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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진흥원장 ‘낙하산 인사 파동’은 윤태호 추천으로 시작됐다

탐사보도팀 | 강진구 기자
[단독]만화진흥원장 ‘낙하산 인사 파동’은 윤태호 추천으로 시작됐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 ‘낙하산 인사’ 파동을 불러온 문화체육관광부 6급 주무관을 원장에 응모토록 권유한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후보 TV 찬조연설을 했던 <미생>의 윤태호 작가(사진)로 확인됐다. 또 문체부 사무관과 부천시 국장급 간부가 만화계 내 반대파 인사들을 만나러 다닌 사실도 드러났다. 문 대통령과 가까운 문화계 인사가 특정인물을 원장 후보로 추천하고 문체부와 부천시가 조직적으로 지원에 나선 셈이다.

2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이모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 주무관(6급)이 지난 6월 만화영상진흥원장에 응모하기 전 웹툰 <미생>의 작가인 윤태호 한국만화가협회장과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주무관은 “윤 협회장이 6월 중순쯤 전화로 만화영상진흥원장을 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와 ‘고민해보겠다’고 했고 1주일 후에 다시 연락이 와서 응모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주무관이 원장에 응모한 후 만화영상진흥원 이사회(17인) 내부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커졌다. 한 이사는 “부천시와 만화계가 협조하며 20여년간 발전시켜온 기관을 문체부가 정년을 1년 정도 남겨놓은 7급 공무원을 앞세워 장악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반발했다.

결국 6월 말 이사회에서 이 주무관은 최종결선에까지 올라왔지만 원장으로 선출되는 데 실패했다. 이후 7월11일 2차 인선을 앞두고 문체부와 부천시는 반대파 인사들을 접촉하기 시작했다.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 정모 사무관이 이 주무관과 함께 당시 이희재 전 이사회 이사장과 원수연 웹툰협회장 등을 만난 것이다.

정 사무관은 “이 주무관이 ‘원장 응모 전에 약속한 자리인데 함께 갈 수 있겠느냐’고 부탁해서 참석했을 뿐이고 이 전 이사장이 ‘왜 원장이 되려 하느냐’ 묻고 답변이 있었지만 난 주로 대화를 듣기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 협회장과는 내가 먼저 다른 일로 대화를 나누다 이 주무관이 뒤늦게 합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주무관은 “(원장 선출을 놓고) 만화계 분열이 심해서 내가 (주말로) 두 사람과 면담 일정을 잡은 후 정 사무관에게 부탁해서 함께 가게 된 것”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원장 선출 문제로 면담 일정을 잡고 정 사무관을 대동한 채 만화계 인사를 만났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 전 이사장도 “문체부 사무관이 구체적인 청탁을 하지 않았지만 2차 인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특정 후보와 함께 찾아온 자체가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원 협회장도 “2차 인선을 얼마 앞두고 문체부 직원중 한 명이 급하게 서울로 오는 길에 찾아뵙겠다고 해서얘기를 나누던중 이 주무관이 집근처에 와 있다고 해서 할 수 없이 들어오라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가 처음부터 이 주무관에 대한 민원을 위해 원 협회장과 면담을 잡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원 협회장은 “나는 이 주무관을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밤늦게 집까지 찾아온 사람을 되돌아가라고 할 수 없어 들어오라고는 했지만 만화계의 우려와 반대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문체부 사무관 이상 ‘윗선’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당사자들의 설명은 명쾌하지 못하다.

이 주무관은 “원장 응모는 정 사무관 외에 다른 분들한테는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정 사무관은 “윗분들은 진행상황에 대해 자세한 사항은 모르고 있었고 누가 물어보면 ‘공정하게 평가해달라’고 하라는 말만 했을뿐 원장 선출 관련해서 개입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문체부 외에 만화영상진흥원 예산의 90%를 지원하고 있는 부천시도 인선에 간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전 이사장은 “2차 인선을 앞두고 부천시 김모 국장과 최모 과장이 찾아와 ‘이 주무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서 ‘1차 때부터 진작 의사를 밝혀야지 이제 와서 그러냐’고 답변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여러 후보들에 대한 이사장의 생각을 물어본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전 이사장은 “문체부와 달리 부천시의 의사 표시는 직접적이었다”고 말했다.

문체부와 부천시가 지원에 나선 가운데 윤 협회장은 2차 인선을 앞두고 만화계 단체들이 모인 자리에서 직접 이 주무관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윤 협회장과 문체부, 부천시의 이 주무관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지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2차 인선에서도 차기 원장을 확정 짓지 못했다.

결국 만화영상진흥원 이사회는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해 29일 3차 인선을 앞두고 있다. 이 주무관은 또다시 원장직에 응모한 상태다. 3차 인선은 이 주무관을 지지하고 있는 만화가협회의 김모 전 협회장이 새 이사장으로, 윤 협회장이 이사로 참여해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만화계 한 인사는 “설마했는데 윤 협회장이 만화계 정서를 무시하고 ‘낙하산 인사’에게 원장직 응모를 권유하고 지지활동을 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실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간 100억원대 창작 지원 활동을 하는 기관의 장으로 특정 웹툰 업체 투자자가 미는 인물이 올 경우 과연 공정한 예산 배분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반면 윤 협회장은 “만화가협회 이사회에서 정치인보다는 행정 경험과 만화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인사가 공정하게 기관을 운영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어 이 주무관에게 응모를 제의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주무관은 27년간 만화행정을 하면서 특정 인사나 단체에 호의적이지 않았고 나와도 자주 부딪쳐 중립적으로 예산을 집행할 적임자로 판단했던 것”이라며 “문체부나 부천시가 (물밑으로)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지만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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