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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 반백년 동안 묵묵히 도자기를 빚어 온 이향구 명장…“도자기도, 인생도 배움의 연속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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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 반백년 동안 묵묵히 도자기를 빚어 온 이향구 명장…“도자기도, 인생도 배움의 연속이지요”

▲ 이향구 명장 화로

“명장 칭호를 듣게된지 벌써 15년째가 됐지만 여전히 배운다는 자세로 도자기를 빚고 있습니다.”

이천 신둔면 도자예술로에서 지난 22일 만난 이향구 명장(67)은 도자기와 얽힌 자신의 인생과 작품관을 밝혔다. 이 명장은 올해로 도예가 50년차를 맞이한 인물로 지난 2005년 유승우 전(前) 이천시장에게 이천시도자기명장 인증을 받은 인물이다. 경남 삼천포 출신인 그는 17살이었던 지난 1969년 고등학교 진학 대신 도기 공장 입사를 선택하면서 도자기와 인연을 맺게 됐다. 당시 월급 3천500원을 받으며 도기 공장에서 물레 성형을 배운 그는 성인이 되자 서울, 여주 등을 거쳐 1980년부터 이천에 정착했다. 이향구 명장은 우연한 기회에 방문하게 된 이천 해강 도자박물관에서 그간 알지 못한 기술을 알게되면서 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본격적인 도예가의 길에 입문하게 됐다. 이천 정착 후 한 도자 공장에서 물레성형 팀장으로 일하다 1987년 남양도예라는 공방을 차리게 돼 현재에 이르렀다.

▲ 이향구 명장
▲ 이향구 명장

그는 남양도예에서 작품을 빚어낼 뿐만 아니라 ‘오는 사람 막지 않는다’는 자세로 제자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인근 도예고 교사들은 물론 과거 5년간 명지산업대학원에서 출강한 이력을 바탕으로 입소문을 타고 가르침을 구하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아 어느덧 제자 숫자만 수백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각종 유튜브 방송에서 이 명장을 소개하면서 말레이시아에서도 방문하는 이들도 생겼다.

이 명장은 점력이 강한 싸리산점토와 무안점토 등을 사용해 작품을 만든다. 물레에 점토를 올려 수분을 먹인 후 3~5㎜ 두께로 도자기를 빚어낸다. 이때 빚어낸 도자기는 화로에 넣어 950도 온도로 구워낸다. 이때 구워내는 시간은 도자기 종류와 크기에 따라 상이하나 일반적으로 8시간에서 하루 정도 걸린다. 이후 다시 하루 간 도자기를 식혀낸 후 규석과 석회석, 나무재 등으로 만들어낸 유약을 도자기에 발라 1천250~1천260도 온도의 화로에 또 3~5일간 구워낸 후 작품을 완성한다. 이때 만들어진 작품은 화로 속에서 수축해 초기 작품 대비 약 17% 줄어든 크기로 완성된다.

▲ 이향구 명장1
▲ 이향구 명장

이 명장의 도자기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화로 속에서 구워내는 중 터지거나 금이 가는 경우가 적다. 도자기 두께가 3~5㎜에 불과해 겉보기엔 열에 약해보이나 오히려 이 정도 두께가 구워지면서 수축함에 따라 더욱 단단해진다는게 이 명장의 설명이다.

이 명장은 “반백년 간 도자기를 빚어왔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과 궁금한게 많아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며 “나 자신의 발전은 물론 도예업계의 발전을 위해서 작품 활동 및 제자 양성도 소홀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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