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마패 삼촌의 변신..'명당' 히든카드 박충선

영화 '명당'의 정만인, 배우 박충선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10.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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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당'의 배우 박충선 / 사진=임성균 기자


영화 '명당'(감독 박희곤)을 본 관객이라면 조승우가 연기한 주인공 박재상의 반대편에서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던 또 한 명의 천재 지관 정만인을 기억할 것이다. 영화 '명당'은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실화와 야사에 역사적 상상력을 더해 땅의 기운을 빌려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암투와 대립을 그렸다. 그 속에서 탄생한 지관 정만인은 권력자의 편에 서서 판을 주무르며 '보이지 않는 손'으로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기 전엔 알 수 없던 진정한 히든카드다.

배우 박충선(54)가 그 정만인을 연기했다. '궁합'에 이어 '명당'에 출연하며 '역학 3부작'과 남다른 인연을 맺은 그는 이번 '명당'에 이르러서야 그 독보적 존재감을 제대로 관객에게 드러낸다. 1995년 영화 '영원한 제국'으로 스크린에 처음 얼굴을 드러낸 이래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왔지만 이번 만큼 강렬한 캐릭터로 관객을 만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처음 정식으로 받은 '명당' 대본에 '여한이 없도록'이라고 적고서 작품에 들어갔다는 박충선. 그는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며 "다만 타자가 타석에 서야 안타를 치든 삼진을 당하든 할 텐데, 덕아웃에서 많이 시간을 보내는 배우라 타석에 많이 오르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털어놨다.


-어떻게 합류했나.

▶'궁합'에도 나왔고 제작사 주피터필름의 주필호 대표와도 인연이 있다. 대본을 먼저 보여주셨는데 정만인 역할이 너무 하고 싶었다. 그런데 정말 그 역을 하게 됐다. 박희곤 감독님도 좋다고 하셔서 논의 끝에 역이 주어진 걸로 알고 있다. 하고 싶은 역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그걸 해보는 게 처음 있는 일이다. 시나리오부터 너무 좋았다. 인간의 탐욕을 쫓아가는 이야기가 긴박하고도 드라마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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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당'에서 정만인 역을 맡은 배우 박충선 / 사진=영화 '명당' 스틸컷



-캐스팅이 확정됐을 때 더 기뻤겠다.

▶엄청 좋았다. 그래도 영화란 계약서 도장 찍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말씀은 안 하시지만 이 역을 하고 싶어 한 배우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 지켜주신 제작사에도 감독님께도 감사하다. 최종 결정이 나는 순간 쾌재를 불렀다.

-'매직키드 마수리' 등 어린이 드라마에 여럿 출연했고, 그간 서민적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어디에 중점을 둬 정만인을 표현했나.

▶맞다. 서민적인 캐릭터, 소시민의 모습을 많이 연기했다. 목이 말랐다. 다른 모습을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했다. 눈빛과 목소리에 집중했다. 정만인은 관객들이 보기에 뭔가 거슬리는데, 그래도 자꾸 빠져드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음지에 살면서 혀로 먹고 사는 사람이다. 과한 표현일 수 있지만 '하데스' 같은 느낌을 받았다. 천상천하유아독존, 모든 게 내 손안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음습한 데서 세상을 조롱하고 자기가 세상을 조롱하려는 인물이 아닐까. 먼저 다이어트를 했다. 5kg 정도를 줄이니 자연스럽게 눈에 힘이 들어가더라. 살을 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만족감이 있다. 시선 역시 눈 너머 더 깊은 곳을 보려고 애썼다.

-실제로도 그런 느낌이 표현된 것 같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 바르뎀의 서늘한 느낌에서 시작해 히스 레저, 잭 니콜슨, 안소니 홉킨스, 쿠니무라 준 여러 작품을 봤다. 모델로 삼았다기보다는 그런 분들은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본 거다. 저는 정만인을 악역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사람은 죽어도 땅은 영원하다'는 대사가 아직도 생각나는데, 그게 정만인을 나타내는 대사다. '정의로운 척 날뛰느냐, 어차피 내 손아귀 안이다' 이런 생각을 갖고 인물들을 만났다. 김좌근(백윤식 분)이야 워낙 능구렁이다. 같은 뱀이라면 정만인은 독사라고 생각했다. 대사도 빠르게 씹듯이 갔다. 김병기(김성균 분)가 식칼이라면 나는 회칼이라고 봤다. 예리하고 상황 판단이 몹시 빠르다. 태세 전환도 몹시 신속하다. 웃음소리도 많이 생각했다. 조롱이냐 비하냐 실소냐 광기 어린 악마적 웃음이냐. 나중엔 감독님께서 '잔가지가 많으면 힘이 약해진다'고 하셔서 정리된 부분이 있다. 입의 흉터는 미술팀이 제안했는데 보는 순간 느낌이 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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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당'의 배우 박충선 / 사진=임성균 기자


-정만인 또한 실존인물이라는 설이 있다.

▶박재상이야 허구의 인물이고 정만인은 실존했다고 알려졌고 엄청 이야기가 많지만 극 중에서는 배경이 없다. 시나리오에 안 나오는 부분에 집중을 많이 했다. 시나리오의 행간에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에 집중했다. 흐름을 따라가면서 정만인은 모든 사람을 다 만나는데, 그런 지점이 흐트러지면 당위성과 진정성이 흐트러질 것 같았다. 인물을 만났을 때 정만인답게 구축된 상태에서 만나고 싶기도 했다. 처음 감독님과 만났을 때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촌놈이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싶어 서울대에 갔는데 안 놀아줘, 그래서 하버드에 갔더니 거기서도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끼리 어울려…' 그게 정만인이 아닌가 싶더라. 열등감 속에서 엄청나게 단단히 자신을 트레이닝 한.

-현장은 어땠나. 말했다시피 극 중 모든 주요 배우들을 만났는데.

▶촬영장의 긴장감이 너무 짜릿하고 좋았다. 영화계 거두 백윤식 선배님과 맞짱을 뜨는데, 영화 25년 하며 처음 느끼는 짜릿함이 있었다. 촬영이 너무 행복했다. 조승우도 존경스러웠다.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밸런스를 생각하는데 영화판의 어른 같은 느낌이더라. 지성은 세련되고 안정적인 느낌이었는데 집중력이 엄청나다. 김성균은 날 것 같은 야성미가 있었고, 유재명은 어딜 가나 물감처럼 색칠이 잘 되더라. 영화 끝나고 배우들이 보고 싶기는 처음이다. 비중있는 역을 처음 맡아 많이 접하니까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 배우들이 형님 형님 하는데 얼마나 고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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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당'의 배우 박충선 / 사진=임성균 기자


-개봉 후 정만인에 대한 호평이 많다.

▶너무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정만인이 정말 이 작품에서 누가 안됐으면 하고 나름 최선의 준비를 했다. 혼자 싸우는 역이라 도드라지거나 튀는 느낌이 들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호평이 있어서 안도도 하면서 과분한 주목을 받는 게 아닌가 조심스러움도 있고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타자가 타석에 서야 안타를 서든 삼진을 당하든 할 텐데. 덕아웃에서 시간을 보내는 배우라 타석에 많이 등판하고 싶은 마음이다. 배우는 현장이 행복한 거니까. 이번을 계기로 좀 더 다양한 얼굴로 박충선을 봐주셨으면 했다. 평범하고 억울한 사람, 따뜻한 아빠 말고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전환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매직키드 마수리'(2002~2004)를 이야기하면서 응원하는 분들도 많더라.

▶지금도 20대 초중반들이 알아보고 인사를 많이 한다. 악수를 청하기도 하고 사진 찍자고도 하고. 인터넷을 잘 안 해 몰랐는데 '굉장히 큰 사랑, 소중한 사랑을 당연한 줄 알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빚을 진 느낌을 받았다. 예전의 '마패 삼촌'으로 남아있지 말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갚아야 할 빚이 있는 것 같다. 감독 제작사 대표. 열렬히 응원해준 가족 친지, 마패 삼촌 응원해준 친구들 모든 관객들에게도 새삼 고맙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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