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aho라고도 씀. 북아메리카 인디언.

    미국의 인디언 부족 가운데 가장 인구가 많다. 20세기말 현재 10만 명 가량이 뉴멕시코 주 남북부와 애리조나 주, 유타 주 남동부에 흩어져 살고 있으며 일족관계에 있는 아파치족이 쓰는 말과 마찬가지로 아타바스카어족에 들어가는 아파치어를 쓴다. 나바호족과 아파치족이 언제부터 캐나다에서 미국 남서부지역으로 옮겨와서 살기 시작했는지는 뚜렷하게 알 수 없지만, 캐나다에는 대체로 아타파스카어족의 말을 쓰는 다른 인디언집단이 아직도 많이 살고 있다. 이들 부족은 900~1200년쯤에 미국 쪽으로 건너온 듯하다. 초기 나바호족은 지금의 나바호족보다는 아파치족을 더 많이 닮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왜냐하면 나바호족은 그뒤 푸에블로 인디언으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농사를 가장 중요한 생활기반으로 삼는 점과 한 곳에 정착하려는 경향은 푸에블로 인디언들에게서 영향을 받은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양·염소·소를 길렀으며, 곳에 따라서는 목축이 농사짓기보다 앞선 생계수단이 되기도 했다.

    나바호족은 중앙집권적인 부족조직이나 정치조직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아파치족들과 비슷하다. 옛날에는 작은 규모의 친족집단으로 조직되어 있었으며 각 집단마다 우두머리가 있었다. 혈연보다는 사는 곳을 중심으로 관계가 맺어졌는데, 이와 비슷한 집단이 아직도 꽤 남아 있으며 대부분 선거를 통해 우두머리를 뽑는다. 이들 지역집단은 마을이나 도시를 이루지 않고 넓은 지역에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다.

    나바호족은 17세기부터 푸에블로 인디언과 접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푸에블로족이 일으킨 반란을 스페인인들이 진압한 뒤, 리오그란데 강 지역에 있던 푸에블로 인디언들이 나바호족에게 피난왔던 것이다. 18세기 동안에는 호피 인디언 일부가 가뭄과 질병 때문에 원래 살던 곳을 떠나 나바호족이 사는 곳으로 오기도 했다. 애리조나 주 북동부에 있는 캐니언더셰이에는 이런 사람들이 특히 많았다. 이렇게 해서 접촉하게 된 푸에블로 인디언은 농업뿐만 아니라 예술부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나바호족 의식에서 쓰이는 모래그림 같은 것들뿐만 아니라 널리 알려진 나바호 융단, 채색도기 같은 것이 모두 이러한 접촉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그밖에는 은세공품이 잘 알려져 있다. 은세공은 19세기 중엽부터 시작되었는데, 처음에는 멕시코 금속 세공인으로부터 기술을 배웠던 것으로 여겨진다.

    나바호족의 종교는 복잡한 체계로 되어 있었다. 많은 신화 가운데 일부는 땅밑에 있는 여러 세계에서 나타난 최초의 사람들에 관한 것이었다. 다른 신화들은 당시 행해지던 수많은 의식들을 정당화하는 줄거리로 되어 있다. 이들이 행한 의식들에는 여행이나 장사, 도박에 운이 따르고 곡식과 가축에 탈이 없기를 빌기 위해 개인 또는 가족들이 치르는 단순한 의식도 있지만, 전문가가 필요한 좀더 복잡한 의식도 있었다. 이 경우 전문가는 그가 지닌 기술과 의식 정도에 따라 대가를 받았다. 대부분 의식은 무엇보다도 몸과 정신에 생긴 질병을 고치기 위해 치러졌다. 이와는 달리 기도 또는 노래만 하거나 꽃잎과 꽃가루로 만든 모래그림을 쓰는 의식도 있었다. 어떤 경우에는 수백에서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춤을 추거나 공연을 벌이기도 했다. 나바호족은 이런 의식들을 아직도 많이 행하고 있다.

    나바호족은 아파치족처럼 넓은 지역을 습격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습격의 정도는 심각해서 1863년 미국 정부는 킷 카슨 연대장에게 진압을 지시했다. 진압으로 인해 막대한 곡식과 가축이 파괴되었고, 8,000명 가량 되는 나바호족은 메스칼레로족 400명과 함께 뉴멕시코 주 산타페에서 남쪽으로 290㎞ 떨어진 곳에 있는 보스크 리돈도에 갇혀 살게 되었다. 1864~68년까지 4년간 계속된 이 감금상태는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불신과 쓰라림을 유산으로 남겼다.

    나바호족 보호구역과 미국 정부가 뉴멕시코 주, 애리조나 주, 유타 주에 할당해준 땅은 6만 4,000㎢가 넘는다. 그러나 이 지역은 대체로 땅이 메말라 보통 사람이 생계를 충당할 정도로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기르기에는 걸맞지 않다. 수천 명에 이르는 나바호족이 살던 구역을 떠나 임시직 노동자로 생활을 꾸리고 있고, 상당수는 콜로라도 강 하류에 있는 관개지역과 로스앤젤레스,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 같은 곳에서 살고 있다.→ 아파치족, 푸에블로 인디언, 호피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