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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 May 25. 2017

[겟 아웃]

호들갑을 떨면 안 되는 이유

우리는 식당에 들어갈 때 딱 그에 맞는 기대를 한다. 허름한 식당에 들어갈 때 우리는 두 가지 생각을 한다. 의외로 엄청난 맛집일 거라는 기대와 겉모습처럼 음식도 맛이 없을 거라는 생각. 기대보다 맛있으면 만족을 얻고, 기대보다 맛이 없으면 실망을 한다. 프랜차이즈 식당에 갈 때에도 마찬가지다. 프랜차이즈 식당을 찾으며 엄청난 맛집일 거라고 기대하진 않지만 평균은 할 거라는 기대를 한다. 영화도 그렇다.

[겟 아웃]의 포스터다. 나는 디자인은 1도 모르지만 딱 봐도 관심을 끈다. 온갖 자극적인 키워드를 덕지덕지 발라놓은 포스터를 본 우리는 프랜차이즈 식당을 훨씬 웃도는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지 말았어야 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 [맨 인 더 다크]가 떠올랐는데, 한번 비교해보자.

맨 인 더 다크와 비교하려 했는데, 실패했다(저건 무슨 거의 소설 수준으로 글자가 많네). 우리나라 포스터의 문제였나 보다.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만고 불변의 법칙인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것이다. 우리는 영화를 볼 때 어떤 형태로든 선입견을 갖고 보게 되는데, 선입견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영화는 그 자체로 괜찮았다.

전체적인 연기 수준이 뛰어나다. 아는 배우가 한 명도 없었는데 늘 알고 있던 배우들처럼 느껴졌다. 자연스럽다.

음향도 괜찮다(창피한 고백을 하자면 무서워서 몇 번 귀를 막긴 했지만). 충분히 끝까지 긴장하게 하는 데에는 음악의 영향이 큰 역할을 했다.

소품이나 미장센(아직도 나는 이 단어를 제대로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도 좋다. 화면 속 모든 것에 의미가 있고 동시에 그것들이 조화를 이룬다.

영화 자체를 볼 땐 몰랐던 의미들이 SNS에 떠돌아다녀서 읽어봤는데 나름 설득력 있는 것들이 많다. 영화를 본 후 읽어볼 만하다.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곡성과도 닮은 점이 있다(이 영화에 혹평을 하는 이들은 갓성과 비교하지 말라고 하지만 닮은 점이 있는 걸 어쩌겠는가). 굳이 장면, 소품, 대사를 해석하며 보지 않아도 그 자체로도 오락성이 충분하다.


물론 패턴이 식상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맨 인 더 다크]나 [곡성]의 레퍼토리와 영화 초반부터 결말이 어떨지 느낌이 온다. 실제로 약간 저 두 영화를 섞은 느낌이기도 하다. 으스스한 분위기는 곡성을 좀 더 닮았고, 스토리가 집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은 맨 인 더 다크가 떠오른다.

조금 어색했던 부분은 이 무거운 영화가 가진 유머 포인트다. 물론 그 유머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알겠다만 오케스트라에 드럼을 치는 것 같았다. 심벌즈 정도면 어땠을까.

평점을 주자면 5점 만점에 3.5점 정도. '어디에서든 호들갑을 떨면 안 된다'는 교훈을 본의 아니게 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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