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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중1이 해야하는데 좋은시 하나만 알려주세요 내일이 시화 그리는 날인데
lj**** 조회수 1,396 작성일2014.04.17
중1이 해야하는데 좋은시 하나만 알려주세요
내일이 시화 그리는 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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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날개
달신
시 8위, 미술 41위, 재즈, 뉴에이지 음악 17위 분야에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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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밝은 날 - 이정우
  
 오늘처럼 햇빛이 더 밝은 날은
 창을 열어 바라보는 저 들녘 멀리
 그리움에 반짝이는 강이 흐르네
  
 오늘처럼 햇빛이 더 좋은 날은
 손을 들어 가리키는 저 언덕 너머
 기다림에 나래치는 새가 날으네
 
 오늘처럼 햇빛이 더 환한 날은
 발돋움해 우러르는 저 하늘가로
 영원 속에 꽃피우는 나무가 서네

 

 

여 백 - 도종환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마음 - 곽재구

아침 저녁
방을 닦습니다
강바람이 쌓인 구석구석이며
흙냄새가 솔솔 풍기는 벽도 닦습니다
그러나 매일 가장 열심히 닦는 곳은
꼭 한 군데 입니다
작은 창틈 사이로 아침 햇살이 떨어지는 그곳
그곳에서 나는 움켜쥔 걸레 위에
내 가장 순수한 언어의 숨결들을 쏟아붓습니다
언젠가 당신이 찾아와 앉을 그 자리
언제나 비어 있지만
언제나 꽉 차 있는 빛나는 자리입니다.

 

 

나무 - 김용택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여름이었어
나, 그 나무 아래 누워 강물 소리를 멀리 들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가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서서 멀리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강물에 눈이 오고 있었어
강물은 깊어졌어
한없이 깊어졌어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다시 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있었지
그냥,
있었어
  

 

 

처음처럼 - 안도현

 

이사를 가려고 아버지가
벽에 걸린 액자를 떼어냈다
바로 그 자리에
빛이 바래지 않은 벽지가
새것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집에 이사 와서
벽지를 처음 바를 때
그 마음
그 첫 마음,
떠나더라도 잊지 말라고
액자 크기만큼 하얗게
남아 있다

 

 

벽지를 바르며 - 고광근

 

일요일 아침
우리 가족 벽지를 바른다.
돌돌 감긴 벽지를 펼치니
화들짝 피어나는 꽃무늬

새해에는 넓은 집으로
이사할 거라던 어머니
이사 대신
누렇게 바래 버린 벽지 위에
새하얀 꽃무늬 벽지를 바른다.
우리 가족 서투른 도배는
꽃무늬가 자꾸 어긋나고
쭈글쭈글 오그라들어도 신이 났다.

한나절 도배를 하고 돌아보니
벽마다 활짝 핀 꽃송이
우리 가족 웃음 송이
하늘도 새로 도배를 했는지
구름무늬 푸른 벽지를 두르고
창문 가득히 푸르게 비쳐 온다.

 

  

못 위의 잠 - 나희덕

저 지붕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 놓았을까요, 못 하나
그 못이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
눈이 뜨겁도록 올려 봅니다

못 하나 위에서 견디는 것으로 살아 온 아비,

거리에선 아직 흙바람이 몰려 오나봐요

돌아오는 길 희미한 달빛은 그런대로
식구들의 손잡은 그림자를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골목이 너무 좁았고
늘 한 걸음 늦게 따라오던 아버지의 그림자

그 꾸벅거림을 기억나게 하는 못 하나,

그 위의 잠

 

 

나뭇잎을 닦다 - 정호승

저 소나기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가랑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봄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기뻐하는 것을 보라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가 고이고이 잠드는 것을 보라
우리가 나뭇잎에 얹은 먼지를 닦는 일은
우리 스스로 나뭇잎이 되는 일이다
우리 스스로 푸른 하늘이 되는 일이다
나뭇잎에 앉은
먼지 한번 닦아주지 못하고 사람이 죽는다면
사람은 그 얼마나 쓸쓸한 것이냐 


 

서시 - 김남조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더 기다리는 우리가 됩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해서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가 없습니다.
요행히 그 능력이 우리에게 있어
행할 수 있거든 부디 먼저 사랑하고
더 나중까지 지켜주는 이가 됩시다.

사랑하던 이를 미워하게 되는 일은
몹시 슬프고 부끄럽습니다.
설혹 잊을 수 없는 모멸의 추억을
가졌다 해도 한때 무척
사랑했던 사람에 대해
아무쪼록 미움을 품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햇빛이 말을 걸다 - 권대웅

길을 걷는데
햇빛이 이마를 툭 건드린다
봄이야
그 말을 하나 하려고
수백 광년을 달려온 빛 하나가
내 이마를 건드리며 떨어진 것이다

나무 한 잎 피우려고
잠든 꽃잎의 눈꺼풀 깨우려고
지상에 내려오는 햇빛들
나에게 사명을 다하며 떨어진 햇빛을 보다가
문득 나는 이 세상의 모든 햇빛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강물에게 나뭇잎에게 세상의 모든 플랑크톤들에게
말을 걸며 내려온다는 것을 알았다

반짝이며 날아가는 물방울들
초록으로 빨강으로 답하는 풀잎들 꽃들
눈부심으로 가득 차 서로 통하고 있었다

봄이야
라고 말하며 떨어지는 햇빛에 귀를 기울여본다
그의 소리를 듣고 푸른 귀 하나가
땅속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감자의 맛 - 이해인

통째로 삶은
하얀 감자를
한 개만 먹어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럽고
넉넉해지네

고구마처럼
달지도 않고
호박이나 가지처럼
무르지도 않으면서

싱겁지도 않은
담담하고 차분한
중용의 맛

화가 날 때는
감자를 먹으면서
모난 마음을 달래야겠다 

 

뱃속이 환한 사람 - 박노해

내가 널 좋아하는 까닭은
눈빛이 맑아서만은 아니야

네 뱃속에는 늘 흰 구름이
유유히 흘러가는 게 보이기 때문이야

흰 뱃속에서 우러나온

네 생각이 참 맑아서
네 분노가 참 순수해서
네 생활이 참 간소해서
욕심마저 참 아름다운 욕심이어서

내 속에 숨은 것들이 그만 부끄러워지는
환한 뱃속이 늘 흰 구름인 사람아

 

201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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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수
-박치성,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하네요
오늘을 위해 아껴둔 옷을 맡아준
옷장이 고맙고
잘 다녀오라며 문을 열어주는
문고리마저 고마워요.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

자리가 없어 서서가는 버스지만
손잡이들은 음표되어 멜로디를 만들고
횡단보도는 커다란 건반되어
내 콧노래에 반주를 넣어주네요.

가슴 속 떨림이 밖으로 보여도 괜찮아요
조금 들뜬 모습을 보여도 오늘은 괜찮겠어요
지금 말하러 갑니다.

오늘이 있어서 고마워요
내 오늘에 당신이 있어서 고맙습니다.

---------------

널 만난 후로 나에게
사계절 같은 건 없었어.

내 속에 네가 들어와
뜨거운 꽃을 심었던
옅은 봄.

그리고 그것이 만개해
꽃잎이 온몸을 타고 흐르던
찐한 봄.

내겐 어쨌든 봄뿐이었어
널 만난 후로 나에겐

-박치성, "봄을 부르는 너"

----------------

-박치성, "피크닉"


봄이 부르는 오후.
아직 채 푸르지 못한
앳된 잔디밭에 앉아

잔디 한 번, 너 한 번
잔디 한 번, 너 한 번

지그시 바라보다
봄 햇살이 눈부셔 스르르 잠이 든다.

꿈은 옅은 분홍 꿈
그곳에서 너에게 기대어 심는 봄꽃.
내 숨은 진달래되어
귓속말은 벚꽃되어

네 심장에 한 송이, 네 귓가에 한 송이.
나란히 벗어 둔 단화 옆에 또 한 송이.

언젠가 져버릴 이 봄꽃의 환상 속에서도
사시사철 아름다울
너란 꽃이 눈부셔 스르르 잠이 든다.

-----------

분홍빛 물든 바람에
네 머리칼 끝이 춤추는 것을 보며
나는 느낀다

봄이구나
봄이 왔구나

-박치성, "내게도 봄이"

-----------


그대만 보다가
주위를 둘러 보니

여기는 오징어
저기는 멍게

그대와 함께 있는 지금
나는 해물탕에 살고있다

-박치성, "콩깍지"

-------------

민들레가 어디서든 잘 자랄 수 있는건
어디로 데려갈 지 모르는 바람(風)에
기꺼이 몸을 실을 수 있는
용기를 가졌기 때문이겠지

어디서든 예쁜 민들레를 피어낼 수 있는건
좋은 땅에 닿을 거라는 희망을 품었고
바람에서의 여행도 즐길 수 있는
긍정을 가졌기 때문일거야

아직 작은 씨앗이기에
그리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리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


-박치성, "봄이에게"

-----------------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
너의 하늘을 보아


------------


우울한 날씨의 봄에
왠 물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이물은 하늘의 빗방울인가
하고 하늘을 올려보니
어느 벚꽃이 눈물을 흘린다
무엇이 너를 떨구게 하였느냐
무엇이 너를 눈물짓게 하였느냐
이별의 눈물인가
고된 삶의 눈물인가
묵묵히 한방울, 한방울


벚꽃의 눈물에 젖어가는 이 거리는
그것의 아우성과비명이 담겨있나
촉촉한 눈물의 길은
내 발아래부터 머리끝까지
온몸을 적신다
울어라! 벚꽃이여
울어라! 벚꽃이여
너의 마음의 시름이 다 없어질 때 까지
울고, 울고, 또 울어라.
그리고 모두 날아갔을 때,
모두 떨귀었을때
비로소 나는 너의 가지에 새로이 피어나
새파아란 잎이 되리라.

-이우근, "눈물"

---------------

힐끔 보아도 예쁘다
한 눈에 보아도 사랑스럽다
너가, 그렇다

-박치성, "풀꽃보다"

-----------------
우리 만나기로 한 날.
너가 빨리 보고 싶은 거야.
언제 오나 싶어,
눈이 빠지도록 널 기다리다가
진짜 눈이 빠져버렸어.

근데 빠진 눈이 안절부절못하더니
어디론가 떼굴떼굴 굴러가는 거야.
어딜 가는 건가 싶어,
따라가 봤더니
니가 신은 하얀 플랫슈즈 코앞.

-박치성, "눈알 마중"

----------

흩날리던 작은 꽃씨가
언 땅을 녹이듯
그렇게
당신은 내 마음에 자리 잡았어요.

나는 당신이
노란 꽃이 되어도 좋고
빨간 꽃이 되어도 좋아요.
하얀 꽃이 되어도 좋고
꽃을 피우지 못해도 좋지요.

차가웠던 나를 찾아준 당신을 위해
그 고운 뿌리를 안아줄 수 있는 것만으로
나는 충분히 행복해요.

그래도 난
당신이 꽃을 피우기에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나를 산산이 무너뜨리는 폭우 속에서도
그 한 방울 한 방울을 기꺼이 머금겠어요.

힘내세요. 나를 믿으세요.
뿌리가 깊어지는 만큼 더 크게
당신을 안아줄 나를 믿으세요.
줄기만 남아 엉성해진대도
난 절대 당신의 뿌리를 놓지 않을 테니까요.

-박치성, "흙의 고백"




출처: 페이스북

201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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