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드라마, 간판만으로 손님 끌던 시대는 갔다

김향미 기자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1.4% 바닥인가.’

KBS 2TV 수목드라마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맨홀)은 지난달 31일 방송에서 시청률 1.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1991년 시청률 조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 지상파 드라마 최저 시청률’이다. 방송가는 충격에 빠졌다. 지겨운 타임슬립 설정이나 배우들의 연기력 문제 등 드라마 부진에는 이유가 있겠지만 “그래도 명색이 지상파 드라마인데…”라는 말이 나왔다. 1990년대 히트 드라마 <모래시계>(SBS), <대장금>(MBC) 등이 최고 50~60% 시청률을 넘어서며 퇴근시간을 앞당기고 한산한 거리를 만들던 풍경과 비교하면 믿기지 않는 수치다.

그렇다고 <맨홀>의 방송시간대 경쟁 드라마가 잘나가는 것도 아니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하지원 주연의 <병원선>(MBC)은 <맨홀>이 시청률 1.4%를 기록한 날 8.9%에 그쳤다. 이연희·여진구 주연의 <다시 만난 세계>(SBS) 시청률도 6.5%였다.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최고 시청률이 50~60%를 웃돌던 시대는 진작에 끝났다고 분석한다. 이 같은 분위기는 2000년대 접어들며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주몽>(2006~2007)처럼 시청률 40%를 넘기면 “대작”으로 평가됐다. 2010년대 들어 <제빵왕 김탁구>(49.3%)나 <태양의 후예>(38.8%) 등의 높은 시청률은 오히려 이례적인 것으로 얘기됐다. ‘역대 지상파 최저 시청률’ 드라마들을 꼽아보면 대개 2010년 이후에 몰려 있다. 최근 1~2년 새는 2~3%대 시청률 드라마들이 더욱 증가했다.

지상파 드라마의 약세는 미디어 환경의 급변과 시청자들의 다양성 선호에 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TV 매체 이용률 자체가 떨어졌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6년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를 보면 매체별 주 5일 이상 사용 비율에서 스마트폰(81%)이 TV(75.4%)를 앞질렀다. 2006년 개국한 tvN을 비롯해 2012년 방송을 시작한 JTBC 등 종합편성채널의 등장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상파 방송사의 PD, 스타 작가, 배우들이 대거 신생 채널로 옮겨갔다. 신생 채널들의 장르물과 같은 실험적인 드라마는 지상파 시청자를 빨아당겼다.

‘1.4% 시청률’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도 지상파 드라마의 반전은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부터 “콘텐츠의 다양성을 의미하는 좋은 신호”라는 평가까지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지상파 드라마들은 스토리나 배우, 연출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에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한편으론 지상파 방송사의 신뢰도가 떨어진 것도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그는 “지금처럼 가면 반전의 기미는 없다. 지상파 채널의 신뢰 회복, 드라마 제작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률로 평가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시각이다. 그는 “시청률 50% 시대는 선택권이 없는 기형적 환경에서 가능했던 것으로, TV라는 플랫폼 우위가 사라진 때 질 높은 다양한 콘텐츠를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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