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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nap Oct 27. 2017

서대문 형무소

그대들이 있었기에..

최근 외국인이 한국을 여행하는 TV 프로그램에서, 독일인 친구들이 서대문 형무소를 다녀왔다. 나는 서울에 올라온 지 벌써 6년이 다돼가지만, 아직 여기를 못 가봤다. 가봐야지 하면서 매번 미뤄진 것이 6년이나 된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미룰 순 없다고 생각되어져 주말에 서대문 형무소를 다녀왔다.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그 나라의 역사나 문화를 배우는 것보다 자기 나라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한 숙제라고 생각을 한다.


입구부터 웃음기는 사라졌다.


매표소에서 티켓을 사면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웃음기가 이내 사라졌다. 형무소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웃으면서 다닐 수 없을 것이다. 



관람 방향대로 차례대로 둘러본다. 역사에 대한 설명도 차근차근 읽어보고, 그 당시의 유산들도 살펴보았다.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바친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계속 들며,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졌다. 그 당시의 나라면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란 생각을 계속하게 되었는데, 결국 관람을 마칠 때까지 난 대답을 찾지 못했다. 




좁은 방 안에 갇혀서, 작은 창틈으로 밖을 쳐다보는 기분은 어땠을까.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셨던 분들을 생각하니, 계속 마음이 편치 않는다. 이 분들이 없었다면 지금은 어땠을까..


천천히 형무소의 복도를 걸으며, 자료들을 하나하나 읽어본다. 이유 없이 끌려갔던 사람, 갑자기 사라진 사람들.. 그 당시에 이러한 일들을 저지른 사람을 만나면 물어보고 싶다. 왜?라고.


천천히 길을 따라 관람하다 보면, 고문실도 나온다. 너무 잔인한 수법들로 사람들을 괴롭혔다. 바늘로 된 상자에 넣어서 흔들기, 손톱 밑 찌르기, 물고문, 가두기 등등 보기만 해도 끔찍했다. 차마 카메라를 꺼내서 사진 찍고 싶지도 않았다. 사람 몸이 겨우 들어갈만한 관을 체험할 수 있는데, 30초 정도 갇히는 체험을 했는데 너무 답답하고 무서웠다. 몸이 그냥 고정되어서 가려워도 간질수가 없었고, 힘들다도 다리를 굽힐 수도 없었다. 이런 고문들을 버텨가면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분들이 정말 위대하다고 느껴졌다. 



벽면에는 수많은 분들의 초상화가 있다. 유관순, 김구 선생님 등 많은 분들도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분들이 훨씬 많았다. 그분들의 노력을 여태 모르고 살았는데, 이번에 서대문 형무소를 방문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이 분들 덕분이라는 것을..


중간에 추모하는 곳이 있는데, 잠시 위대하신 분들을 위해 묵념을 하고 자리를 이동했다.




마지막에는 사형장이 있는데, 촬영 금지 구간이다. 들어가는 순간 그 자리에 섰던 마지막 모습들이 상상되었다. 죽음 앞에서, 어떤 기분이셨을까.. 두려움을 이긴 애국심이 정말 위대하고 멋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마 어떻게 했을까.. 아직까지 답을 못 찾고 있다.


사형장 옆의 저 나무는 많은 분들의 마지막을 지켜봤겠지.



가슴 깊숙이 감사한 마음과 무거운 마음을 같이 가지며, 관람을 마무리 짓고 출구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한동안 말없이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이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나왔다.


당신들의 용기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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