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가득한 제주 이야기 흠뻑 느낀다

집집마다 가득한 제주 이야기 흠뻑 느낀다
건축물을 통해 살펴보는 서귀포 건축문화기행
1코스부터 10코스까지 사회-역사 흔적 곳곳에
  • 입력 : 2019. 02.04(월) 14:56
  • 조흥준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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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뜨르 비행기 격납고.

천혜의 자연유산을 갖춘 제주도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유명 관광지 중 한 곳이다. 특히 육지와 멀리 떨어진 섬이라는 제한적인 지형 안에서 살아온 제주인의 생활과 삶의 모습은 한반도의 다른 지역과는 구분되는 독특함을 지니고 있다. '서귀포 건축문화기행'은 그중에서도 건축물을 통해 제주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살펴보는 이색 여행코스다. 서귀포의 아름다운 환경 속에 만들어진 건축물들의 뛰어난 가치와 이야기, 제주의 특징을 담아 10개의 테마별로 코스를 분류해 코스마다 제주 전통 가옥, 예술가의 집, 역사와 문화를 말하는 건축,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 등 다양하고 풍부한 건축 자원을 소개하고 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한 번쯤은 사회와 역사의 흔적이 담긴 건축물을 돌아보는 체험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1코스 - 다크투어리즘, 전쟁과 아픔의 흔적들

1코스는 대정읍을 중심으로 한 전쟁 시설과 근대 건축물을 돌아본다. 알뜨르 비행장과 남제주 비행기 격납고 등 군사시설이 밀집돼있는 모슬포항 주변과 일제 동굴진지, 4·3 사건의 뼈아픈 흔적들을 둘러보면서 제주의 아픈 역사를 짚어볼 수 있다. 주요 건축물로는 일제 군사 시설인 알뜨르비행장과 관제탑광지하벙커, 남제주 비행기 격납고, 60여개에 달하는 제주 송악산 외륜 일제 동굴진지들, 셋알오름 일제 동굴진지와 고사포진지 등이 있다. 또 제주4·3유적지인 셋알오름 학살터는 제주 아픈 역사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밖에도 남제주 강병대교회, 제주 구 육군 제1훈련소 지휘소, 제주 구 해병훈련시설 등 한국전쟁 시 병사를 훈련시키기 위해 세워진 훈련소 등도 찾아볼 수 있다.

대정향교.

▶2코스 - 추사 김정희의 유배길

2코스는 추사 김정희의 흔적을 좇는 코스다. 제주에서 8년가량 유배생활을 한 김정희는 이곳에서 추사체를 완성하고 세한도를 그렸다. 제주추사관을 시작으로 유배길을 따라 걸어본다. 유배길은 추사 김정희가 귀양살이했던 강도순의 집 등 마을 길로 이어지는 집념의 길과 추사선생이 썼던 시들을 감상하는 시공원인 수월이못에서 오설록 다원까지 가는 인연의 길, 대정향교에서 안덕계곡까지 이르는 사색의 길 등 세 3개의 코스로 나뉘어 있다. 대성성지와 대정항교, 숭죽사 터, 정난주마리아묘, 동계 정온 유허비 등을 통해 역사의 흔적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계절에 따라 화순리 농어촌체험휴양마을과 사계 어촌체험마을 등의 체험 활동도 가능하다.

▶3코스 - 제주의 전통차 문화

제주에 차가 전해진 것은 고려 말로, 특히 추사 김정희의 영향으로 차 문화가 널리 전파됐다. 3코스는 제주의 다원과 어우러진 건축물들을 찾아본다. 오설록 티 뮤지엄은 2001년에 개관한 차 문화 종합전시관으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자연찬화적인 휴식·문화공간이자, 전시관이다. 건축가 조민석이 추사 김정희의 벼루를 모티브로 설계한 티스톤은 대담한 색과 대비가 특징인 건축물로 차문화 체험 클래스가 진행된다. 브랜드 체험관인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와 설록차연구소, 제주·서귀·서광다원 등 여유롭게 차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여행 코스다.

이중섭미술관.

▶4코스 - 이중섭과 예술가의 길

제주에서 머물렀던 화가 이중섭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코스다. 이중섭 거주지를 중심으로 이중섭거리와 작가의 산책길을 만나고 그 주변으로 이중섭미술관, 기당미술관, 왈종미술관, 서귀포관광극장 등을 찾아보며 감각적인 영감을 얻어가는 예술적인 여정이다. 크게 지구리 해안에서 서귀포매일올레시장까지 이어지는 이중섭 행복길 코스와 기당미술관에서 왈종미술관까지 걷는 서귀포예술기행 코스로 나뉘어 있다. 코스 전반적으로 이중섭 화가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이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시립미술관인 기당미술관과 현중화 선생을 기념하는 소암기념관, 이왈종 선생을 기리는 왈종미술관 등 서귀포에 머물렀던 여러 예술가·작가들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5코스 - 한국 거장들의 건축물

5코스는 김중업·김석철·정기용·김홍식·승효상 등 한국의 건축 거장들이 서귀포에 남긴 작품들을 둘러보는 코스다. 제주 특히 서귀포의 아름다운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조화를 추구하고 있는 건축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제주 전통농가에서 볼 수 있는 눌의 형상을 한 기당미술관은 지반이 약한 지형의 특성을 고려해 자체 하중을 최소화하고, 나선형의 기울기로 편안한 동선을 유지하고 있다. 또 서귀포 기적의 도서관은 솔숲을 끌어안고 있는데, 건물을 지을 당시 없어질 뻔한 소나무 군락을 살리면서 건축물을 지었다. 서귀중앙여자중학교는 건축가 김중업의 작품으로 예전 제주대학 농과대학 건물이었다. 김중업 건축가는 세계적인 건축 거장 르 꼬르뷔제의 제자로 서귀중앙여자중학교는 르 꼬르뷔제의 특징을 김중업의 방식으로 구현한 건축물 중 하나다. 구 소라의 성 역시 김중업이 설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곡선이 잘 살아있는 건축물이다.

테디베어뮤지엄.

▶6코스 - 21세기 현대 건축물

6코스는 2000년 이후 설계된 서귀포의 대표 건축물들을 둘러본다. 제주 테디베어뮤지엄은 2001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오리지널 테디베어박물관이다. 유리릍 통해 바다를 보며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건물의 특징 중 하나다. 제주 평화의 섬을 의미하는 제주국제평화센터는 2004년 1월 평화의 섬 상징 시설로 건립됐다. 전체적인 모습은 주상절리를 형상화하고 있다. 내부 전시실에는 세계유명인사와 유명 배우들의 밀랍 인형도 전시돼 있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는 국내 유일의 리조트형 컨벤션센터로 제주도 섬 속의 섬을 형상화하고 있다. 제주 부영호텔앤리조트는 멕시코의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후반기 작품으로 카리브해의 열정과 감성을 제주 지형 특성에 맞게 변형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린 제주월드컵경기장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기장으로 뽑혀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오름과 분화구를 경기장 형태에 표현했고, 기둥과 경간은 5대양 6대주를 표현하고 있다.

▶7코스 - 서귀포의 대표 영화촬영지

제주는 대표적인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인기를 얻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촬영지를 돌아보며 영화나 드라마 속에 빠져보는 것도 매력적인 여정이 될 것이다. 서연의 집은 영화 건축학개론의 배경이자 주인공 서연의 집이다. 영화 촬영이 끝나고 갤러리 카페로 복원했으며, 내부에는 영화장면과 대사, 영화 관련 소품 등 영화 속 추억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1999년 완공된 국내 최초의 영화박물관인 제주 신영영화박물관무비스타는 원로 영화배우 신영균 선생의 열정이 담겨 있는 곳이다. 박물관은 커다란 카메라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내부에는 영화 캐릭터, 영사 자료 등 영화 100년사를 담고 있다. 이 밖에 대장금, 추노, 마의 등의 촬영장소인 제주민속촌, 션샤인으로 유명해진 신천리 벽화마을, 아이리스, 불새, 태양을 삼켜라의 표선해수욕장, 올인, 마이걸, 여명의 눈동자, 단적비연수 등을 촬영한 신양섭지해수욕장과 섭지코지도 제주도의 대표적 촬영지다.

김영갑갤러리.

▶8코스 - 목축, 그리고 폐교의 변화

이번 8코스는 중산간의 공동목장과 잣성, 목동 테우리의 흔적, 조랑말박물관 등을 둘러보고 갑마장길을 걸어보는 코스로, 폐교를 활용한 갤러리·박물관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조랑말박물관은 주민들이 세운 이립박물관으로 제주의 오름을 표현하고 있다. 박물관 내부에는 제주 600년의 말 목축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제주를 파노라마 사진으로 담아낸 고 김영갑 작가는 1985년 제주에 정착해 20여 년간 제주도의 면면을 카메라로 담았다. 폐교였던 삼달초등학교를 직접 손질하고 다듬어 만든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은 그가 직접 찍은 사진과 카메라, 작업 모습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포토갤러리 자연사랑 미술관 역시 폐교된 가시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갤러리로 서재철 작가가 2004년 3월에 오픈했다. 내부 전시관에서는 제주의 사계절과 독특한 전경을 찾아볼 수 있고 야외의 화산탄 갤러리는 우리나라 유일의 화산탄 전시장이다.

▶9코스 - 제주민속문화 탐방

조선시대 제주는 제주목과 대정현, 정의현 등 3개의 행정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이번 코스는 이 중 정의읍성에서 옛 고을의 모습과 전통가옥의 특징을 둘러본다. 성읍민속마을은 정의현의 도읍지로 이곳에서는 조선시대 제주의 행정기관과 함께 옛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잘 살펴볼 수 있다. 400여채의 제주 전통초가를 비롯해 성벽 일부와 남문, 서문, 돌하르방도 12기가 남아 있다. 특히 가옥의 보존이 잘 돼 있고, 5가구 14채는 보존가옥으로 지정돼 있다. 고창환 고택은 정의 고을에서 여인숙으로 사용한 곳이며, 조일훈 고택은 객줏집으로, 고상은 고택은 대장간집으로 쓰였다. 제주민속촌 외에도 정의향교 등도 돌아볼 수 있고, 전통놀이문화지원협의회, 어멍아방잔치마을, 강왓허브쉼팡 등에서 제주만의 전통 음식·놀이 등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다.

포도호텔

▶10코스 - 안도타다오와 이타미준

10코스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타다오와 이타미준이 제주에 남긴 건축물들을 돌아본다. 이타미 코스는 포도호텔에서 핀크스골프장클럽하우스, 방주교회, 본태박물관으로 이어진다. 이타미 준이 설계한 대표적인 건축물인 포도호텔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이 한 송이 포도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제주의 오름과 전통 초가집을 모티브로 했다. 방주교회는 성서 속 노아의 방주를 형상화한 이타미 준의 말기 작품 중 하나다. 핀크스골프장클럽하우스는 한라산의 형태와 일치, 한라산을 따라 그린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안도 코스는 벨라테라스, 아고라, 유민미술관(구 지니어스로사이), 글라스하우스를 거친다. 본태박물관은 제주도 대지에 순응하는 전통과현대라는 컨셉으로 설계된 타다오의 대표적 작품이다. 유민미술관과 글라스하우스 두 건축물은 함께 비교해 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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