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춤·큰절·개고기… 리퍼트도 부담스러워할 ‘과공(過恭)’

김진우·박용하 기자

총리·여야 대표 등 줄줄이 병문안…일부 시민들 ‘쾌유 기원’ 부채춤·큰절·개고기…

흉기로 공격을 당해 입원 중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병실을 찾는 정치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여야 대표들은 8일 소속 의원들을 대거 이끌고 앞다퉈 리퍼트 대사의 병실을 찾았다. 정치권의 동선(動線)이 리퍼트 대사를 중심으로 짜인 듯한 모습이다.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비는 시민들의 응원도 이어졌다. 그러나 일부 시민과 단체의 열성적인 ‘쾌유 기원’ 행위는 보는 이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이 때문에 “차분하게 쾌유를 바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일 기독교단체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며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연 기도회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엎드려 절하거나 부채춤(아래 사진)을 추고 있다. | AP연합뉴스

지난 7일 기독교단체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며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연 기도회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엎드려 절하거나 부채춤(아래 사진)을 추고 있다. | AP연합뉴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쯤 리퍼트 대사가 입원 중인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을 방문했다. 리퍼트 대사는 김 대표에게 “이번 사건은 나 자신은 물론, 미국에 대한 공격(attack)”이라며 “슬기롭게 극복해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표가 “속히 쾌유해서 소주 한잔하자” “Go together(같이 갑시다)”라고 말하자, 리퍼트 대사는 “Absolutely(전적으로 동의한다)”라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20분 간의 병문안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이번 사건은 종북좌파들이 한·미동맹을 깨려는 시도였지만 오히려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하고 더 결속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리퍼트 대사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대사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들의 의연함에 대해 한국 국민 모두가 큰 감동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전달했고, 한·미 혈맹관계가 굳건히 되도록 노력하는 계기로 삼자는 얘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이날 오후 1시쯤 병문안을 했다. 문 대표는 “끔찍한 사건을 겪고도 침착하고 의연한 모습을 보여준 데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러한 모습이 자칫 손상될 수 있었던 한미동맹에 미칠 손상을 최소화하고 더 굳건히 발전시키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표는 지난 6일 주한 미국대사관을 찾아 메리 타노브카 주한 미국 부대사 대행에게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에 대한 유감의 뜻과 위로를 전한 바 있다.

정부 측 고위 인사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6일 리퍼트 대사를 병문안한 데 이어, 8일 오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병실을 찾았다.

<b>리퍼트 대사 방문한 새누리</b>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가 8일 소속 의원들과 함께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왼쪽에서 세번째)를 위로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세브란스병원 제공

리퍼트 대사 방문한 새누리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가 8일 소속 의원들과 함께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왼쪽에서 세번째)를 위로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세브란스병원 제공

<b>리퍼트 찾은 문재인</b>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가 8일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 | 세브란스병원 제공

리퍼트 찾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가 8일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 | 세브란스병원 제공

종교단체·시민단체들은 지난 주말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비는 집회를 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한성총회 소속 신도들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리퍼트 대사 쾌유 기원 및 국가안위를 위한 경배 찬양행사’를 열고 부채춤과 발레, 난타 공연을 펼쳤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도 기도회가 열리고 공연이 벌어졌다. 보수성향의 시민단체 ‘엄마부대봉사단’은 신촌세브란스병원 앞에서 “리퍼트 대사님 사랑합니다”란 문구를 내걸고 쾌유 기원 집회를 가졌다.

지난 6일에는 연세대 졸업생이라고 밝힌 70대 남성이 “대사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며 개고기와 미역국을 병원에 가져왔다. 이 남성은 “대사의 빠른 쾌유를 바라는 의미에서 직접 음식을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호팀의 만류로 안내데스크에서 돌아갔다.

부채춤 행사와 개고기 선물은 AP통신, 뉴욕데일리, 폭스뉴스 등 외신에도 소개됐다. 일부 누리꾼은 “아무리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빈다고 하지만 너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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