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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자이너

장 파투

기성복 디자인의 선봉자

[ Jean Patou ]

출생 - 사망 1887 ~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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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복 라인의 선봉자: 플래퍼를 통해 패션에서의 모더니티 미학을 구현하다

프랑스 디자이너 파투는 패션 역사가들 혹은 일반인들에게도 그의 최대 라이벌이었던 샤넬(Chanel)의 그늘에 가려져 왔지만, 그의 전성기였던 1차 세계대전 이후인 1918년에서 1929년 사이에는 샤넬과 비견한 영향력이 있었던 선두적 디자이너였다. 파투는 기성복 라인(ready-to-wear line)의 개발 필요성을 인식했던 최초의 쿠튀리에(couturier) 중 하나로, 이는 1929년 쿠튀르(couture)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으며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디자이너 웨어(designer wear)’라는 개념의 전조가 되었다. 그의 디자인의 주된 특징은, 특히 미국시장에서 큰 명성을 얻었던 단순하고 깔끔한 라인, 기하학적이며 큐비즘적(cubist, 입체주의적) 모티프, 실용적이면서도 화려한 조합으로, 미국적 취향의 단순함과 프랑스의 쉬크(chic)함을 적절히 결합하였으며, 현대적 스포츠웨어와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의 대유행을 가져왔다.

파투의 기하학적 패턴의 수영복 디자인(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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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F/W 컬렉션은 전후 1920년대의 모더니즘과 대량생산이라는 시대적 분위기, 미국적 모델을 통한 플래퍼(flapper)의 구현과 더불어, 기성복 라인의 선봉자로서의 파투의 혁신을 보여주는 일대의 사건이 되었다. 1924년 11월 파투는 컬렉션을 위한 모델들을 구하기 위해 미국으로 향했는데, 그는 프랑스 모델이 아닌 확실한 미국적 타입의 모델, 즉 ‘플래퍼 타입(flapper type)’을 찾고 있었다. 이 모델은 잘 단련된 근육, 작은 힙과 가슴, 길고 날씬한 다리와 가는 발목을 가진 당시의 시대적 이상형으로, 스포츠는 이와 같은 몸매를 유지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미국모델을 당시 패션의 상징적, 경제적 중심지였던 파리로 수입했던 것은, 프랑스에서 인종 문제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국수주의적 논란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이는 일하는 활동적인 현대 여성을 의미했던 뉴 우먼(New Woman)-모더니티(modernity)의 활기찬 상징-의 등장을 암시했다.

1925년 F/W 컬렉션에서 파투는 8명의 미국모델에게 동일한 체크무늬 래퍼(wrapper)를 입고 줄지어 있는 코러스 라인(chorus line)을 연상시키는 룩을 연출했다. 이는 현대산업사회의 대량생산에 따른 자본주의 시스템의 상징적 재현과 더불어 큐비즘적 반복 및 추상적 패턴을 통해 현대산업생산의 기계적 이미지와 표준화되고 획일화된 몸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이로부터 캐롤린 에반스(2008)는 파투가 구현한 플래퍼 이미지가 1920년대 패션의 포디즘(Fordism, 대량 생산 방식)적 미학과 프랑스 쿠튀르 하우스에 구석구석 스며들었던 테일러리즘(Taylorism, 과학적 경영 관리법)적 경영기술을 보여 주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성 스포츠웨어의 혁신자: 모노그램을 사용한 최초의 디자이너, 셀러브리티 패션쇼의 도입

파투는 여성 스포츠웨어의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업적을 남겼으며, 스포츠웨어는 디자이너로서의 파투의 주요 특징이 되었다. 1921년에 파투는 테니스 선수 수잔 렝글렌(Suzanne Lenglen)을 위해 윔블던에서의 흰색 스트레이트 슬리브리스 카디건(straight sleeveless cardigan)과 무릎길이의 흰색 실크 플리츠 스커트(pleat skirt)에 매듭 달린 스타킹, 선명한 오렌지색 헤어밴드를 디자인해 곧바로 선풍을 일으켰다. 이처럼 보이시(boyish)한 스포티 룩(sporty look)은 당시 여성들이 운동, 일광욕, 다리 노출의 자유를 포함하여, 전 시대와는 다른 자유를 누렸던 1920년대를 반영하면서 여성패션을 지배했다.

1922년 파투는 패셔너블한 고객들을 위해 스포츠웨어 스타일을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스포츠를 즐기기보다는 파투의 의상을 통해 사회적으로 과시하길 원하는 여성들의 구매가 많았다. 같은 해, 파투는 자신의 이름을 딴 ‘JP’ 모노그램(monogram)을 디자인에 활용한 최초의 디자이너가 되었다. 또한, 파투는 셀러브리티(celebrity)를 패션쇼에 도입한 선구적 디자이너였다. 그는 홍보활동에 탁월한 수완을 보여, 테니스 스타 수잔 렝글렌 외에도, 메리 픽퍼드(Mary Pickford), 다이애나 쿠퍼 부인(Lady Diana Cooper), 루이스 브룩스(Louise Brooks), 돌리 시스터스(Dolly sisters)를 위해 디자인했던 것으로 유명했다.

윔블던 대회에서 파투의 테니스 복을 입은 수잔 렝글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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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투의 패션: 아르데코와 큐비즘, 토탈 룩, 1930년대 룩의 선두주자

파투의 디자인은 스포츠웨어 스타일 외에도, 아르데코(art deco)와 큐비즘(cubism)이라는 당시에 유행하던 두 예술사조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아르데코의 주요 요소인 강하고 단순한 선과 큐비즘에서 온 날카로운 기하학적 패턴은 파투의 패션의 주된 특징이었다. 특히, 파투는 기하학적 디자인들로 더 잘 알려졌는데, 이들 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24년 브라크피카소의 회화에서 영감을 받은 컬러 블록(blocks of color) 스웨터로, 이 초현대적 모티프는 이후 스커트, 가방, 수영복 등에도 적용되었다. 1925년 파투는 그의 샵, 코인 데 스포츠(Coin des Sports)에서 이 디자인들과 함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최초의 토탈 룩(total look)을 구현하였으며, 1930년에는 최초의 니트 수영복과 모자, 스카프, 장갑을 매치하여 현대 기계-니트웨어(machine-knitted wear) 산업의 선구자가 되었다.

1925년 봄 파투는 자연스러운 허리선의 강조로 디자인의 변화를 주기 시작하다가, 1929년 겨울컬렉션에서 약간의 하이 웨이스트(high waist), 프린세스 라인(princess line), 바이어스(bias) 재단에 의한 드레이퍼리(drapery)를 통해 전반적으로 몸에 밀착되고 스커트 길이가 길어진 새로운 실루엣을 창조했다. 이는 향후 1930년대 룩을 예견한 것으로, <보그>는 이를 “가르손느 모드(garçonne mode) 이래, 복식사상 최초의 극적인 변화였다”라고 하였다.

파투의 유산: 향수사업

장 파투는 오늘날 향수 하우스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파투는 1920년대부터 여러 향수들을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이들 중에는 당시 트리오(trio)였던 ‘Amour Amour(열렬한 사랑)’, ‘Que sais-je? (나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Adieu Sagesse(영원한 안녕, 예지)’도 있었으며, 1929년에는 최초의 남녀 공용 향수인, ‘Sien(그 혹은 그 여자의 것)’을 런칭했다. 특히, 그는 1935년 ‘조이(Joy)’를 출시했는데, 이것은 1 온스(ounce)의 향수를 만드는 데에 336송이의 장미와 10,600송이의 재스민 꽃이 들어간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향기’로 알려지면서 엄청난 수익을 올렸으며 오늘날까지 그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비록 파투는 1936년에 이른 나이로 사망하지만, 그의 여동생 마들렌 파투(Madeleine Patou)의 남편 레이몬드 바바스(Raymond Barbas)가 파투의 하우스를 이어갔다. 이후 파투 하우스는 마르크 보앙(마크 보핸, Marc Bohan),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 안젤로 탈라찌(Angelo Tarlazzi), 크리스티앙 라크루아(Christian Lacroix) 등을 포함한 많은 젊은 디자이너들이 그 명성을 이어나갔으며, 2004년부터 피앤지 프레스티지 보떼(P&G Prestige Beauté)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이와 같이 장 파투는 그의 사후에도 지속적으로 젊은 디자이너들이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었다.

참고문헌
Baudot, F., [ Fashion, the twentieth century ], (Universe publishing, 1999); De la Haye, A., Patou, Jean, In V. Steele(ed), [ Encyclopedia of Clothing and Fashion (Vol.3)], (Charles Scribners & Sons, 2004); English, B., [Fashion – The 50 most influential fashion designers of all time], (Barron’s, 2009); Evans, C., [Jean Patou’s American Mannequins: Early Fashion Shows and Modernism], (Modernism/modernity, 15(2), 2008); Polan, B. and Tredre, R, [ The Great Fashion Designers ], (Berg, 2009); 마틴(Martin, R.), [ 더 패션북 (The Fashion Book)], 손성옥 역, (마로니에 북스, 2009).

발행일

발행일 : 2011. 08. 19.

출처

제공처 정보

  • 최경희 한성대학교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의류직물학과에서 학사, 서울대학교 의류학과에서 석·박사, 런던예술대학교 London College of Fashion에서 석사학위를 수여 받았다. 대구대학교에서 조교수로 근무하였고, 현재 한성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 이미지 TOPIC/corb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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