 지하수 등은 멸균·소독 처리 과정이 없다. 매몰지의 침출수가 지하수로 들어갈 경우 침출수의 병원성 미생물, 질소 화합물 등이 식수로까지 유입될 수 있는 것이다. 침출수의 질산성 질소는 많은 양을 마시면 혈액 속 산소 운반을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실루스균, 살모넬라균 등 병원성 미생물은 식중독의 원인균으로 꼽힌다.

국립환경과학원 상하수도연구과의 정원화 박사는 “상수도는 병원성 미생물이 유입되더라도 99% 이상 처리가 가능하지만, 지하수는 별도의 소독 절차가 없어 처리가 어렵다”며 “침출수 유출이 확인되면 음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제역 매몰지 인접 지역의 상수도 보급률이 낮은 것은 우리나라의 상수도 보급이 도시 지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2009년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상수도 보급률은 93.5%이지만 면 단위는 51.0%에 불과하다. 특히 이번 구제역으로 인한 매몰지가 많은 경기 양평군의 상수도 보급률은 42.6%, 여주군은 67.0%에 그쳤다.

안문수 환경부 상하수도정책관은 “아직까지 구제역이나 AI 발생으로 인한 매몰로 침출수가 지하수로 유출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침출수 유출이 밝혀지면 식수 이용을 중단하고, 오염물질 농도가 높으면 관정 자체를 폐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안전한 물 공급을 위해 매몰지 인근 지역의 상수도 보급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