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SK최태원의 행복론에 눈물짓는 중소기업 ‘직장 민주주의’

이안나 입력 : 2019.01.18 13:38 ㅣ 수정 : 2019.01.18 13:38

SK최태원의 행복론에 눈물짓는 중소기업 ‘직장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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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의 SK직원 '행복론'에 눈물짓는 중소기업 재직자들

 

그 눈물 속에 '중소기업 살리기'의 비밀 담겨 있어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제 워라밸 점수는 꽝입니다. 60점 정도 될까요.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까지 그렇게 일하라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면 꼰대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8일 직원들과 '행복토크' 시간을 가지며 한 말이다. 최 회장은 "딥체인지(근본적 변화)를 이끄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라며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위해선 HR제도를 적극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의 발언을 접한 중소기업 재직자들은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반추하며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고연봉의 총수가 직원행복까지 챙기는 모습은 '낯선 풍경'이다.

 

그 눈물 속에 중소기업 살리기의 비밀이 담겨있다. 기성세대들은 청년들이 대기업만 선호하고 중소기업을 외면한다고 비난하곤 한다. 어려움을 모르고 자라서 배가 부르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변명을 해보자. 한국의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외면하거나 짧게 다니다가 퇴사하는 것은 '돈'만의 문제가 아니다. '직장문화'도 중요한 가치이다. 월급도 적고 직장 민주주의도 척박한게 한국의 대부분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중소기업 사주가 높은 연봉은 못줘, '직장민주주의'는 마음먹기 달려

중소기업 사주가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려면 '돈'말고 '문화'를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 이 점을 많은 중소기업 사업자들은 모르는 게 솔직한 현실이다.

 

위디스크 실소유주 양진호에게 폭언·폭행을 당한 직원들은 왜 진작 퇴사하지 않았을까? 분위기라는 감옥 때문이다. 폭력적 분위기는 조직문화가 되어 직원들을 짓누르고 괴롭혔다. 피해자가 ‘양진호 회장님’이라 존칭을 쓰는 것만 봐도 분위기가 직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양진호 사례는 극단적이지만 사실 직원들을 괴롭히는 기업 갑질은 주변에 너무나 흔하다. 특히 청년들은 ‘중소기업이 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자가 만났던 '알바생'은 조직내 '갑질문화'에 질려 중소기업 퇴직

 

기자가 인터뷰했던 커피전문점 알바생 조정현 씨는 대학을 졸업해 4개의 중소기업을 옮겨다니다 여성 차별, 비합리적 지시, 극심한 파벌 등 ‘갑질 문화’에 질려 퇴사 후 3년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의 꿈은 창업을 해 ‘좋은 사장’이 되는 것이었다.

 

조정현 씨의 사례를 보고선 공감의 댓글들이 달렸다. ‘직원을 소모품으로 대한다’, ‘개인비서 마냥 부려먹는다’, ‘아무리 일해도 경력을 쌓일 수가 없다’ 등 “중소기업에 안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등 주로 위계적인 문화로 생기는 문제점들이다. 대부분 내부에서 의견을 내도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태도의 기업에서 직원들은 결국 떠나거나 냉소주의 가득한 침묵으로 일관하게 된다.

 

중소기업 인력 미스매치 현상이 몇 년째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기업 자신이 ‘문화 혁신’을 단행하지 않으면 연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시대가 바뀌고 청년도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가 몰고 오는 변화, 조직역량의 본질을 뒤흔드는 중

 

90년대 생은 '수직과 복종'을 혐오하고 '수평과 협력'에 행복감 느껴

4차산업혁명 시대로 인한 변화는 일자리 뿐 아니라 조직 내에서 필요한 역량도 변화시킨다. 앤드루 맥아피의 '머신, 플랫폼, 크라우드'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12년 사이 조직에선 반복적 행동이 필요한 역량은 사라졌다.

 

반면에 비루틴적인 분석적 역량은 11%, 타협, 설득, 협력의 사회적 기술은 24% 늘어났다. 단순 반복 일들은 기술이 점령했지만 사람 간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뜻한다.

 

격동하는 산업의 변화 속에 진입하는 참여자들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CJ에서 근무했던 임홍택 씨가 쓴 '90년생이 온다'에선 사회초년생들인 90년대생에게 충성심은 회사가 아닌 자기 자신과 본인의 미래라고 설명한다.

 

과거 고성장사회를 살았던 사람들과 오늘날 저성장사회에서 직장에 들어간 사람들은 일에 대한 태도나 관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90년대생들을 위한 조직문화(분위기)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는 것보다 회사가 그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소위 요즘 청년들은 군대식 모델의 상명하복이 극복된 곳, 수직 구조에서 수평 구조로 바뀐 곳, 내부 경쟁 게임을 협력 게임으로 전환시키는 곳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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