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원작 만화 웹툰 '이끼'를 보시지 않으신 분들이 대체적으로 갖는 궁금증입니다.

저 역시 미리 웹툰을 보지 않고 영화를 본 입장에서 님의 질문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1. 강우석 감독은 원작만화의 멋진 - 공포영화들이 보여줄 수 있는 반전의 반전을

   위한 탄탄한 구성과 살아있는 캐릭터들을 오히려 영화에서 죽였다는 혹평을 많이

   받았는데, 저 역시 그런 비판들에 동의합니다.

   여름 영화시장이 갖는 특수성 - 공포영화의 공포성이 짙을수록 좋다는 함정에

   감독이 빠져버렸다는 평, 그래서 앞뒤 이야기의 연계성이 없는 잔혹성이 드러나는

   부분들도 많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동네이장의 행동이나 유목형 목사, 유목사의 아들 등 주요인물들의

   행동에 대한 사전 배경설명 또한 많이 생략되어 있어서,

   그들이 비록 사회에서 외면당하는 처지의 인물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업슨 타당성을 상실해버렸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분장을 잘해서 인물의 외형은 멋지게 그려냈다고 하더라도,

   인물이 갖는 성격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한다면, 그런 분장은 결코 설득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2. 제목 '이끼'가 왜 등장했는지에 대해서도 그 이유를 상실해 버렸습니다.

    그러나 원작만화에서는 충분히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야만 유목사의 아들이 그 마을에 찾아드는 이유가 충분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와의 연계가 지속되는 것에 대한 타당성을

    부여받을수 있으니까요.

3. 기도원 살인사건의 용의자는, 짐작하셨겠지만

    동네이장이 형사였을 때 입니다.

    그 증거로, 감옥소에서 나온 유목형 목사와 여자를 봉고차에 태우고

    기도원을 빠져나갈 때, 여자(은이였나요?)와 목사는 그의 귓전 뒤로

    묻힌 피와 연장을 담은 듯한 가방을 바라봅니다.

    목사가 다른 길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만든 함정임을 알아차리는 장면이지요.

4. 유목형의 사인은, 아무래도 그가 계속해서 동네이장이 마을의 농지를

    무력을 앞세워서 사들이는 것을 알고 제지하려는 세력으로 등장하자

    이장이 헤치운 것으로 짐작이 될 뿐입니다.

    왜냐하면 부검 역시 이장의 아들인 경찰과 알고 있는 의사를 통해서

    형식적으로 치뤄지고 말지 않습니까.

    동네이장의 꼬붕들과도 암묵적인 협의가 이뤄진 상태에서 행해진 것으로,

    영화에서는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되지 않고 있지요.

    그렇기에 목사의 아들이 찾아와서 오래 묵는 것에 대해 그들은 극도로

    배타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요.

5. 영화의 결말에서,

    은이가 결국 새로 말끔하게 단장된 기도원의 원장이 되어 있는 것을 보는

    목사의 아들... 그것이 이 영화의 최대 반전이겠지요.

   은이는 십대에 그 기도원에서 동네이장이 자신을 짓밟은 동네 젊은이들에게

    복수를 해 주지만, 그 이후 마을로 들어와서 그가 원하는 공동체를 이루면서

   은이 역시 철저하게 짓밟히죠.

   그때 은이는 이미 때를 철저하게 기다리면서 준비했던 듯 합니다.

   목사의 아들을 끌어들인 것도 결국 목사가 아니라 은이였고...

   동네이장과 세남자의 속성을 잘 알고서, 목사의 아들도 이용했다면 이용했다고

   할 수 있는 대목들을 군데군데 발견할 수 있지요.

결국,

이 영화는 원작을 망친, 공포를 극대화한 것에 치중한 영화라고 평해도

그리 심하지는 않은 듯 합니다.

... 도움이 되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