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무일 총장, 검찰개혁 안 하겠다는 건가

문무일 검찰총장이 13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 출석해 검찰개혁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문 총장은 검찰의 권한이 비대하고,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이 미흡하다는 점을 인정하며 검찰 권한의 분산과 통제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5대 핵심 지검에 특별수사를 집중시켜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이고, 조직폭력·마약 범죄에 대한 직접수사 기능을 법무부 산하 별도 기관에 넘기는 방안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핵심 쟁점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나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득권을 내려놓을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막강한 권한은 사실상 유지하고, 보여주기식 조치 몇 가지로 ‘개혁 코스프레’를 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유감스러운 대목은 공수처 신설을 두고 위헌 가능성을 제기한 부분이다. 문 총장은 “공수처 도입에 대한 국회 논의 결과를 국민의 뜻으로 알고 존중하겠다”면서도 “도입된다면 위헌적 요소를 빼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는 수사작용은 행정부가 맡는 게 헌법의 삼권분립 취지에 부합하는 만큼, 공수처를 행정부 산하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수처의 독립적 위상에 대해선 정부와 국회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공수처 도입의 각론을 논의할 단계에 갑자기 원론적 문제를 꺼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문 총장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을 두고도 검찰이 ‘병존적’으로 수사권을 보유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를 공수처에 전담토록 하자는 여권 입장과도 거리가 멀다.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 문제 역시 현재의 틀을 대체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개혁을 향한 시민적 열망과 동떨어진 현실 인식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총장이 국회에 나와 기득권을 고수하겠다고 공언하기에 이른 배경은 짐작할 만하다. 지난해 말 적폐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검찰은 기력을 되찾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고비마다 권력을 엄호하는 역할에 충실했던 그들이 다시 칼을 쥐게 되자 스스로를 청산의 목표물로부터 분리해냈다. 법무부조차 이를 제어하기는커녕 공수처의 위상·기능을 대폭 축소한 법안을 내놓는 방식으로 거들었다. 이렇게 가다가는 시민의 염원인 검찰개혁이 해묵은 검찰의 조직이기주의에 밀려 또다시 좌초할 판이다.

검찰권의 축소와 분산은 더 이상 미루기 힘든 시대적 과제다. 문 총장의 국회 발언은 검찰의 자정에 대한 기대가 무망함을 확인케 한다. 국회는 단호한 의지를 갖고 검찰개혁 속도를 높여야 한다. 검찰도 꼼수로 개혁을 피해볼 생각은 접고, 환골탈태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데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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