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애견용품도 다달이 '구독'하자, '펫츠비'

개가 사람이 남긴 밥을 먹고 집 밖에서 자는 것이 당연시되던 때가 있었다. 대다수의 사람이 개를 집 지키는 동물, '인간보다 아래인' 동물로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 주인을 잘 만나 대접받는 개들이 늘어나면서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개들은 이제 질 좋은 음식을 먹고 따뜻한 곳에서 사랑도 듬뿍 받는다. 아프면 애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미래를 위해 개 전용 보험도 든다. 물론 세상의 모든 개가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개를 '삶의 동반자'로 보는 사람의 비율이 예전에 비해 훨씬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개가 가족의 한 구성원이 된 것이다.

이렇게 인식이 바뀌다 보니 자연스레 반려견(함께 한다는 의미에서 '애견'보다 '반려견'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다양하고 특색 있는 반려견 서비스도 나오고 있다.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펫 섭스크립션(Pet Subscription)' 서비스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대다수의 모르는 사람을 위해 아래에서 설명한다).

'펫츠비(Petsbe, www.petsbe.com)'도 펫 섭스크립션 서비스 기업 중 하나다. 소셜커머스 업체 티켓몬스터를 창업한 신성윤 이사와 29세 젊은 청년 심종민 대표가 뭉쳐 만들었다. 아직 사업을 시작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애견인 사이에서 꽤 유명하다. 이에 IT동아가 심종민 대표를 만나 펫츠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IT동아: 잘 모르는 독자들이 많을 것 같은데, 섭스크립션 서비스에 대해 설명해 달라.

심 대표: 쉽게 말해 잡지의 '부록'을 구독하는 것과 비슷하다. 부록을 받으려고 잡지를 사는 사람도 많지 않은가? (특히 여성 잡지) 섭스크립션 서비스는 책 없이 부록만 모아서 보내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매달 구독료를 내면 다양한 샘플, 정품 등을 한 묶음으로 구성해 배송해준다. 대표적으로 화장품 섭스크립션 서비스인 '미미박스', '글로시박스' 등이 유명하다.

화장품 섭스크립션이 스킨, 로션, 크림 등 다양한 화장품을 묶어서 보내준다면, 펫츠비는 개와 관련된 제품으로 '박스'를 채워 보낸다. 구성품은 사료, 간식, 장난감, 옷 등 다양하며, 박스의 내용물은 매달 다르다. 박스는 그달의 이름을 따 '2월 박스', '3월 박스' 이렇게 부른다. 3월 중순인 지금은 '4월 박스'를 준비하고 있다.

IT동아: 가장 호응이 좋았던 구성품은 뭐였나?

심 대표: '콩(KONG)'이라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개 장난감이 있다. 소라를 닮은 고무 재질 장난감인데, 안에 사료나 간식을 넣어 놓으면 개가 굴려서 빼내어 먹는다. 이걸 받으려고 2월 박스를 구매한 사람도 많았다. 개가 간식을 먹으려고 콩을 굴리면서 운동도 하고, 놀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말썽도 덜 부린다. 재질이 천연 고무이기 때문에 건강에도 해가 없다. 외국 수의학 교제에도 나올 만큼 모범적인 제품이다. 제품을 사용해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는 사용자가 많았다.

'리키티 스틱(Lickety Stik)'도 반응이 좋았다. 보통 개를 훈련할 때 상으로 간식을 주는데, 이런 간식의 열량이 꽤 높은 편이다. 훈련은 해야 하는데 살이 찔까 염려하게 된다. 리키티 스틱은 물파스처럼 생긴 액체형 간식인데, 입구를 핥으면 치킨이나 베이컨 등 맛있는 향이 나는 액체가 나온다(실제 먹어보지는 않았다). 비타민과 같은 영양소도 들어 있다. 무엇보다 10번을 핥아도 열량이 1Kcal밖에 되지 않는다. 산책을 할 때도 휴대하기 편리하다.

IT동아: 어떻게 펫 섭스크립션 사업을 시작할 생각을 했나?

심 대표: 어렸을 때부터 시베리안 허스키 3마리(이름은 '바'자 돌림으로, 심바 쌈바 톰바)와 푸들 1마리(이름은 순돌이, 영어 이름은 '플린')를 키웠다. 개를 많이 키우다 보니 당연히 개 관련 서비스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우리 직원이 12명인데 이 중 6명이 개를, 2명이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동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좋은 서비스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펫 섭스크립션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사실 미국, 일본 등 해외 애견 시장은 한국과 비교도 못 할 정도로 무척 크다. 시장이 크다 보니 좋은 제품과 서비스도 많다. 좋은 재료만 쓰고 화학 처리도 거의 하지 않은 개 사료나, 개의 정서 발달에 좋은 장난감 등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또한 이런 '착한' 제품들이 나쁜 제품보다 그렇게 비싸지도 않다. 소비자들이 그런 제품이 있는지 잘 모르고, 알아도 구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우리는 좋은 제품과 소비자를 '소개팅' 해 주는 '주선자'인 것이다.

IT동아: 심 대표는 미국 회계사 자격증도 있다고 들었다. 애견 관련 사업을 시작하는 것에 부담은 없었나?

심 대표: 장기적으로 생각했다. 앞으로 30년 이상을 일할 텐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사람들에게 도움도 줄 수 있지 않은가. 바쁘게 사는 현대인과 그들의 동물이 양질의 제품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반대했지만, 이내 꿈을 지지해주셨다. "네 인생은 길고, 네가 마음먹은 것은 이뤘으면 좋겠다. 안정된 삶이란 없다. 자기가 즐길 때 만족감이 있는 것이다"고 말씀했다. 그것이 힘이 됐다.

IT동아: 다른 펫 섭스크립션 업체도 많다. 펫츠비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심 대표: 우리는 '사료'를 중심으로 한다. 약 2kg의 정품 사료를 기본으로 개 간식, 장난감, 위생 용품 등을 매달 바꿔가며 제공한다. 개를 키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개도 자신이 먹는 사료만 먹는다. 그래서 샘플 사료가 아닌 정품 사료를 제공한다. 또한 정품 사료를 개의 나이, 크기, 알레르기 유무에 따라 개 주인이 선택하도록 한다.

또 하나의 강점은 전담 수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수의사가 각 제품이 개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히 확인한다. 제품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답변도 해 준다.

IT동아: 박스 구성품을 파는 '펫츠비몰'이 있다고 들었는데, 아직 서비스하지 않고 있다. 언제 여는가?

심 대표: 현재 준비하고 있다. 3월 말에서 4월 초에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인력이 적다 보니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지 않는다. 펫츠비는 온라인 기반 사업에 관심이 많다. 앞으로 펫츠비 모바일 웹,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도 출시할 것이다.

IT동아: 홈페이지를 둘러보니, 아직은 구성품이 소형견, 중형견 위주인 것 같다. 대형견이나 다른 동물용 박스를 만들 계획은 없나?

심 대표: 오는 5월에 고양이 박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고양이'님'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고려해 보다 신중하게 제품들을 선정했다. 오는 4월,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고양이 박스 테스터를 모집한다.

상반기 내 대형견용 박스도 내놓을 계획이다. 국내에는 대형견보다는 소형견, 중형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래서 그들을 위한 서비스를 먼저 내놓게 됐다. 대형견은 그 숫자는 적지만 사료를 많이 먹기 때문에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본다.

IT동아: 유기견 관련 기부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심 대표: 아무래도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유기견에도 관심이 많다. 지금까지 3~4번 정도 유기견 단체와 기부 이벤트를 했다. 박스를 판매한 후 수익금을 단체에 기부하는 식이다. 이번 주 수요일부터 네이버 해피빈(기부 사이트)에서 3월 박스 250개를 판매할 예정이다. 판매금 전액은 해피빈과 연계된 유기견 단체에 전액 기부할 것이다.

IT동아: 사실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현재 수익 상황은 어떤가?

심 대표: 아직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높은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애견인 사이에 입소문이 퍼져서인지 시장에서의 인식이 좋은 편이다. 재구매율도 꽤 높다. 2월 박스를 샀던 사람 중 83%가 3월 박스를 구매했다. 우리 서비스에 만족했기에 다시 구매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

펫츠비가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충분히 시장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까도 말했듯이, 우리 서비스는 '필수재(반드시 필요한 물품)'인 사료가 중심이다. 개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매달 사료를 사야 한다. 우리는 적정한 가격에 사료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들을 묶어서 배송한다. 굳이 무거운 사료를 사러 마트에 가지 않아도 된다.

IT동아: 펫츠비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기업으로 인식되고 싶나?

심 대표: 펫츠비의 '비(Be)'는 '~가 되라'는 뜻이다. '건강한 개가 되라', '행복한 개가 되라' 등 우리의 소망을 함축해 지었다. 펫츠비의 목표도 이와 연결되어 있다. 반려동물의 개성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동물과 사람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도록 돕고 싶다. 동물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함께 하며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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