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운동 행진이 운반한 대형 태극기가 광화문 광장에 집결하면서 본격적으로 기념식이 시작됐다. 100년 전 만세운동의 길을 재현한 만세행진은 독립문과 대한문 근처에서 각각 출발해 광복군 서명 태극기와 김구 선생 서명 태극기를 앞세워 시민들이 함께 행진했다. 이어 군경합동의장대가 복원한 ‘진관사 태극기’를 들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그리고 국민대표 33인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진관사 태극기는 2009년에 진관사에서 발견된 태극기이다. 1919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진관사 태극기는 일장기에 덧그려 제작됐고 3.1만세운동 당시 가장 널리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국민대표 33인은 5부 요인을 비롯하여 임우철, 김영관, 승병일, 나영의, 김혁 등 애국지사와 후손, 영화 ‘I Can Speak’의 실존 인물인 이용수 할머니와 주연 배우 이제훈, 강제동원 피해자, 6·25 전사자 유가족, 월남전 참전용사, 이산가족, 파독광부·간호사, 민주화 운동 유가족, 이상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등 다양한 분야의 국민 대표가 참석했다. 미래세대를 대표해 독립운동가 배출 학교인 이화여고, 보성여중, 경기고 학생들도 33인 대표로 함께 했다.

그동안 국가행사에서는 군의장대가 의전을 수행했지만, 국가 안보를 담당하는 군과 국민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맞닿아있어 100주년 기념식에서 최초로 군경합동의장대를 구성했다.

또한 오늘 기념식에서는 국민과 함께 3·1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낭독자들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대통령직속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 추진위원회에서 발행한 ‘쉽고 바르게 읽는 3·1 독립선언서’를 읽었다. 같은 낭독문이지만, 박유철 광복회장은 롤러블TV로, 시각장애인 김예지 피아니스트는 점자 독립선언문을, 학생들은 폴더블폰을 보며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다.

독립선언문과 더불어 헌정문 낭독도 이뤄졌다. 대한제국의 국권을 침탈하고 언어와 역사를 말살한 식민통치의 본산인 조선총독부 터였던 흥례문 권역에서 선열들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헌정공연과 편지 낭독이 진행됐다. 선우예권 피아니스트와 이정란 첼리스트의 헌정공연에 이어 윤봉길 의사의 종손인 배우 윤주빈 씨가 헌정문을 낭독했다. 윤주빈 씨는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이고 소설가인 심훈 선생이 열아홉 나이에 3·1운동 직후 서대문형무소 투옥 당시 어머니께 보낸 서간문 ”감옥에서 어머님께“ 주요 대목을 낭독했다.

이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故 유관순 열사에 대한 1등급 훈장 추가 포상을 수여했다. 3.1운동의 상징이자, 비폭력·평화·민주·인권의 가치를 드높인 유관순 열사에게 최고 등급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유관순 열사의 조카 유장부 씨가 대리 수상했으며 열사의 이화학당 100년 후배이자 유관순횃불상을 수상했던 이화여고 2학년 윤수진 양이 추서판을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서판에 훈장을 달아주었다.

“100년 전 오늘, 우리는 하나였습니다. 100년 전 오늘, 남과 북도 없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3월 1일부터 5월까지,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만세시위를 언급하며 “그 첫 열매가 민주공화국의 뿌리인 대한민국 임시정부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친일잔재 청산은 너무나 오래 미뤄둔 숙제”라며 잘못된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은 “‘신한반도체제’로 담대하게 전환해 통일을 준비해 나가겠습니다”라며 앞으로의 새로운 100년은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100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혁신적 포용국가로 모든 국민이 평등하고 공정한 기회를 갖고,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12시 정오에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전 국민과 함께 만세를 외쳤다.

기미년 정오에 시작했던 만세운동. 100년 후, 광화문에 모인 국민들과 5G 생방송 중계를 통해 백록담, 독도, 연평도 등과 연결해 전국 곳곳에서 만세 운동을 동시에 진행했다.

만세 삼창에 맞춰 태극기를 매단 드론 50여대가 날아올라 숫자 ‘3’과 ‘1’을 그렸고, 공군 특수 비행팀 블랙이글스가 하늘에 숫자 100을 그리며, 100주년을 기념했다.

“열성과 환희로 축하하며 천만대에 기념할 우리 민족의 부활일인 이날 하루를 무한히 기쁘게 축하하고 놀자” 1920년, 독립신문에 기록된 내용이다. 그 기록대로 오늘 기념식은 세대를 초월해 함께 즐기기 위한 공연들이 진행됐다. 랩퍼 비와이, 가수 인순이, 뮤지컬 영웅의 안중근 역할로 공연 중인 배우 양준모,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이하림, 세종대·단국대·한양대·용인대 연합 무용학과 학생 등이 함께 축하무대를 꾸몄다.

기념식은 ‘독립의 횃불 출정식’으로 마무리 됐다. 독립의 횃불은 3·1운동의 궤적을 밟아 전국 각지를 거쳐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에 다시 모이는 행사로, 그 첫발을 떼는 출정식을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에서 진행한 것이다. 임우철 애국지사가 청년 20여 명에게 횃불을 전달하며 이날 기념식이 종료됐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