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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곤지암> 리뷰


CNN이 선정한 '세계 7대 소름끼치는 장소'로 선정된 곤지암 정신병원. 1979년 42명의 환자가 집단 자살했고 이후 병원장이 실종됐다는 사건 이래로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와 괴담이 이어져온 곳이 <곤지암>의 배경이다. 많은 이들이 이같은 장소를 체험하려고 한다. 아니, 대체 왜! 이런 섬뜩한 체험을 하는지는 필자로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영화 속 인물들도 이같은 체험을 감행한다. 물론, 그들의 최대 목적은 돈벌이에 있다(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일 수만 있다면 체험도 나쁘지는 않은 듯, 하지만 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건 주의 요망!).


공포체험으로 유명세를 탄 유튜버 '호러 타임즈' 멤버들은 곤지암 정신병원을 찾아 괴담의 실체를 실시간으로 담아낸다. 원장실, 집단 치료실, 실험실과 샤워실, 그리고 열리지도, 풀리지도 않는 굳게 닫힌 비밀의 402호까지. 이들의 공포 체험을 관객들은 유튜브 관람자처럼 지켜보게 된다.


어쨌든 공포 영화는 결말이 끔찍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기분 좋게 감상할 만한 영화는 아니다. 호러 타임즈 멤버들처럼, 공포 영화를 즐기기 위해 밀폐된 공간을 찾는 관객들 역시 담력을 시험하고 체험하고자 하는 생각이 밑바탕되어있다. 하여, 감독은 갖가지 공포적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가미해야만 한다. 필자는 정범식 감독의 <기담>을 좋아해서 <곤지암>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에 대해선 다소 실망했다. <기담>과 비교하면 안 될 작품이지만, 이 영화의 미장센과 스토리텔링이 좋았기에 그와 비슷한 느낌을 전해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던 것. 하지만 <곤지암>은 익숙한 외국 공포영화들의 범주와 같은 길을 걷는다. 공포체험에 나선 젊은이들의 패기가 죽음으로 종결되는 공포영화.


물론, 무서운 소재들과 순간적인 공포와 전율을 느끼게 해줄만한 요소들이 다분하지만 필자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공포스럽지도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곤지암>은 트렌드를 따른 공포영화라는 점이다. 유튜브 형식을 빌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사실, 확실한 공포 소재는 이 영화의 배경이 실제 존재하는 장소라는 점이다. 하여, 호러 타임즈 멤버들처럼 어떤 관객들은 이곳을 직접 체험하고자 하는 욕망을 품기도 할 듯 하다.


개인적으로 <곤지암>에서 가장 두드러진 장면들은, 호러 타임즈 멤버들의 표정이다. 공포와 맞닥뜨린 상황에서의 표정이 화면 가득 채워진 신(scene)들이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점은 국내 여느 공포 영화들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부분이다. 공포에 파묻힌 이들의 적나라한 표정은, 관객들로 하여금 더 깊은 감정 이입을 이끌어낼만한 요소로 볼 수 있다.



영화의 시작은 밝다. 담력 큰 젊은이들의 장난기 가득한 모습들, 마치 여행을 떠나는 듯한 즐거움이 가득 밴 초반과 정신병원에 들어간 이후의 장면들의 간극은 상당하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색다름'을 느끼는 관객들도 있을 것 같다.


<곤지암>에서는 구구절절한 사연이 드러나지 않는다. 즉, '왜'가 없다는 것이다. 왜 환자들이 자살했고 원장은 사라졌는지, 왜 정신병원에는 괴담이 쏟아지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그저, 체험기만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공포영화라는 점은 높이살만하다. 따라서, '굳이' 이유를 만들어낼 필요가 없는 공포물 그 자체를 연출해내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공포를 느끼는 정도는 상대적이다. 한 작품을 봐도 느끼는 바는 모두가 다르다. <곤지암>의 경우, 필자의 동생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들 정도로 극한의 공포를 느꼈다고 했으나, 필자는 그다지 큰 공포를 느끼지는 못 했다. 아! 그러고보니, 이 영화에도 메시지가 있다. 혼령들을 상대로 장난 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반드시, 반드시 유념하길 바란다. 가면 안 될 곳을 가는 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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