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년> 문재인-민주당 결별 시나리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4.22 10:20:51
  • 호수 12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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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면 위장이혼이라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의 본격적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 21대 총선은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에 열리는 마지막 정기 선거다. 누가 제1당이 되느냐에 따라 집권 후반기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가 판가름 난다. 과연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6·13지방선거 때처럼 이번에도 ‘친문 마케팅’으로 승부할 것인가. 정치권은 양상이 그때와는 다를 것이라 예상한다.
 

지난해 6월13일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창당 이래 최대의 압승을 거뒀다. 17개 지역 광역단체장 중 민주당 소속 후보가 14개 지역서 당선됐다. 민주당이 놓친 지역은 대구·경북(TK)과 제주뿐이었다. 

친문 마케팅
이제는 옛말?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이하 재보선)를 보면 당시 민주당의 기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12개 재보선 지역 중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경북 김천을 제외한 11곳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광역·기초의원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광역의원 당선자 총 824명(비례대표 포함) 중 민주당 소속은 647명으로 78.5%에 달했다. 기초의원도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지역구 기초의원 2541명 중 민주당 소속 당선자는 50%가 넘는 1386명이었으며, 비례대표 기초의원 당선자는 239명이었다. 총 2927명의 기초의원 당선자 중 55.5%에 달하는 1625명이 민주당 소속이었다. 야권 당선자를 모두 합친 수보다 민주당의 당선자 수가 더 많았다.

당시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가 확실시된 이후 상황실에 나와 “이번 선거는 평화와 경제, 민생에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그 뜻을 가슴 깊이 잘 새기면서 겸손하게 집권당으로서 과제를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자축했다.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도 “모자라고 아쉬운 부분이 많은데도 국민들께서 믿음을 보내주셨다. 그래서 더 고맙고 더 미안하다”고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자 이를 분석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공통된 분석은 ‘친문(또는 문재인) 마케팅’이 제대로 먹혔다는 것.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선거벽보와 홍보물에 전면에 내걸어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오는 전략이 바로 친문 마케팅이다.

지방선거 당시 후보들은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비문(비 문재인)계인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는 ‘문재민(문재인+이재명+민주당)’이란 표현을 만들어 사용했다. 그는 유세장서도 틈날 때마다 “문 대통령과 이재명은 문재인정부를 함께 만든 동지다. 문재인과 이재명은 한 몸”이라고 강조했다.

6·13 때는 사진만 찍어도 당선
문통↓ 민주당↑ 데드크로스 임박

의사 출신인 윤일규 천안병 국회의원 후보는 ‘문재인의 주치의’라는 타이틀로 선거운동을 펼쳤다. 최재성 송파을 국회의원 후보는 ‘문재인의 복심’이라는 어깨띠를 두르고 지역을 누볐다.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는 복수의 언론 인터뷰서 자신을 “문 대통령과 영혼으로 통하는 사이”라고 소개했다.

유세 현장에서는 ‘문재인’을 제외하면 설명이 안 될 정도로 그 이름이 자주 언급됐다. 친문계 핵심으로 통하는 전해철 의원은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러 단상에 올라 10분 동안 26번이나 문 대통령을 언급했다. 

우원식 당시 공동선대위원장은 5분30초 동안 총 7번 문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했다. ‘나라를 제대로 만들려는 문재인정부’ ‘적폐 청산을 통한 문재인의 개혁’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문재인정부 지지’ 등의 말을 쏟아냈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해당 마케팅 전략은 비단 유세장서만 국한되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 후보 사이에서는 홍보물에 문재인정부와 관련된 이력을 써놓거나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넣으면, 여론조사서 10% 지지율 상승효과가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과연 친문 마케팅이 ‘친박(친 박근혜) 마케팅’과 무엇이 다르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럼에도 친문 마케팅은 멈추지 않았다.

떨어지는 문
어디까지?

어떤 후보는 자신을 소개할 때 ‘뼈노친문’(뼈부터 노무현, 친 문재인)을 강조했다. 어떤 후보는 자신의 홍보물에 ‘문재인과 함께’라는 문구를 집어넣었다. 어떤 후보는 건물 외벽 홍보물에 문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커다랗게 내걸었다. 그렇게 친문 마케팅은 계속 이어졌고, 그 효과는 민주당 입장에선 기대 이상이었다. 

민주당의 압승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지방선거를 전후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0% 이상 기록,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심리가 반영된 결과였다. 

문재인정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굵직한 이벤트를 성사시켰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 테이블에서 만나는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은 선거 전날인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서 열렸다.

민주당은 친문 마케팅으로 최근 몇 년간 톡톡한 효과를 봤다. 그렇다면 1년 후 열릴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서도 친문 마케팅을 이어갈 것인가. 가능성은 ‘아니다’ 쪽에 가깝다. 민주당과 문 대통령의 지지율 격차는 크게 줄어 역전되기 일보 직전이다.
 

▲ 김무성 전 자유한국당 대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방선거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로 하락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7%로 집계됐으며 부정평가는 45%였다. 이는 긍정평가가 전주 대비 무려 6%포인트가 오른 결과다. 반대로 부정평가는 4%포인트 내렸다.

“강원 산불에 잘 대응했다”는 국민 여론이 반등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한 주 전만 해도 취임 후 최저치인 41%였다. 부정평가도 긍정평가보다 높았다. 

새누리도
그랬는데…

동 조사의 정당 지지율서 민주당은 전주보다 1%포인트 오른 38%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가 9%에 불과하다. 지난해 이맘때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0% 초반, 민주당의 지지율은 40% 중반으로 약 30%의 지지율 격차가 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만약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21대 총선 전에 역전된다.

이는 민주당 소속으로 총선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 대통령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민주당을 전면에 내세웠을 때 마케팅 효과가 더욱 크다는 결론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숨죽여왔던 비문이 주류인 친문에 반기를 드는 도화선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경향은 역대 선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2014년 6월4일에 실시됐다. 당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1년을 갓 넘긴 시점이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심판론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던 시기지만, 권력은 살아있었다. 

당시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은 경부선을 따라 박근혜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부산부터 시작해 서울까지 올라가는 유세 전략은 박 전 대통령이 2012년 18대 대선 때 사용했던 전략을 떠올리게 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박근혜정부가 성공해야 대한민국이 성공하고 국민 모두가 성공할 수 있다”며 “그 출발은 박근혜정부와 호흡을 같이하는 지방정부를 만드는 데서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당시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근혜 마케팅을 한 이유는 대통령의 권력이 살아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지방선거 후보들이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못 쫓아가는 이유도 한몫했다. 

새누리당 전철 밟나…
20대 진박, 21대 진문?

박근혜 마케팅은 주효했다. 비록 광역단체장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에 1석 차로 패했지만 나머지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당선자 수는 야권을 압도했다.


그러나 박근혜 마케팅은 2016년에 열린 20대 총선서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했다. 일부 TK 출마 후보들이 ‘진박 마케팅’을 사용했지만 대다수의 국민 정서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일부 TK 기반 국회의원들이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면서 국민들의 반감을 샀다.
 

▲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 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사건도 발생했다. 친박계가 비박(비 박근혜)계를 몰아내는 공천을 하자 비박계 수장이던 김무성 당시 대표는 서울과 대구 등 일부 지역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은 채 부산으로 내려가는, 이른바 ‘옥새 파동’을 거행했다.

당초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서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을 받았다. 그러나 진박 감별사 논란과 옥새 파동이라는 내부 분열로 결국 제1당 자리를 민주당에게 내줬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중반,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40% 초반에서 30% 후반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당시 한국당의 ‘자중지란’을 지근거리서 지켜봤다. 민주당이 일찌감치 21대 총선 준비에 시동을 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까지 줄어들었고, 최근 부산·경남(PK)에서는 한국당에 지지율 역전을 허용했다. 21대 총선 전 마지막 선거였던 4·3재보궐선거에서는 1명의 국회의원도 배출하지 못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서 열린 원외지역위원장 총회서 “내년 총선 240석을 목표로 준비하겠다”며 “총선서 승리하면 충분히 재집권이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안 단속
주효하나?

민주당은 문재인정부 1기 청와대 멤버들을 영입하고 있다. 문재인의 복심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다음 달 민주연구원장으로 당에 복귀한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한병도 전 정무수석, 윤영찬 전 소통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 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은 총선 출마가 예상된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영입 가능성을 전했다.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들어가기 전 민주당 지도부가 내부단속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비문 축출설’ 나오는 이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공천 룰이 윤곽을 드러냈다. 현역 의원이 21대 총선에 출마하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한다. 당내 평가를 거쳐 ‘하위 20%’에 해당하는 현역 의원은 공천 심사와 경선 때 20%를 감점하는 안도 잠정 결정됐다. 반대로 정치 신인에게는 10%의 가산점이 주어진다.

이는 당내 비문계 현역 의원들에게는 불리, 새로 영입된 문재인정부 청와대 1기 출신 인사들에게는 유리한 기준이다.

10%의 가산점을 받는 정치신인의 기준은 총선에 한 번도 출마하지 않은 경우로 규정했는데 최근 민주당에 입당한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권혁기 전 춘추관장이 이에 해당한다.

대대적인 ‘물갈이’를 염두에 둔 기준이라는 해석이 민주당 안팎에서 들려오는 이유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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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