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性접대 의혹’ 김학의 사표…靑 반응이

임지선 기자

당사자 말만 듣고 ‘별일 아니다’ 치부

민정수석실 안이한 대처 책임론 불거져

청와대는 김학의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동영상 의혹이 결국 자진사퇴로 이어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사전에 수사 상황을 알지 못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김 차관을 임명하는 사태까지 빚어져 인사 검증 부실 문제가 다시 부각됐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21일 하루 종일 어수선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전 통화에서 고위 공직자가 성 접대를 받는 동영상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 “(임명 전에) 전혀 몰랐다”며 “경찰도 그때까지는 몰랐으니까 보고를 안 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 차관을 임명하기 전 문제의 동영상 등에 대해 확인했고, 김 차관은 이를 부인했다는 것이다. 또 당시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청와대의 기류는 바뀌었다. 지난 18일 경찰이 내사 착수 사실을 공표한 데 이어 하루이틀 사이에 관련자들이 성 접대 동영상을 인정하는 진술이 나오면서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업무보고를 듣기 위해 정홍원 국무총리(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등과 함께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업무보고를 듣기 위해 정홍원 국무총리(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등과 함께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경찰은 박 대통령 취임 전부터 이 사건에 의혹을 갖고 정보를 수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동영상을 둘러싼 소문이 파다했다. 당사자 말만 듣고 청와대가 이를 별일 아니라고 치부한 것이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정말 몰랐다면 청와대가 검증 부실을 자인하는 셈이다.

경찰이 동영상 등 관련 수사 사실을 해당 공직자가 임명된 뒤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소문도 있다. 김 차관이 임명될지 예상하지 못해 보고를 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알렸다는 것이다. 유임될 듯하던 김기용 전 경찰청장이 갑자기 교체된 것도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 전 청장이 수사 상황을 제때 보고하지 않아 문책을 당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으로 다시 인사 검증을 부실하게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차관 인선에 시스템 검증을 했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우선 안이하게 대처한 민정수석실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경찰에서 내사 중인 사건이 있다면 당연히 인선을 늦췄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 차관이 이날 오후 전격 사퇴를 하기 전 일찌감치 청와대 내부에선 박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럴 때는 사실이든 아니든 대통령에게 부담되지 않도록 그 사람이 사퇴해야 한다”며 “사실이 아니면 밖에서 사실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고 돌아오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경찰 수사가 종료되지 않은 상태이고, 당사자가 의혹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로서는 어떤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열린 허태열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개인 문제”로 정리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 같은 기류를 김 차관에게 직접 전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러 통로로 김 차관에게 이런 분위기가 전해지면서 자진사퇴로 이어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 차관의 자진사퇴 직후 청와대의 공식 반응은 없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후 과정이 어떻게 됐든 얼굴을 들 수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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