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 | 장편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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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사과 |
출판사 | 창비사 |
출판일 | 2008년 |
작품해설
소설가 김사과의 첫 장편소설. 2008년 창비사에서 발간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세 명의 십대 청소년, 미나와 미나의 오빠, 그리고 미나의 친구 수정이다. 단짝 친구인 고등학생 수정과 미나는 또 다른 친구 지예의 자살을 계기로 미묘한 관계 변화를 겪는다. 미나는 친구의 죽음에 대한 충격을 추스르지 못한다. 백지 답안지를 내고 불면으로 먹은 수면제 때문에 학교를 결석하고, 급기야 학교를 그만두고 대안학교로 옮겨간다.
교양 있는 부모, 복권당첨으로 얻은 부유함, 멋있는 오빠를 가진 미나에게 열등감 어린 동경을 느끼던 수정은 미나의 변모에 혼란을 느낀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미나오빠인 민호와 사귀기로 한 수정은 어느 날 새벽 마트에서 여러 종류의 칼을 사들고 학교로 간다. 학교에서 조퇴를 하고 미나 집을 찾은 수정은 그동안 자기 마음속에 품었던 이야기를 털어놓고 결국 미나를 칼로 찔러 죽인다. 친구의 자살소식에 흔들리는 미나를 이해하지 못했던 수정은 미나를 죽여서라도 이해하고자 한다.
상대를 어떻게 할 수 없는 패배감에도 불구하고 그 상대를 갈구하는 답답함 때문에 수정은 살인을 저지르고, 그녀를 사랑하기에 그녀를 영원히 박제해 소유하고자 한 것이다. 한편, 학창시절 학생운동과 여성운동을 했지만 지금은 유럽산 가방을 모으는 취미로 허영심을 채우는 미나 어머니나 프랑스에서 철학을 공부했지만 P시의 사교육시장을 살찌우며 과외를 하는 논술선생, 복권에 당첨되어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한심한 지식인 미나 아버지 등 천민자본주의에 함몰된 40대 부모 세대에 대해 날선 비판 또한 예리하게 제시된다.
미나와 수정, 이 두 십대 소녀가 맞는 파국은 ‘바깥’을 허용치 않는 강고한 자본제 사회, 그 중에서도 자본주의적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 체제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읽힌다. 간간히 이야기의 흐름에서 벗어나 수정이 독백처럼 쏟아내는 사회적 발언들은 반인본주의적 체제를 향한 작가의 직설적인 비판의 목소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