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청년경찰' 상영반대, 중국동포들 집회 "우리는 거지도 범죄자도 아니다"

이재덕 기자
10일 오후 중국동포들이 서울 대림동 대림시장에서 영화 ‘청년경찰’ 상영중단을 요구하는 행진을 벌이고 있다. 참가자들이 손에 흰 국화꽃을 들고 있다.  이재덕 기자

10일 오후 중국동포들이 서울 대림동 대림시장에서 영화 ‘청년경찰’ 상영중단을 요구하는 행진을 벌이고 있다. 참가자들이 손에 흰 국화꽃을 들고 있다. 이재덕 기자

중국 동포들이 영화 ‘청년경찰’ 등 일부 한국영화가 중국동포 사회를 범죄 소굴로 묘사하고 있다며 ‘상영반대’ 거리 행진에 나섰다. 이들은 현재 상영 중인 ‘청년경찰’과 10월 개봉 예정인 영화 ‘범죄도시’에 대한 상영·배급중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내겠다고 밝혔다.

영화 ‘청년경찰’ 상영금지 촉구 중국동포단체 공동대책위원회는 10일 오후 3시 서울 대림동 대림시장 앞에서 영화 ‘청년경찰’ 상영 중단을 요구하는 ‘국화꽃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중국동포는 결코 범죄 집단이 아니다. 범죄집단처럼 보이도록 하고, 혐오스럽고 사회의 악처럼 보이도록 하는 영화 제작을 삼가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영화가 중국동포 사회를 죽이고 있다’는 의미로 흰 국화꽃 모형과 풍선을 들었다. 참석자들은 어깨에 ‘한국영화가 중국 동포사회를 죽이고 있다’, ‘청년경찰·범죄도시 상영 중단하라’라는 띠를 둘렀다.

김용선 중국동포한마음협회 회장은 “영화 ‘신세계’에서 중국 동포를 거지 차림의 악렬한 범죄자로 묘사했을 때 우리는 참았다. 영화 ‘황해’에서 중국 동포를 범죄 집단으로 표현했을 때도 우리는 참았다”면서 “숨 죽이고 살아야하는 줄로 알았지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80만 재한 동포사회를 범죄집단으로 묘사했고, 가장 큰 동포 밀집 지역인 대림동을 범죄소굴로 다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0일 오후 중국동포들이 서울 대림동 대림시장에서 영화 ‘청년경찰’ 상영중단을 요구하는 행진을 벌이고 있다. 참가자들이 손에 흰 국화꽃을 들고 있다.  이재덕 기자

10일 오후 중국동포들이 서울 대림동 대림시장에서 영화 ‘청년경찰’ 상영중단을 요구하는 행진을 벌이고 있다. 참가자들이 손에 흰 국화꽃을 들고 있다. 이재덕 기자

앞서 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영화 ‘청년경찰’ 제작진을 직접 만나 상영 중지 등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수용불가 뜻을 밝혔다. 대책위원회는 이날 “우리의 요구는 제작진이 굴복하기를 바란 것이 아니라 중국 동포가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흘려온 땀과 노력에 대해 인정해 달라는 것, 중국동포들의 힘없는 어깨를 한국사회가 짓밟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 그들의 삶과 터전과 명예를 악의적으로 훼손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영화 ‘청년경찰’ 배급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10월 초 개봉 예정인 ‘범죄도시’에 대해서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

기자회견 직후 이들은 서울 대림동 대림시장에서 영화 ‘청년경찰’ 상영중단을 요구하는 행진을 벌였다. 대림시장 입구에는 ‘중국동포들은 범죄자들이 아니다. 영화 청년경찰 제작사는 사과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중국동포들은 ‘동포 인권보장’, ‘피는 물보다 진하다’, ‘왜곡영화는 또다른 폭력’이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대림 시장을 30분 가량 행진했다.

이날 중국동포들의 시위에 대해 대림동 거리에서 박수를 치는 상인과 행인들도 있었다. 대림시장 내 한 식료품점 상인은 “고마워요 최고”라며 행진대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떡메를 치던 한 중국음식점 동포 상인도 일을 멈추고 두 손을 들며 환호했다. 대림동에 온지 5년째라는 그는 “중국(동포) 사람들 그렇게 나쁘지 않다. 여기와서 돈 벌고 세금도 다내고 열심히 살고 있지 않냐”면서 “대림동을 일군 이들이 중국사람들인데 한국사람들은 우리를 거지에,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중국동포들이 서울 대림동 대림시장에서 영화 ‘청년경찰’ 상영중단을 요구하는 국화꽃 집회 및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재덕 기자

10일 오후 중국동포들이 서울 대림동 대림시장에서 영화 ‘청년경찰’ 상영중단을 요구하는 국화꽃 집회 및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재덕 기자

이들은 대림시장 앞에서 영화 상영 반대 서명운동도 벌였다. 서명에 참여한 한 중국동포 여성은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애써 감췄다. 그는 “선조들의 고향이라 이곳에 왔는데 설움을 당할 때가 많았지만 항상 참았다”며 “한국 사회 각 부분에 우리 동포들이 없는데가 어디있나”고 되물었다. 또 “우리는 열심히 살고 있는데 한국사회는 우리를 그렇게까지 취급해야 하나. 똑같이 간병일을 해도 우리가 더 힘든 일을 하는데도 도리어 우리를 무시하고 신바닥 깔창보다도 못한 인간으로 업신여긴다”고 말했다. 흰 국화를 들고 있던 또다른 중국동포 여성은 “속에 품었던 말들이 너무 많았다. 그나마 이번 기회로 쌓였던 말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