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양말처럼

2018.09.04 21:11 입력 2018.09.04 21:12 수정
조종란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남편과 아들 부시의 대통령 취임을 지켜봤으며 미국의 문맹 퇴치에 앞장선 외유내강의 여성이자 미국의 ‘국민 할머니’로 유명했던 바버라 부시 여사가 지난 4월 타계했다는 소식에 추모의 물결이 세계 곳곳에서 이어졌다.

[기고]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양말처럼

그녀의 장례식에 94세의 노구를 휠체어에 의지하며 참석한 남편 부시가 착용한 양말이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특별히 존 크로닌이라는 청년 양말사업가에게 부탁해 제작한 빨갛고 노란 원색의 책 패턴의 양말로, 평소 독특한 양말을 좋아한 부시가 애도의 방법으로 선택한 사랑의 표현이었다.

21살에 백만장자가 된 다운증후군 청년사업가 존 크로닌도 바버라 여사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유독 양말에 관심이 많았고 특색 있는 양말을 신어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즐겼다고 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아버지와 양말 회사를 차려 남다른 양말 철학을 마음껏 펼치기 시작했는데,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매출 170만달러를 기록했고 유명인 고객들도 많이 확보했다. 현재는 40명 가까운 직원을 둔 청년사업가로 단단하게 자리 잡았다. 사회적 가치를 소중히 여겨 수익의 5%를 발달장애인의 스포츠 축제인 스페셜올림픽에 기부하는 등 그 누구보다 장애인 직접고용에 앞장서고 있다. 부시는 지난 3월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에 크로닌이 선물한 ‘슈퍼 히어로’ 양말을 신고 SNS에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 크로닌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해, 잘할 수 있는 일로 만들었으니 이른바 ‘꿈 찾기’에 성공한 것이다.

크로닌의 양말은 주요 고객인 정치인과 유명 스포츠 스타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익살스러운 무늬와 강렬한 원색을 특징으로 하는 디자인, 모든 고객들에게 일일이 감사장을 손수 적어 발송하는 크로닌의 정성 덕분이다. 또한 장애인 대표의 성공한 ‘꿈 찾기’ 스토리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적잖은 기여를 했다.

며칠 후, 존 크로닌처럼 자신의 꿈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 속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축제가 펼쳐진다. 9월11일부터 14일까지 울산광역시에서 개최되는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가 그것이다. 올해 35회째로, 각 지역별 기능경기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장애인들이 최고의 기능을 겨루는 행사로 장애인들의 기능 향상과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된다.

이번 대회가 많은 장애인들에게 자신의 꿈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에서 사회적 인정과 주변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기회와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

올해 경기에서는 전국 시·도에서 뽑힌 418명이 시각디자인, CNC선반, 웹마스터, 제과제빵 등 40개 직종에서 기량을 뽐내게 된다. 이들 중에는 이미 그 분야의 ‘장인’으로 자리 잡은 선수도 있고,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애쓰는 선수들도 있다. 존 크로닌처럼 창업을 꿈꾸는 선수도 있다.

경기에 출전한 장애인들이 최고의 기량을 뽑아내기 위해 선 채로 구슬땀을 흘리며 몇 시간 동안이나 집중하는 투지와 놀라운 최종 결과물들이 보여주는 감동으로 대회장이 후끈 달아오르기를 기대한다. 또 참가 선수들 각자가 그려낼 418개의 드라마가 훗날 존 크로닌의 양말처럼 희망을 담은 드라마로 우리 곁에 다가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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