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으로 시작해, 양현종으로 끝났다

광주 | 이용균 기자

한국시리즈 첫 1점차 완봉승…8회초 김주찬 행운의 득점

KIA, 두산에 1 대 0으로 ‘1승 1패’…내일 잠실에서 3차전

KIA 양현종이 2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122개의 공을 던지고 1-0 완봉승을 확정한 뒤 관중석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며 팬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광주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KIA 양현종이 2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122개의 공을 던지고 1-0 완봉승을 확정한 뒤 관중석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며 팬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광주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에이스는 고독했다. 1회 14개, 2회 12개, 3회 10개, 4회 10개.

KIA 양현종은 2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혼을 담은 투구로 위기를 헤쳐나갔다. 최고구속 148㎞짜리 강속구를 바탕으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고비마다 빛났다.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50점을 뽑은 막강 두산 타선을 꽁꽁 묶었다. 5회 선두타자 오재일에게 안타를 내줄 때까지 4이닝을 노히트 노런으로 막았다.

하지만 8회까지 고독한 싸움이 이어졌다. KIA 타선은 필요한 딱 한 점을 내지 못했다. 1회 무사 1루와 3회 1사 1루 기회에서 김주찬은 연거푸 병살타를 때렸다. 4회 무사 1루에서는 주자 로저 버나디나가 견제구에 걸려 아웃됐다. 다음 타자 4번 최형우의 우중간 2루타가 무색해졌다. 1사 2루에서 나지완과 안치홍은 3루 직선타와 삼진으로 물러났다.

에이스가 고독하게 버티던 7회말 다시 한 번 무사 1루 기회가 찾아왔다. KIA 벤치는 번트 대신 강공 작전을 택했지만 이범호는 중견수 뜬공 아웃됐다. 포수 한승택을 빼고 택한 대타 김주형은 맥없이 루킹 삼진을 당했다.

KIA 김주찬(왼쪽에서 두 번째)이 26일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과의 경기 8회말 런다운에 걸린 상황에서 상대의 실수를 틈 타 홈인에 성공하고 있다. 광주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KIA 김주찬(왼쪽에서 두 번째)이 26일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과의 경기 8회말 런다운에 걸린 상황에서 상대의 실수를 틈 타 홈인에 성공하고 있다. 광주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이날 경기 최고의 승부는 양현종과 김재환의 대결이었다. 두산 4번타자 김재환은 언제든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타자였다. 4회 2사 주자 없는 상황, 2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볼 2개로 흔들었다. 볼카운트 2-2에서 양현종은 좌타자 김재환을 상대로 회심의 백도어 슬라이더를 뿌렸다. 김재환의 몸쪽을 향해 들어가다 스트라이크존으로 꺾여 꽂혔다. 좌투수가 좌타자를 향해 던지는 백도어 슬라이더는 좀처럼 택하지 않는 강수였다. 김재환의 스윙이 허공을 갈랐다. 6회초에는 2사 1·2루에 김재환과 다시 만났다. 양현종은 4구째 148㎞짜리 강속구를 바깥쪽에 꽂았다. 앞선 타석과 반대의 결정에 김재환은 루킹 삼진을 당했다.

타선이 7회말 기회를 또 놓친 가운데 양현종은 흔들림 없이 8회를 다시 한 번 3자범퇴로 막았다. 투구수 101개.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양현종은 팬들의 박수에 두 팔을 위아래로 날갯짓처럼 흔들어 답했다. 챔피언스필드가 달아올랐다. 에이스가 어떤 존재인지, 유감없이 보여준 투구였다.

에이스의 혼신의 투구에 승리의 여신이 답했다. 8회말 선두타자 김주찬의 타구는 오른쪽 외야 파울라인 위로 떴다. 두산 2루수 오재원과 우익수 민병헌이 전력 질주를 했지만 둘 사이, 아슬아슬하게 파울라인 안쪽에 똑 떨어지는 행운의 2루타가 됐다. 번트와 볼넷으로 만든 1사 1·3루에서 나지완의 3루 땅볼이 나왔고 다시 한 번 승리의 여신이 KIA를 향했다. 3루주자 김주찬이 3루와 홈 사이에서 런다운에 걸렸지만 두산 포수 양의지가 1루에서 3루를 노리던 최형우와 김주찬을 모두 잡으려다 홈이 열렸다. 김주찬이 홈으로 대시했고, 적시타 없이 야수 선택으로 결승점을 올렸다.

양현종은 9회에도 씩씩하게 마운드에 올랐다. 아웃카운트가 늘어갈 때마다 팬들의 환호소리가 더욱 커졌다. 2사 1루 양의지와의 승부는 파울 8개가 거듭될 정도로 팽팽하고 치열했다. 숨막히는 승부 끝 마지막 122개째 공은 142㎞ 속구, 몸쪽 높은 곳을 향했고 양의지의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다. 양현종은 왼손을 번쩍 들었다.

한국시리즈 역사상 완봉승은 10번째였지만 1-0 완봉승을 거둔 투수는 양현종이 처음이다. 양현종이 2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두산 선발 장원준 역시 7이닝을 4안타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양현종을 뚫지 못한 타선 때문에 호투가 빛나지 못했다. 시리즈 전적은 1승1패가 됐다. 3차전은 28일 오후 2시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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