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집회

노란 리본 대 성조기

이진주·이유진·허진무 기자

2017년 3·1절의 ‘슬픈 자화상’…그들은 무엇을 외쳤나

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가 노란 리본이 깃봉에 달린 태극기를 들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가 노란 리본이 깃봉에 달린 태극기를 들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제98주년 3·1절인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 사거리 주변은 극도의 긴장감이 흘렀다. 남쪽과 북쪽에서 각각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와 탄핵에 반대하는 ‘맞불집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총력전을 펼친다고 예고한 터였다.

본격적인 집회가 열리기 전.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안에서 태극기를 든 노인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하며 농성하는 장애인들에게 “이 빨갱이 XX들” “다 죽여버려야 돼” 등 폭언을 했다.

오후 2시 세종로 사거리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사람들로 붐볐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가 주최한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대부분이 중장년층이다.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박 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을 흔드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군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참가자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을 든 사람도 보였다. 애국가와 군가가 흘러나왔다.

참가자들은 국회와 헌법재판소, 박영수 특별검사팀, 언론을 노골적으로 부정했다. 어김없이 색깔론도 나왔다. 참가자들은 “국회 해산” “언론 해체” “종북 척결” 등의 구호를 외쳤다. 안모씨(30)는 “박 대통령은 지인(최순실씨)에게 믿고 맡겼다가 뒤통수 맞은 것”이라며 “좌파들이 나라를 완전히 삼키려는 것 같아 탄핵에 반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참가자는 ‘촛불은 인민, 태극기는 국민’이라는 문구가 담긴 보자기를 몸에 둘렀다. ‘공산주의 싫어요!!’라는 손팻말을 든 참가자도 보였다.

탄핵심판 박 대통령 대리인단인 김평우 변호사는 특검에 대해 “법을 정말 아는지, 법대를 졸업한 것은 맞는지,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이 맞는지 의심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유폐 세월에서 벗어나 우리들 곁으로 돌아올 때까지, 나아가 이 광장에 이승만 건국 대통령 동상이 우뚝 세워지고 그 앞에서 애국시민들의 헌화가 매일 매시간 이뤄지는 그날까지 태극기 집회는 계속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제·조원진·김진태·윤상현 등 자유한국당 의원도 참가했다.

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주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주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중장년층 참가자들 사이에서 중학교 3학년 학생 세 명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대통령을 구하는 역사의 현장에 있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누구에게서 대통령을 구하느냐’고 묻자 “북한과 좌빨들”이라고 답했다. ‘박 대통령이 무엇을 잘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이들은 “종북 척결”이라며 웃었다.

오후 3시30분쯤 참가자들은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국가 전복 종북세력 모조리 척살하자’는 현수막을 앞세웠다. 이들은 “대통령님 힘내세요. 우리가 지킵니다”라고 외쳤다. 탄기국은 오후 6시쯤 집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오후 5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주최하는 촛불집회가 시작될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비옷을 입거나 우산을 썼고, 전자 촛불을 들었다. 궂은 날씨에도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박근혜 퇴진 만세! 탄핵 인용 만세! 촛불시민 만세!” 등을 외쳤다. 태극기를 들고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도 보였다. 태극기에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단 점이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과 달랐다. ‘그네 가면 봄은 온다’라는 팻말도 보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0)가 ‘아리랑’을 불렀다.

무료로 커피와 차를 나눠준 조종주씨(54)는 “박 대통령이 하루빨리 구속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무료 음료 이벤트를 기획했다”며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촛불을 들고 비폭력적으로 함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1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성 입장은 79%로, 이는 지난해 12월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표결되기 직전 갤럽이 발표한 탄핵 찬성 여론 81%와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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