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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과 양심 Apr 06. 2016

만물의 근원은 무엇인가 - 2

아낙시만드로스와 아페이론

고대 그리스의 부유한 도시 밀레토스. 여기서 최초의 철학자 탈레스가 탄생하였고 그로부터 14년 후인 기원전 610년, 프락시아도스에게서 아낙시만드로스라는 사람이 태어난다. 아낙시만드로스는 탈레스의 제자인 동시에 그의 철학 파트너로서 생을 함께 한다.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이 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낙시만드로스는 스승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탈레스의 주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비판하였다.


"만물의 근원이 물이라면 어떻게 물과 정반대인 불이 생겨날 수 있는가?"


즉, 탈레스는 불이나 흙과 같은 많은 것들이 물에서 생겨났다는 발생 원리를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낙시만드로스는 만물의 근원이 아페이론(Apeiron)이라고 하였다. 아페이론은 무엇인가? 아페이론은 무한정자, 무규정자, 무한자라고도 하는데 성질에 있어서는 무규정, 분량에 있어서는 무제한의 성격을 가지는 만물의 근원이자 원리이다. 즉, 아페이론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무한이며 늙거나 파괴되지 않는 불멸의 존재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이렇게 자연의 근원을 '자연이 아닌 것'에서 찾으려 했다는 점에서 탈레스와 대비된다.


라파엘로의 그림 아테네 학당(School of Athens)에서 아낙시만드로스가 피타고라스의 옆에 앉아 무언가를 받아 적고 있다.

아낙시만드로스는 또한 만물의 생성 원리에 대해 '대립' 개념을 생각해내었다. 아페이론으로부터 더운 것과 찬 것, 습한 것과 마른 것이 생겨났는데 이들이 서로 대립하여 만물을 생성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만물은 모두 필연적 법칙(모이라, '아킬레우스는 왜 죽어야만 했는가?' 참조)에 따라 생성되었다가 소멸하고 다시 아페이론으로 돌아간다.


아낙시만드로스가 이렇게 만물의 생성 원리에 대해 대립 개념을 생각해 낸 데 반해 탈레스는 물이 다른 존재로 변하기 위한 운동 원리나 발전 원리를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만물의 근원을 아페이론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설명하려 한 아낙시만드로스의 사유 수준은 그의 스승보다 한 걸음 더 앞서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청출어람의 원조격인 아낙시만드로스는 기원전 546년, 그의 스승이 죽은 바로 그 해에 그도 함께 세상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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