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주제분류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서경석 52건

제공처 정보

서경석

서울대 국문과 졸업, 문학박사, 현재 한양대학교 교수. 저서 『한국 근대 리얼리즘문학사 연구』, 『한국 근대문학사론』, 『한국문학 100년』(공저) 등 다수

  • [강노향, 산에 가는 사나이] 쇠돌이 윤길이 삼석이의 집을 지나 마성의 통행문 같은 이지주네 대문 안을 쑥 들어서서 안마당으로 들어간 윤석이는 안마루에 걸터앉아서 거만스럽게 담배를 피우고 있는 이지주의 넷째 첩을 곁눈으로 흘겼다. "왜 시방 오느냐." 사람 나무라기 딱 좋은 깽깽한 소리로 넷째 첩은 윤석이를 향하여 고함을 쳤다.(신소년, 1931. 11.) [채만식, 어머니를 찾아서] 무심결에 아주 무심결입니다. 눈을 전차에로 돌리다가 부룩쇠는 억! 하고 놀래어 반가운 소리를 외쳤습니다. 어머니가 그렇게도 찾던 어머니가 전철 속에 있던 것입니다. 이 편을 보지는 아니해도 열어제친 창안으로 보이는 그 얼굴은 부룩쇠가 꿈에도 잊지 못하던 어머니의 얼굴입니다. 도럄직하니 볼과 턱이 토실토실하고 그러고 서늘한 큰 눈 그러한 잊혀지지 아니하는 어머니의 얼굴인데 전차 창으로 우두커니 무엇을 보고 있는 그 얼굴은 옷도 부룩쇠의 눈에 젖은 분홍적삼이 아니요, 얼굴도 조금 달라진 듯 하기

  • [권경완, 마지막 웃음] 솜 같은 눈은 보슬보슬 온다. 간밤에 온 눈만 해도 발이 푹푹 빠지게 쌓였다. 또 어떤 때는 눈이 껑껑 얼어 스케트장보다 더 미끄럽게 되어 갑두는 몇 번이나 지게를 지고 엎어질 뻔하였다.(신소년, 1926. 4.) [송근우, 이천냥 빚으로 대신 가는 언년이] 날이 흐리고 우레가 울고 비가 오기를 이십일 동안이나 할 줄이야 누가 꿈이나 꾸었겠습니까? 그 끝에는 삽시간에 뻘건 물이 넘치며 언덕 하나 없는 이 섬에 미쳐 날뛰는 물결이 무서운 소리를 지르며 사면에서 에워싸며 달겨들더니 어떤 집은 기울어트리고 어떤 집은 폭삭 주저앉히고 어떤 집은 기둥 그루 가지 파 가지고 달아났습니다. 그러고 밭에는 그렇게 잘 실렸던 낟알들이 혹은 쓰러지고 혹은 묻히고 혹은 천 길 만 길 굴함을 파 가지고 몽창 떠나갔습니다. 늙은이와 어린이는 배에 오르고 해서 구차한 목숨을 살려냈습니다. * * * 보리 가을도 어느덧 다 맞추게 되었습니다. 무연한 벌판에는 기름이 뚝뚝 흐

  • [살별, 때 놓친 굿바이] 곁집은―곁집이라고는 하여 울타리 너머로 큰 마당이 있고 그 마당 저쪽으로 보이는 교회에 딸린 집이지만은―매일 떠난 집 같이 고요하여서 좀처럼 꽃밭에는 사람 꼴을 볼 수 없었다.(신소년, 1927. 3.~4.) [방정환, 나의 어릴 때 이야기] 그때 우리 집은 서울 야주개에 있었는데 장사를 크게 하였던 고로 돈도 넉넉히 있어서 지금 생각하여도 대단히 큰 기와집을 하나 가지고는 부족하여서 두 집을 사서 사이를 트고 한 집을 만들어 쓰고 있었습니다. 그래 집 속에서 이 쪽 끝까지 가려면 한참 동안을 잊어버리고 가야 하였습니다.(어린이, 1928. 3.) [최병화, 소녀의 심장] 아름답고 귀한 것을 좋아하시는 나랏님 한 분이 있었습니다. 그리하야 이 나랏님은 이 세상에서 아름답고 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자기 것을 맨들고야 맙니다. 그러므로 이 나랏님의 대궐 속은 어디를 가든지 아름답고 귀한 것으로 꼭 찼습니다. 마루에는 얼룩덜룩하고 푹신푹신한 호피가

  • [방정환, 사월그믐날 밤] 사람들이 모두 잠자는 밤중이었습니다. 절간에서 밤에 치는 종소리도 그친 지 오래 된 깊은 밤이었습니다. 깊은 하늘에 빤짝이는 별밖에 아무 소리도 없는 고요한 밤중이었습니다.(어린이, 1924. 5.) [방정환, 동생을 찾으러] 달 밝은 밤이었습니다. 무섭게 시꺼멓던 구름이 활짝 벗겨지고, 평화로운 둥근 달이 시원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밤이었습니다.(어린이, 1925. 1.~10.) [방정환, 칠칠단의 비밀] 밤! 깊은 밤! 개도 자고, 한길도 자고, 전등까지 지붕까지 잠자는 깊디깊은 밤! 세상은 무덤 속 같이 고요한데, 여관 뒤꼍 변소 옆 오동나무 밑에서 무언지 가끔가끔 꾸물꾸물 움직이는 것이 있었습니다.(어린이, 1926.~1927.) [권경완, 아버지] 그날 저녁에 혼자 이층에서 어머니 계신 서쪽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치 밤은 죽은 듯이 고요하고 있는데 밝은 달은 공중에 떠서 나를 불쌍히 여기는 듯이 내려다보고 있으며 뒷집 대밭에서는 찬바람

  • [이태준, 불쌍한 소년 미술가] 지난 여름 어느 날 오후였습니다. 날이 어찌 더운지 이층집 삼층집들도 그만 양초처럼 녹아서 주저앉는 것 같고 기계로 다니는 전차나 자동차도 굼벵이처럼 풀이 죽어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나도 두 어깨를 늘어뜨리고 흐느적흐느적 구리개 네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다가 그 불 곁 같은 뜨거운 햇빛이 눈이 부시게 쏟아지는 벽돌 집 앞에 길 가던 여러 사람들이 뜨거운 줄도 모르고 빙― 둘러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어린이, 1929. 2.) [태영선, 불탄촌] 동편에 노을이 불그레할 때 철수는 눈을 떴다. 철수는 눈을 뜨면서 하늘을 치여다 보았다. 그러나 비는 올 생각도 아니하고 시뻘건 해가 내리비치었다. 철수는 어찌나 더운지 밥을 먹은 후에 물방아 앞으로 놀러갔다. 그곳에는 여러 동무들이 모여 있다. 논은 쪽쪽 갈라지고 벼는 이글이글 타들어간다. * * * 철수는 물방아 앞도 더워서 일상 나무 밑으로 갔다. 철수는 눈살을 찌푸리고 논을 한

  • [신영철, 새 날리는 소녀와 열치] 어느 밭가 수숫대에 몸뚱이가 조그만하고 수염을 쪽 뻗치고 두 다리가 기다란하고 날갑지가 커다란 여치 한 마리가 거미줄에 걸리어 대롱대롱한 채 거기서 벗어나려고 포닥포닥하고 날개를 치나 치면 필수록 끈끈한 거미줄에 더 들러붙기만 하였습니다. * * * 바람은 선들선들한 기운을 가지고 누워 있는 순이의 답답한 머리를 씻어주고 한 마리 여치는 등장 뒤 벽 위에 가 훌딱 날아앉더니 고 다정하고 얌전하게 생긴 몸뚱이와 날갑지를 쳐들었다 놓았다 하며 예쁘고 솜씨 좋은 색시가 베틀에 올라앉아서 발 놀리고 손 놀리는 대로 찔꾹찔꾹하듯이 찌르륵짜르륵하다가는 다시 베를 다듬는 듯이 썩썩썩하며 빨랐다 늦었다 하고 시작했다 그쳤다 하였습니다.(신소년, 1925.) [이태준, 어린 수문장] 훌쭉해진 뱃가죽을 축 늘어트리고 뒷다리들은 짝 벌리고 앙거러지게 앉아서 젖 빠는 새끼들을 번갈아 내려다보는 그의 어미 개의 알른거리는 눈알은 비록 짐승일망정...

  • [북극성, 동생을 찾으러] 좁은 방에 끌려 들어가서 두 손을 묶이어 쓰러져 있는 어린 창호는 그 무지한 놈의 발길에 차이고 몽둥이로 얻어맞고 꼬집히고 고개를 비틀리고 심한 놈은 달려들어 한숨에 죽일 것처럼 손으로 창호의 모가지를 감아쥐고 그 길다란 손톱으로 목을 눌러서 창호의 목에는 초생달같이 손톱 자국이 나고 거기서 피가 흐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 그만 그 어리고 약한 창호의 몸은 헌 솜 같이 늘어져서 흐늑흐늑하건만은 그래도 그 놈들이 묻는 말에는 이를 악물고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무지한 놈들은 더욱 사납게 두들기지만은 창호는 낑낑 앓는 소리를 내면서 그래도 대답은 영영 하지 않았습니다. 놈들도 골이 머리끝까지 뻗쳐서 기어코 창호의 손발을 묶어서 천장에다가 거꾸로 매어 달아 놓았습니다. 창호는 그만 피가 내리 쏠려서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몇 분이 못 지나서 다시 새파랗게 송장보다 더 무섭게 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 * * "에잇!!" 소리 치면서...

  • [소파, 삼태성] 옛날 옛적 아주 옛적 어느 시골에 이상한 노인이 한 분 있었습니다. 얼굴빛과 수염 빛이 똑같이 하얘서 얼른 보기에 보통사람 같지 않은 이였으나 인정 많게 생긴 눈과 어린 사람 입같이 어여쁜 입모습이 웃음을 띠고 있어서 퍽 사람 좋아 보이는 이였습니다.(신여성, 1924. 5.) [권경완, 아버지] 그 쭈글쭈글한 낫반대기로 쫑긋한 흰 눈썹으로 괴심스럽게도 쳐다보는 것이 백여호가 둔갑을 한 것이나 아닌가 싶어서 겁이 나더이다.(신소년, 1925. 7.~9.) [방정환, 칠칠단의 비밀] 빈 집 마당에서 낮잠 자는 강아지같이 쓸쓸하게, 심심하게, 나른하게 네댓 사람이 있을 때, 이상한 조선 노인 한 분이 곡마단 천막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머리는 반이나 희끗희끗하고 옷은 몹시 초라하였습니다. 신발이라고는 다 찢어진 고무신을 이리 꿰매고 저리 꿰매서 간신히 발에 걸고 있었습니다. * * * 상호와 기호는 여관 이층에서 저녁밥을 먹고 마루 난간에 나와 서 있었습니다.

  • [살별, 때 놓친 굿바이] 그 이튿날 아침 일을 하고 있는 수길이의 정신은 왼통 곁집 마당에 쏠리어 있었다. 그 애의 몸은 그 생각 때문에 이상한 행복에 넘쳤었다. 그 애는 가슴속에서 이때까지 겪어보지 못한 모험을 시험한다는 용기로 저절로 맘이 뛰놀았다. 그것은 첨 보는 딴 나라 소녀를 똑바로 보아주리라 하는 것이었다. 숫기 없는 그 애는 그것이 확실한 모험같이 생각되었다. 그래 어떤 때는 겨우 짐작할 만한 아침바람이 벌판을 거쳐가는 듯한 기미에 또 어떤 때는 무엇인지 버러지 떼가 뛰노는 소리에 가슴을 찔리면서 가마니 이쪽으로 걸어오는 조그만 발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다.(신소년, 1927. 3.~4.) [이석훈, 아버지를 찾아서] 눈곱이 더덕더덕 붙은 눈을 비비면서 하품을 두어 번 연거푸 하고 일어났습니다. 당황한 일남이는 서울 동물원 안에 있는 하마와도 같이 느리고 느린 형님 태도가 무척 안타깝고 뺨이라도 갈겨 주고 싶으리만치 미웠습니다.(조선일보, 1929. 11.) [

  • [정관수, 팔색마 이야기] 그 구덩이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아래로 내려가는 사다리 하나가 놓여 있으므로 '이리로 내려가면 목을 축일 물이나 시장기를 면할 음식이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하여 무서운 생각도 없이 사다리로 내려갔습니다. 내려가니까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점점 그 속이 어두워지기만 하고 밑에서는 괴상한 찬바람이 휙― 휙― 불어오는 고로 소름이 쪽 끼쳤습니다. 두군거리는 가슴을 억지로 진정해 가지고 사다리 맨 밑까지 내려가니까 그곳에는 또 둥그렇고 큰 굴이 있고 그 속에서는 훤한 빛이 비취어 나와서 갑자기 사면이 밝게 되었습니다.(어린이, 1923. 12.) [방정환, 칠칠단의 비밀] 희미하게 불빛이 비치는, 으슥하고 컴컴한 방을 셋이나 지나서 다시 아래로 내려가는 캄캄한 층계를 셋이나 더듬어 내려가자, 사람들의 소리가 귀 옆에서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 * * 앞에 선 키 큰 놈이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상호도 뒤따라 들어섰습니다. 그 곳은 마치 학교 교실 둘을

  • [방정환, 칠칠단의 비밀] 세 술도 채 못 뜨고 밥상을 도로 물린 상호는, 방문을 꼭꼭 닫고 거울 앞에 앉아 얼굴을 변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눈 가장자리에 푸른 칠을 하고, 코밑에 조그만 수염을 붙이고(이러한 일은 곡마단에서 날마다 하는 짓이어서, 아주 능숙하였습니다), 모자를 눌러쓰고 다시 여관 문을 나설 때에는, 여관 하인도 아까 들어왔던 손님인줄 알지 못하였습니다. 상호는 여관에서 나오는 길로 곧 상점을 찾아갔습니다. 거기서 뿔테 안경을 손에 잡히는 대로 사서 쓰고, 지팡이도 하나 사서 짚었습니다.(어린이, 1926.~1927.) [방정환, 만년샤쓰] 창남이가 오늘은 양복 웃저고리에 바지는 어쨌는지 얄따랗고 해어져 뚫어진 조선 겹바지를 입고 버선도 안 신고 맨발에 짚신을 끌고 뚜벅뚜벅 걸어온 까닭이었다. 맨 가슴에 양복저고리 위는 양복저고리 아래는 조선바지 (그나마 다 뚫어진 겹바지) 맨발의 짚신. 그 꼴을 하고 이십 리 길을 걸어왔으니 행길에서는 오죽 웃었으랴.(어

  • [몽견초, 이상한 인연] 둥글면서도 갸름한 얼굴, 오뚝한 코, 둥글고 서늘한 눈! 두 눈의 쌍꺼풀진 것까지 어쩌면 그렇게도 똑같겠습니까. 가는 허리 날씬한 키까지 한판에 박아낸 것 같이 무섭게도 똑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이상한 것은 머리 튼 것까지 입은 옷까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양말, 구두까지 한 사람이 한 손으로 한 상점에 가서 사다가 한 사람 손으로 똑같은 치수로 지어 입은 것 같았습니다. 아니 그와 순자와 둘 중에 하나는 거울 속에 비취는 그림자인가 싶었습니다.(신여성, 1924. 4.) [방정환, 칠칠단의 비밀] 한길 저쪽에서 지옥에 갔다 온 듯싶은 순자가 걸어오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혼자서 걸어오는 것이 아니고, 그 무서운 마귀 같은 단장과 독사 같은 단장 마누라와 그리고 그 부하들과 함께 걸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아아, 그 파리하고 생기 없는 얼굴, 물에 젖은 솜같이 축 늘어진 두 어깨, 죽지 못해 끌려오는 걸음걸이. *** 매를 맞다 맞다 못하

  • [맹주천, 꽃다운 소녀의 맘] 그때는 벌써 저녁때라 사방에는 어둠이 나리고 거리에는 이 집 저 집에서 환한 불빛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 환한 쌍불을 켠 자동차와 덜컥거리는 마차들이 눈 속으로 다름질합니다.(신소년, 1926.) [이명식, 인호] 눈 옷 입은 산봉우리 위에 남아 있던 석양의 빛이 스르르 자취를 감추고 어둑한 황혼이 흘러들어 집 속까지 흐리기 시작하는 이때까지 인호는 추운 것도 배고픈 것도 다 잊어버리고 산마루로 헤메이며 집에 돌아 갈 줄을 몰랐다.(조선일보, 1930.) [강노향, 여명] 해는 벌써 깜박 넘어가고 멀리 먼 서쪽 하늘은 불타고 있다. 어데선지 새소리가 들린다. 서늘한 여름 저녁 미풍이 더운 기운을 꽉 누르고 불고 있다. 산 아래의 집집에서는 가느다란 연기가 고불고불 올라오고 있고 어데선지 들에 갔던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가 들려온다.(신소년, 1931. 7.) [강노향, 농촌의 황혼] 누엿누엿 넘어가던 붉은 해는 벌써 서산에 자취를 감추고 저녁

  • [권경완, 마지막 웃음] 주인 나리는 그 말도 듣는 체 만 체하고 한참 동안 생선바구니를 기웃기웃하더니 하얀 두 손가락을 내밀어 생선 엮은 짚 고갱이를 날카롭게 쥐어들고―그 옥 같은 손이 더러워질까 봐서―코에 싱긋싱긋 맡아보더니 눈을 밉살스럽게도 찡그리면서 "이에 이게 썩지 않았니?"(신소년, 1926. 4.) [배극성, 소년 삼태성] 그가 열네 살 때의 봄까지는 경성서 ××보통학교에 다녔는데 그때에 그 학교 선생님 중에 장국환 씨라는 퍽 좋은 선생님이 계셔서 학교에서 글을 가르치실 때에는 퍽 어렵고 무섭게 구시지만 공부가 끝난 후에 재미있는 이야기 같은 것을 하여 주실 때에는 퍽도 다정스러우시고 부드러우면서 좋은 이야기를 하여 주실 때에는 자기 눈에 눈물을 흘리면서 기운나는 말씀을 해주시고, 해주시고 하였습니다.(어린이, 1929. 1.) [건덕방인, 귀여운 복수] 이 학교에서 장난꾼들에게 말라깽이라고 놀림을 받는 김 선생님은 나이 서른도 못 되셨건만 뼈만 앙상하게 남은

  • [우촌, 노란손수건] 그 편지를 읽고 순희는 어떻게 울었는지 모릅니다. 조금만 책상 위에 빤―하게 켜 있는 전기등불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면 눈물 고인 눈에 아버지의 얼굴이 자꾸 보여서 참다 못하여 빈 벽을 향하고 아버지야! 아버지이 하고 부르기도 몇 번이나 하였습니다. 그럴 적마다 어머니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져서 바느질감을 적시었습니다. 멀고 먼 객지에서 고생을 하시는 아버지의 얼굴은 마르시기도 하였겠지 수염도 길게 나셨으니라 이런 생각이 자꾸 키워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 다정하시던 아버지의 몸과 얼굴이 변하였을 것과 벌써 아버지의 얼굴조차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 순희에게는 섧고 섧고 더할 수 없이 슬픈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고생을 하고 계신지··· 슬프게 슬프게 우는 눈물같이 가는 비는 주룩주룩 자꾸 오시고 있습니다. 아아 아버지! 하고 속으로 부르고 순희는 단 한 장인 아버지의 편지를 꺼내서 또 읽고 또 읽고 하였습니다. 가늘은 빗발을...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