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팔 화약고’ 예루살렘에 불붙이나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트럼프, 이스라엘의 수도로 조만간 공식 인정할 것” 보도

일방적 관할권 인정 않는 지역…팔레스타인·아랍권 반발

지난 1일 이스라엘 동부 올리브산에서 바라본 예루살렘 시가지 전경. 이슬람 사원, 교회, 유대인 공동묘지가 보인다.  예루살렘 | AFP연합뉴스

지난 1일 이스라엘 동부 올리브산에서 바라본 예루살렘 시가지 전경. 이슬람 사원, 교회, 유대인 공동묘지가 보인다. 예루살렘 | AF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팔레스타인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면서 아랍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은 지역의 평화 정착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며 강경한 어조로 반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6일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신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바로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되 대사관은 옮기지 않는 일종의 절충안을 택할 것이란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미국 대사관을 유대인들의 영원한 수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은 3일 브루킹스연구소 토론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다양한 사실을 살펴보고 있다”며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폭스뉴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택지를 제공했다. 어떤 결정을 내릴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대사관 이전 여부와 상관없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할 경우 중동지역 평화 문제에는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 동부와 요르단강 서안 지구를 1967년 점령하고 동예루살렘을 병합했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 전체를 자국의 통일된 수도라고 주장하지만,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 동부를 자신들의 미래 수도로 여기고 있다. 예루살렘은 유대인뿐 아니라 이슬람이나 기독교 신자들에게도 성지다.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면 팔레스타인 입장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어주는 결과가 된다. 이 때문에 역대 미국 정부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한 번도 예루살렘을 수도로 인정하지 않았다. 1995년 제정된 ‘예루살렘 대사관법’에는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도록 돼 있지만 대통령들은 국익과 외교적 이해관계를 고려해 결정을 6개월간 보류할 수 있다는 유예조항을 이용해 논란을 피해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6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을 추진하겠다며 법안 시행을 미뤘다.

세계 각국도 예루살렘에 대한 이스라엘의 일방적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각국이 대사관을 경제 수도인 텔아비브에 두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동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터키 등 각국 지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예루살렘 수도 인정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슬람협력기구(OIC)와 아랍연맹 회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압바스 수반은 경쟁 상대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측에도 전화를 걸어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바스 대통령은 “미국이 예루살렘을 수도로 인정하는 것은 백악관의 중동 평화 노력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이는 미래 평화협상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의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사무총장도 성명을 통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극단주의에 불을 붙이고 폭력사태를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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