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

질문 영국문화가 잘 나타나있는 영화
na54**** 조회수 6,084 작성일2005.03.22
발표수업해야하는데요~

영국의 문화적 성향이 잘 나타나있는 영화를 찾습니다.

가능한한 많이요~ 20분동안 발표 해야하거든요..

기왕이면 그 영화의 영국적 성향도 알려주시면 더X100 좋구요~

내공 많이 드릴께요~

빨리요~ >ㅁ<ㅋ
프로필 사진

답변자님,

정보를 공유해 주세요.

4 개 답변
2번째 답변
프로필 사진
sa****
고수
SF, 판타지 영화, 비디오, DVD, 주식, 증권 분야에서 활동
본인 입력 포함 정보
제목 : 영국식 정원 살인 사건 (The Draughtsman's Contract, 1982)
감독 : 피터 그리너웨이
출연 : 안소니 히긴스, 자넷 수즈먼, 앤-루이스 램버트
기타 : 103분 / 코메디,드라마


스크린 위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

피터 그리너웨이의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

미술이 영화 만들기에 이용된 것은 영화 탄생 때부터다. 이 연재물의 1호에서 밝혔듯 멜리에스가 그 시조다. 그런데 영화와 미술의 관계를 학문적으로 접근한 지는 얼마 되지는 않는다. 본격적인 연구는 회화와 영화 등 두 예술 장르 모두에서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서 80년대에 처음 나왔다. 자크 리베트의 시나리오 작가로도 유명한 파스칼 보니처의 <영화와 미술>(1985), 그리고 자크 오몽의 <끝없는 눈>(1987) 등은 두 장르의 관계를 천착하는 중요한 시도였다. 그런데 왜 80년대에 이런 연구물들이 연이어 나왔을까? 그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피터 그리너웨이(1942~)라는 독특한 감독의 등장이었고, 1982년 발표된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은 그의 데뷔작이다.


그리너웨이, 화가인가 감독인가?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바로크 시대의 그림을 그리듯 촛불 조명 아래 모여 있는 인물들을 잡고 있다. 지금 보면 우스꽝스러운 가발과 소매가 치렁치렁한 옷을 무슨 부귀영화의 상징처럼 입고 있는 귀족들은 자기들끼리 시답잖은 농담을 하고 있따. 시대는 영국의 스튜어트 왕조가 다시 권력을 잡은 1694년이다. 크롬웰의 부르주아 시대가 쇠하고 왕정복고가 진행된 반동시대다. 약 10분간 이어지는 도입 부분은 감독이 명백히 바로크 시대의 그림을 인용하고 있음을 과도할 정도로 드러내고 있다.

그리너웨이 이전의 감독들은 영화 속에 회화적 이미지를 이용했다면, 그는 회화 속에 영화적 이미지를 끌어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영화와 회화 중 회화에 무게중심이 더 놓여 있다는 것이다. 미술학교 출신인 그의 전력이 강조되기 시작했고, 당덜아 데이비드 린치 등 미술학교 출신 감독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그러너웨이가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을 만들며 스크린 위에 그린 '그림'은 바로크 시대의 이른바 '카라바조 후예'들의 작품들이다. 이들은 바로크 시대의 기인이자 거장인 카라바조(1571~ 1610)의 화풍에 절대적 영향을 받은 화가들이다. 마치 매너리즘 화가들이 르네상스 거장들의 그림을 모방하듯, 이들 후예들은 카라바조의 그림을 의도적으로 베낀다. 이탈리아의 젠틸레스키 부녀, 네덜란드의 게라르트 반 혼트호스트(Gerrit van Honthorst), 프랑스의 조르주 드 라 투르(Georges de La Tour) 등은 당대의 대표적인 카라보조 후예들이다.

하나의 조명에 의한 주제의 강조, 주제에서 벗어나는 풍경화 같은 배경의 생략, 그리고 드라마 같은 극적인 화면 구성 등으로 카라바조는 바로크 시대의 '자연주의'화풍을 열었는데, 후예들은 39살에 요절한 선배의 화풍을 이어받았다. 이들의 전 유럽에 걸친 활동 덕택에 17세기 전반은 바로크라는 화풍이 절대적인 지위를 갖게 된다. 후에들은 창조적인 선배와 달리 모방만 하였다는 평가를 받아 미술사에선 주변부로 밀려나 있지만. 이들의 활동이 없었다면 렘브란트, 베르메르 같은 '조명의 화가'들의 등장이 더욱더 뒤로 연기 됐을 게 틀림없다.


매혹적인 그림 뒤에 숨은 살인의 스릴러

빛나게 아름다운 영국식 정원의 저택에 사는 허버트라는 중년 귀부인은 네빌이라는 유명 화가를 초대하여, 그림을 그리도록 하고 싶은데, 오만한 젊은 화가는 별 흥미가 없다. 자신은 금전적인 대가와더불어 작업할 때의 '쾌락'도 중요시 한다는 알 듯 말 듯한 조건을 내건다. 화가의 그림을 갖고 싶어 안달이 난 귀부인은 12일 동안 12작품을 그리는 대가로 작품당 8기니를 지불하고 또 화가가 원할 때 '사적인 쾌락'도 제공한다는 괴상한 계약을 맺는다. 원제목 '고용된 자의 계약'(The Draughtsman's Contract)대로 부인이 아니라 화가가 계약의 주도권을 쥔 것이다.

화가는 그림을 그리는 동안 그 어떤 권력자보다 더욱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한다. 그림에 방해되는 모든 물건은 치워져야하고, 저택에 사는 귀족들도 화가의 손짓 하나에 따라 금지된 장소에서 나가야한다. 작업이 끝나면 귀부인과 정염을 불태우는 이 화가는 단시 신분 때문에 부귀영화를 누리는 귀족들이 멍청해 보인다. 자신의 그림 앞에 무릎 꿇은 귀족들이 고소해 죽을 지경이다. 그런 어느 날 허버트 부인의 딸이 교묘한 계략을 꾸며 화가가 자신과도 계약을 맺게 한다. 딸의 남편은 성불구이다. 화가는 이제 어머니와 딸, 두 여자 사이에서 즐긴다. 스튜어트 왕정복고 때의 윤리가 환란했다고는 하지만 저 정도일까 싶다.

그런데, 두 모녀가 단지 그림과 섹스를 위해 신분이 낮은 화가에게 굽실거렸다면 평범한 이야기에 그쳤을 것이다. 영국식 정원을 그린 화가의 아름다운 풍경화 뒤에는 살인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귀족과 신흥계급간의 갈등에서, 먼저 주도권을 잡았던 화가가 영화의 두로 가면 갈수록 어처구니없게도 노회한 귀족들의 희생양이 돼가는 추락의 서스펜스는 그리너웨이가 스릴러의 고장 영국 출신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유행이 된 미술의 인용

그리너웨이의 작품을 평가하는 잣대는 평가자가 영화쪽 사람인가 아니면 미술쪽 사람인가에 따라 양분되는 것 같다. 영화쪽 사람들은 감독의 미술적 기능은 인정하지만 미술이 영화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수준으로까지 나아갔는지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 편이다. 신동이긴하나 거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의 발표 이후, 그리너웨이는 물론이고, 다른 감독들도 쓸데없이 미술장면을 영화속에 인용하는 겉멋 부리기가 많이 나왔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어쨌든 그리너웨이의 등장 이후 회화의 인용이 유행이 된 것은 사실이다. 이를테면 <어바웃 슈미트>(2002)에서 목욕하는 잭 니콜슨의 모습이 다비드가 그린 <마라의 죽음>(왼쪽그림,1979)처럼 묘사되는 식이다. 한편, 미술쪽 사람들은 감독이 영화사의 새 지평을 연 천재라고까지 평가한다. 내러티브 중심의 기존 영화미학으로 접근해선 그의 뛰어난 재능을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의 회화적 화면들은 그 이미지만으로도 이야기를 잘 표현하고 있고, 또 그리너웨이 제작팀의 고정 멤버인 마이클 니먼의 바로크풍 음악은 그 이미지에 역동적인 감정까지 입혔다고 본다. 영화 미학에 관련된 활발한 논란거리를 지금도 제공하고 있는 피터 그리너웨이, 신동일까 거장일까?



센스 앤 센서빌리티 Sense and Sensibility (1995) * * * 1/2


감독
이안 Ang Lee

주연
엠마 톰슨....엘리노어 대쉬우드
Emma Thompson....Elinor Dashwood
케이트 윈슬렛....마리안 대쉬우드
Kate Winslet....Marianne Dashwood
에밀리 프랑스와....마가렛 대쉬우드
Emilie Francois....Margaret Dashwood
앨런 릭맨....브랜든 대령
Alan Rickman....Colonel Brandon
휴 그랜트....에드워드 페라스
Hugh Grant....Edward Ferrars
그렉 와이즈....존 윌로비
Greg Wise....John Willoughby
젬마 존스....대쉬우드 부인
Gemma Jones....Mrs. Dashwood
엘리자베스 스프릭스....제닝즈 부인
Elizabeth Spriggs....Mrs. Jennings
해리엇 월터....파니 대쉬우드
Harriet Walter....Fanny Dashwood
제임스 플리트....존 대쉬우드
James Fleet....John Dashwood


1. 제인 오스틴

제인 오스틴에 대한 우리의 생각 변화는 20세기를 사는 다른 오스틴 독자들과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습니다. 겉멋 든 틴에이저 시절 때 [오만과 편견] 같은 것을 대충 읽고 "세상에, 이런 책을 보고 고전이라고 하나!"하며 빈정대다가, 점점 나이가 들면서 이 작가의 진짜 진가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죠.

처음에 오스틴을 깔보았던 이유는 그 주제의 협소함 때문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언제나 하는 이야기는 시골 중상층 여자들이 연애하다 결혼하는 것 뿐이었으니까요. 주인공들이 연애 좀 하겠다는데, 사돈의 팔촌까지 끼어들어 참견해대는 것도 무지 속물적으로 보였어요. 게다가 언제나 끼어드는 그놈의 돈 문제란!

그러나, 더이상 로맨티시즘이나 캐치프레이즈의 남발에 별다른 흥미가 당기지 않는 지금, 오스틴의 작품들은 갈수록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세상을 관조하는 분명하고 명확한 태도, 결코 감상에 빠지지 않는 냉철함, 엄격한 인물 묘사. 결국 헛된 혼란 속을 헤매다 돌아오는 독자들에 오스틴의 작지만 명료한 세계는 단순한 해독제 이상의 것입니다.

최근 들어 이상과열된 영화계의 오스틴 열풍도 이와 같은 이유로 설명될 수 있지 않을까요? '오스틴 영화'는 번쩍거리고 과열된 헐리우드 영화들에 질린 관객들의 이성을 건전한 방식으로 자극하고 위로해줍니다. 적어도 이 영화들이 주는 것은 단순한 스노비즘의 만족 이상입니다.

2. [센스 앤 센서빌리티]에 대한 불평들

베를린 영화제가 이 영화에 작품상을 준 것에 불만인 사람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하긴 시상식에 터져 나왔던 야유도 그 불만의 표출인지도 모르죠.

그러나 베를린 영화제 수상작들의 최근 경향들을 볼 때 [센스 앤 센서빌리티]가 특별히 튀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베를린은 헐리웃에게 아부라도 하는 것처럼 꾸준히 미국 주류 영화들에게 상을 주었잖아요. [그랜드 캐년]과 [레인 맨] 같은 작품들을 보세요! 베를린 영화제의 최근 경향을 볼 때 전혀 놀랍지 않는 결과였어요. 그걸 눈치 못챘다면 오히려 이상한 거죠.

이 영화가 과연 오스틴의 원작을 올바르게 살렸냐는 데에 대한 불평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사실 원작자 오스틴이 이 영화를 본다면 상당히 자극적인 영화로 받아들일 겁니다. 그러나 변명의 여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각색에 대해 쓸 때 다시 언급하기로 하죠.

마지막으로 이안의 역할에 대한 것입니다. [결혼 피로연], [음식남녀]로 자기 나름대로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 이안이 이 영화에서는 단순한 고용 감독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불평의 요지입니다. 하긴 이 영화에서 예전의 '이안'다움을 느끼기 힘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게 뭐 어쨌다고요. 첫째로 여기서 '이안'다움이 덜 살아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 사람 영화의 특징은 대부분 시각적 스타일보다 시나리오에 있었으니까요. 둘째로 이 영화에서 감독이 잔뜩 튀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오히려 결과가 더 나빠지지 않았겠어요? 게다가... 하암, 그 사람은 원래 상업 영화 감독이고 자기도 그렇게 주장하고 다니고 있잖아요.

3. 각색

이 영화의 가장 큰 홍보 포인트 중 하나는 엠마 톰슨이 각색을 맡았다는 데 있었습니다. 하긴 지금 가장 잘 나가는 배우 중 한 명이 각색을 했다니 호기심이 동하기도 하고 프리미엄으로 작용하기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가 단순히 유명한 배우의 가벼운 외도가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게 해 두어야 합니다. 시나리오는 [하워즈 엔드] 이전에 시작된 상태였고 제작자들은 시나리오 자체를 보고 일을 시작했으니까요. 나중에 나온 이 영화의 시나리오의 서문에서 제작자인 린지 도란은 톰슨의 시나리오를 들고 뛸 때 들었던 시큰둥한 반응에 대해 회상하고 있습니다. ("아니,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배우가 각색한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제인 오스틴 소설을 왜 영화화해야 합니까?)

하여간, 이 영화의 각색은 정말 잘 되어 있습니다. 오스틴 특유의 작고 섬세한 맛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간결하게 표현된 인물의 성격화나 극적구조의 견고한 구축같이 얻은 것도 많습니다.

가장 눈에 뜨이는 변화는 영화가 소설보다 더 '극적'이라는 것입니다. 장르가 옮겨졌으니 당연한 결과지요. 영화는 소설보다 훨씬 활기차고 등장인물들의 행동도 노골적으로 두드러져 있습니다. 진짜 오스틴 세계의 사람들에게 마리안 대쉬우드의 여러 행동들은 무척이나 무례하고 노골적으로 보였을 겁니다. 하지만 적절한 시각화를 위해서는 당연한 선택이라고 하겠습니다. 대사의 대부분은 톰슨이 새로 썼는데 이 역시 모두 덜 예절차리고 더 극적이며 훨씬 생기발랄합니다(아무래도 배우의 감각이 작용했겠죠.)

이야기는 더 짜임새 있게 변형되었습니다. 윌로비의 배신 이후 곧장 마리안의 병으로 옮겨지는 것, 윌로비의 구질구질한 변명이 삭제된 것, 에드워드와 엘리노어의 관계가 자라나는 것을 보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보여준 것 등등 때문에 영화는 소설보다 더 짜여져 있습니다.

인물들의 변형도 눈에 뜨입니다. 우선 대쉬우드 자매의 나이 설정이 바뀌었지요. 원작에서는 엘리노어가 19살, 마리안이 17살, 마가렛이 13살로 묘사되었지만, 영화에서 엘리노어는 혼기를 놓친 노처녀로, 마가렛은 13살보다 훨씬 어린 나이로 묘사되었습니다.

이런 변형이 원작의 주제를 약화시킨 것은 사실입니다. [센스 앤 센서빌리티]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엘리노어와 마리안은 주제의 두 측면을 상징하는 동등한 두 사람이어야 했지요. 마리안 역의 케이트 윈슬렛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엠마 톰슨이 엘리노어 역을 하면서 영화의 균형은 시작부터 위태로워졌습니다.

그러나 장점도 있습니다. 훨씬 믿음직스럽거든요. 주제야 어쨌건 엘리노어는 늘 연장자답게 행동했으니까요. 하긴 이안의 [센스 앤 센서빌리티]는 오스틴의 영화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제적인 인물 이용도 눈에 뜨입니다. 미들턴 부인은 과감하게 죽여 버렸고 존 경도 훨씬 나이가 들었지요. 파니는 페라스 부인 역까지, 루시 스틸은 스틸 자매 두 명의 역을 한꺼번에 합니다.

등장인물들은 오스틴 소설보다는 행동이 더 튀고 성격도 더 분명합니다. 대신 오스틴이 매정할 정도로 분명하게 내린 인물 평가는 보다 온화하게 (?) 바뀌었습니다. 여기서 어느 정도 덕을 본 캐릭터들은 당연히 어느 정도 악역인 루시 스틸과 윌로비입니다. 하여간 이런 상호보완을 거쳐서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은 대충 공정하게 표현된 셈입니다.

자아, 이제 대충 왜 이 영화가 '오스틴적'이 아니라는 말을 듣는가도 분명해진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관객들이 그 찻잔 표면의 잔주름과 같은 미묘함을 느끼기는 힘이 드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영화의 질이나 다른 상황들을 생각해 볼 때, 이 활기찬 영화는 오스틴이 건드린 여러 문제들을 별 삭제없이 명쾌하게 다루고 있고 이것들을 현대 관객들에게 맞게 성공적으로 윤색하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면 아주 멋진 결과라고 해야겠죠.

4. 이안

대만인이 영국 고전을 각색한 영화를 감독한다? 모두가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이지만 사실 외국인이 영국 영화를 만든다는 것 자체만 가지고 회의적이 된다는 건 좀 웃기는 일이지요. 우리가 지독하게 영국적이라고 여기는 수많은 영화들이 캘리포니아 출신의 미국인 감독 제임스 아이보리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말입니다.

하긴 아이보리와 이안은 경우가 다릅니다. 아이보리야 원래부터 같은 문화권에서 살아왔던 사람이니까요. 그러나 이안은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이지요.

그러나, 이 영화에서 그의 국적이 별 문제가 되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데, 그 이유는 일단 그가 고용 감독이어서 그의 권한이 상당히 위축되어 있기 때문이었고(왜 언제나 감독이 독재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사실 그의 감각이 오스틴 영화에 꽤 맞기 때문입니다.

아까도 언급했던 시나리오의 서문에서 엠마 톰슨은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하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네들이 호수에서 적당히 로맨틱한 장면을 하나 찍는 중에, 갑자기 백조 두 마리가 카메라 앵글 안에 들어왔답니다. 모두들 참 잘 맞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안이 벽력같이 고함을 질렀대요. "당장 저 백조들을 쫓아내요! 화면이 쓸데없이 로맨틱해져!"

저희들이 이안의 감상주의를 비판했던 것 기억하시나요? 하지만 그의 감상주의는 다행히도 로맨틱한 쪽으로 쏠려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로맨티시즘에 대한 그의 가벼운 경멸은 오스틴 소설 전체의 맥락과도 통합니다.

그러나, 그의 전작을 고려하고 영화에서 이안 식 요소들을 끄집어내려고 한다면 다소 어리석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영화의 여러 반전이나 잦은 우연의 일치들 보고 '이안 식'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몇 명 보았는데, 사실 그건 원작이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 구조적 결함이죠 (구조적 결함? 흠, 저희같이 당시 소설의 관습적 유물들을 즐기는 데 익숙한 사람들에겐 사실 그게 결함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

그러나 몇몇 장면에서 그의 체취 비슷한 것을 찾아내는 것도 재미있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세 모녀가 울면서 각자 방으로 들어가자, 엘리노어가 계단에 앉아 차를 마시는 장면의 희극적 처리는 그의 옛 영화들을 자꾸 생각나게 합니다.

그러나 아무 것도 확신할 수는 없죠. 그럴 필요도 없고요!

5. 배우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배우들입니다. 배우들의 질도 원래부터 높은 데다가 전체적인 앙상블이 아주 뛰어납니다.

이들 중 가장 눈에 뜨이는 배우는 케이트 윈슬렛입니다. 이 말은 윈슬렛이 톰슨보다 연기를 더 잘했다는 것이 아니라 전혀 그녀에게 꿀리지 않고 나름대로의 세계를 펼쳤다는 것입니다.

장래성이 있어 보이는 배우를 지켜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입니다. 게다가 윈슬렛은 이 영화 중에서 가장 그 시대 사람 같아 보이는 배우였어요. 이 배우가 계속 고전극의 주연을 맡게 되는 것도 이제는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휴 그랜트는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무시되는 배우이기는 하지만 에드워드 페라스 역으로 다른 배우는 전혀 생각나지 않습니다. 우리들은 그가 만족스러웠습니다.

오히려 다소 실망스러웠던 배우는 앨런 릭맨이었는데 이는 역시 그의 연기가 나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전에 보여주었던 화려한 악역 연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그가 고상한 신사 역을 하는 것이 다소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선입견을 제거하고 본다면 그의 브랜든 대령은 훌륭합니다.

원작에서는 거의 존재감이 없었던 마가렛 대쉬우드는 에밀리 프랑스와에 의해 매력적인 말괄량이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원래는 안나 파퀸에게 돌아간다는 소문이 떠돌던 역이었죠. 하지만 프랑스와도 좋았습니다.

엠마 톰슨의 연기는 전에 비해 매우 여유로운 편인데, 그래도 그녀 특유의 민감한 터치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가장 재미있었던 조연 배우는 제닝즈 부인 역을 연기했던 엘리자베스 스프릭스였습니다. 제닝즈 부인의 캐릭터가 원래부터 재미있는 역이지만 스프릭스의 소란스러운 연기는 그 캐릭터를 정말 붕붕 뜨게 만들었습니다.

6. 그리고...

이 영화에서 음악은 상당히 축소되어 있습니다. 오스틴의 정갈한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패트릭 도일은 꽤 재미있는 여러 곡을 작곡했는데, 그들 중 몇 곡은 케이트 윈슬렛이 직접 노래하고 있습니다(이 배우는 전에도 [천상의 피조물]에서 [라보엠]의 아리아를 인상적으로 부른 적이 있죠.) 아, 그런데 여기 약간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18세기 말은 피아노가 막 발명된 시대였습니다. 당시 악기의 소리는 다소 딱딱하고 울림이 다소 부족했지요. 그런데 이 영화 속에 나오는 피아노들은 모두 현대의 스타인웨이를 뺨치는 풍요로운 소리를 냅니다!

루치아나 아리기와 제니 비번, 존 브라이트에 의해 매력적으로 다시 살아난 18세기 말의 오스틴 세계는 무척이나 믿음직스러울 뿐만 아니라 '타당한 방식으로' 아름답기도 합니다. 그들 때문에 영화가 좀 아이보리 냄새가 나기도 합니다만.

20세기도 다 끝나가는 이 소란스러운 시대에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구닥다리 고전에 대한 습관적 경배? 저희는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그건 결국 받아들이는 관객의 태도에 달린 것이겠죠. (96/03/22)

D&P


---------------------------------------------------------------------------
기타등등

역시 제목 고생이 많았던 영화입니다. 이미 [분별과 다감]이나 [이성과 감성]이라는 번역제가 있는데도 굳이 원제를 고집해 [센스 앤 센서빌리티]를 밀어붙였는데, 당시 외래어 두 단어 이상 금지 조항 때문에 [센스, 센서빌리티]라는 이상한 제목으로 변형되어야 했죠. 하지만 OCN의 방영제는 [센스 앤 센서빌리티]로 바뀌었더군요.

2005.03.22.

  • 채택

    질문자가 채택한 답변입니다.

도움이 되었다면 UP 눌러주세요!
UP이 많은 답변일수록 사용자들에게 더 많이 노출됩니다.
3번째 답변
프로필 사진
이꼬씨
영웅
웹디자인, 포토샵, 웹사이트 제작, 운영 분야에서 활동
본인 입력 포함 정보

영국에 관한 영화중에

왓어걸원츠 (What a girl Wants) 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http://www.maxmovie.com/movie_info/detail.asp?m_id=M000016486

 

아빠찾아 삼만리지만..

그 속안에 영국 왕실문화같은것이 나옵니다.

2005.03.22.

  • 채택

    질문자가 채택한 답변입니다.

도움이 되었다면 UP 눌러주세요!
UP이 많은 답변일수록 사용자들에게 더 많이 노출됩니다.
1번째 답변
프로필 사진
sw****
초수
본인 입력 포함 정보
죽은 시인들의 사회.
영국 배경이 아니면 대략 낭패;;

2005.03.22.

도움이 되었다면 UP 눌러주세요!
UP이 많은 답변일수록 사용자들에게 더 많이 노출됩니다.
4번째 답변
프로필 사진
juno****
시민
프랑스 분야에서 활동
본인 입력 포함 정보
안소니 홉킨스가 나오는데요 영화제목이 '바틀러'였던가 했는데
암튼 참고하세요

2005.03.22.

도움이 되었다면 UP 눌러주세요!
UP이 많은 답변일수록 사용자들에게 더 많이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