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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놀리우드 제국의 진실은

나이지리아 영화 현장. 놀리우드는 10여년 전 나이지리아 독재정치의 종말과 더불어 탄생

한 아프리카 신문의 평론가는 “영화를 하루에 세편씩이나 보고도 우리나라에서 제작되는 작품의 반도 제대로 언급하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귀띔한다. 영화를 가장 많이 제작하는 곳은 뭄바이도 로스앤젤레스도 아닌 나이지리아의 라고스라는 사실. 이 사실을 우린 겨우 알고만 있을 정도다. 해마다 2천편이 넘는 영화를 제작하는 라고스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수지 맞은 영화공장이다. 나이지리아에 더이상 영화관이라는 게 없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이러한 기록은 더욱 놀라운 일이다.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영화들은 카세트비디오나 DVD로 (불법 비디오 복제시장에서는 물론) 우체국을 통해 대규모로 판매된다. 이 영화들은 하루 종일 이들을 반복해서 방영하는 위성방송과 텔레비전 채널들을 통해 아프리카 전역으로 전파된다. 그중 흥행작들은 아프리카 식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슈퍼마켓 조직망을 통해 유럽은 물론 아메리카 대륙으로 수출되는데, 영화가 흥행에 실패했을 경우 그 수명은 이틀을 넘기지 않는다. 최근 스위스 프라이부르크페스티벌 같은 몇몇 영화제들이 이 놀리우드 현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놀리우드는 10여년 전 나이지리아 독재정치의 종말과 더불어 탄생했다. 할리우드와 달리 놀리우드 ‘제국’은 대형 스튜디오가 아닌 소형 영화제작소를 중심단위로 해 구성됐다. 일명 사업가들이 돌연 영화제작에 나서는가 하면 가톨릭 교회나 사이비 종교단체들이 그들의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영화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해 그런 시스템이 작동을 개시한 것이다. 라고스에는 엄밀히 말해 촬영소라 할 수 있는 것이 아직 없다. 일반 빌라나 호화 호텔들이 배경을 대신하는 게 보통이고, 좀더 큰 규모의 예산이 요구되는 제작인 경우 해외에서 촬영하기도 한다.

장편영화 한편을 열흘 동안 집중 촬영한 뒤 일주일 동안 후반 작업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처럼 짧은 기간 내에 하는 작업이 기술 면에서 영화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건 두말 할 것 없다. 그래서 손가방을 여는 지퍼 소리가 여배우 목소리보다 더 잘 들리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한데 정작 관객은 그런 점에 전혀 상관하지 않는 것 같다. 자국영화가 할리우드영화를 월등히 능가하는 걸로 봐서는 말이다. 이런 현상은 작품의 형태보다는 내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니까 놀리우드영화는 코미디, 멜로, 탐정영화 등 모든 장르를 다루지만 전적으로 아프리카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나게 되는 장면은, 피해자가 양면 거울을 통해 가해자를 알아보는 스릴러영화의 전형적인 장면 대신 경찰관이 거북이를 눕혀놓고 돌리는 장면이다. 누가 범인인지를 거북이 머리가 가려낸다는 거다. 놀리우드는 꿈에서나 볼 법한 일상생활- 마치 한국 미니시리즈나 TV드라마에 나오는 세계- 과 흡사한 흠도 없이 반듯한 물질만능의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환상을 꿈꾸게 한다. 동시에 에이즈와 같은 사회문제를 다루기도 하고 이슬람과 가톨릭 사이의 종교분쟁을 다루기도 한다.

놀리우드의 활기는 거의 극치에 달해서 영화산업은 이제 이 나라에서 석유산업에 버금가는 제2의 고용주가 됐다. 또한 놀리우드 주변으로는 스타 시스템 또한 발달해서 유명 배우 관련 기사들이 신문지상을 가득 메우고, 파파라치들은 이들의 사생활을 적극적으로 추적하고 공개한다. 게다가 스타들은 대개 가수로도 데뷔하는데, 이렇게 해서 영화는 나이지리아에 음반제작 산업을 탄생시켰다. 뿐만 아니라, 놀리우드는 아프리카 대륙의 다른 대도시에서도 볼 수 있는 헤어 스타일이나 패션 스타일을 유행시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젊은이들이 장래를 걸고 아프리카 전역에서 라고스로 대거 몰려든다. 이러한 놀리우드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아프리카가 드디어 자신의 서민문화를 직접 도맡게 됐다는 결론을 내린다. 반면 혹자들은 세계 다른 나라들에서 아프리카 대중에 대한 관심이 완전히 수그러들자 여기서 오는 허탈감을 놀리우드가 대신 메워주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번역=조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