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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일

12월이면 으레 세월과 날짜를 셈한다. 한 장 남은 달력이기에 하루가 각별하고 애틋하다. 지난해 발행된 2017년 12월 달력 중에는 20일이 공휴일을 뜻하는 빨간 숫자로 되어 있어 더욱 눈에 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결정이 없었다면 바로 오늘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날이다.

 

선거일의 변천사는 우리의 정치사만큼이나 곡절이 많았다. ‘선거일 법정주의’가 도입되기 전까지 대통령의 재량으로 선거일이 지정되면서 초대 대통령 선거가 7월에 치러졌으며, 이후에도 집권자의 이해득실에 따라 정해졌다. 1994년 공직선거법이 제정되면서 선거일을 갖고 장난을 칠 수 없게 됐다. 97년 15대 대선과 2002년 16대 대선은 선거법이 정한 임기 만료 전 70일 이후 목요일인 12월18일, 12월19일 각각 실시됐다. 이후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금요일 휴가를 낼 경우 4일간 황금연휴를 누리려고 투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수요일로 바뀌었다.

 

촛불정국과 탄핵결정 없이 정상적으로 오늘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 여론만을 따지면 결과가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집권당이 5.9선거와 같이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도 나온다. 보수당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갈라졌고, 대통령 파면 직후의 악조건 속에서도 자유당 홍준표 후보가 30%대의 득표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북핵 등의 안보위기론이 동원되고, 보수 단일후보 단일화를 이뤘을 경우 문 대통령의 당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어디까지나 가정이며, 추론일 뿐이다. 촛불은 필연이었으며, 그 결과 정권교체 역시 사필귀정이었다. 촛불 민심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에 실패했을 수도 있다는 가정 자체가 상상하기 힘들다. 추운 날씨 속에 주말이면 ‘이게 나라냐’며 외쳤던 국민들이 결코 그런 상황을 방기하지 않았을 터다.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꼽았다. 원래 불교용어인 파사현정은 사견(邪見)과 사도(邪道)를 깨고 정법(正法)을 드러내는 것을 뜻한다.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말이다. 새 정부가 과거 적폐를 부수고 올바른 정의를 세워야 할 것이란 민심의 반영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5년 임기만료일은 2022년 5월9일이다. 다음 20대 대통령 선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3월9일 실시된다. 임기 만료 7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이 3월2일이지만, 공휴일 다음날이어서 그 다음주 수요일로 미뤄지기 때문이다. 달력에 표시된 빨간 날짜에 대선을 치르지 못하는 불행은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 ‘파사현정’이 그 답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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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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