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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신대철-추운 산, 이 시를 이해하고 느끼는 법좀알려주세요!
pika**** 조회수 1,702 작성일2009.09.05

춥다. 눈사람이 되려면 얼마나 걸어야 할까? 잡년과 머리카락이 희어지도록 걷고 밤의 끝에서 또 얼마를 걸야 될까? 너무 넓은 밤, 사람들은 밤보다 더 넓다.

 

사물에 이름을 붙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

이름을 붙여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들

이름으로 말하고 이름으로 듣는 사람들

이름을 두세 개씩 갖고 이름에 매여 사는 사람들

 

깊은 산에 가고 싶다. 사람들은 산을 다 어디에 두고 다닐까? 혹은 산을 깎아 대체 무엇을 메웠을까? 생각을 돌리자, 눈발이 날린다. 

 

눈꽃, 은방울꽃, 안개꽃, 메밀꽃, 배꽃, 찔레꽃, 박꽃

 

나는 하루를 하루 종일 돌았어도

분침 하나 약자의 침묵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들어가자, 추위 속으로.

 

때까치, 바람새, 까투리, 오소리, 너구리, 도토리, 다람쥐, 물

 

 

ebs10주 완성에 나온 시입니다. 여러번 읽어도 이 시인이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이름에 매여 있다면서 왜 자기 자신은 이름을 눈꽃, 은방울꽃 등 이름을 부르죠?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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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사진 촬영, 편집, 한컴오피스, PHP 분야에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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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목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추운 산'이라는 제목 속에는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춥다'는 의미는 일반적으로 날씨가 춥다는 의미로 이해합니다. 또 다른 면에서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로 인하여 마음이 썰렁한 상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아울러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별 후에 남겨진 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또 냉정한 사람을 의미하기도 하고, 시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추운'이라고 하는 의미는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추운'은 비워진 마음의 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봄이나 여름의 화려한 것으로 치장된 그런 이미지가 아니라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난 다음의 '산', 즉 순수의 의미를 간직한 '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운 산'이라고 하는 것은 '치장 되지 않고, 가장하지 않은, 순수한 상태'의 산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점에서 1연의 '춥다. 눈사람이 되려면 얼마나 걸어야 할까.' 사실 이 표현은 반어적인 표현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눈사람이 되려면 걷지 않고 그냥 멈추어 있어야 하는데, 열심히 걸어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표현은 '눈사람'이라는 순백의 이상적인 사람을 의미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다시 말하면 그런 자신이 정해 놓은 순수함을 간직한 이상적인 사람이 되기 위하여, 그런 모습을 찾기 위하여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할까. 이런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잡념과 머리카락이 희어지도록 걷고 밤의 끝에서 또 얼마를 걸어야 될까?

 

이 부분의 핵심은 바로 '밤'이라는 낱말입니다. 밤은 늘 불안정한 상태를 의미하고, 확실치 않은 것으로 인하여 내면적인 방황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얼마나 방황하고, 갈등하고, 번뇌하고, 흔들리고, 그래야만 '밤'이라고 하는 불안함과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 잡념은 말 그대로 '잡다한 마음, 생각'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머리카락이 희어지도록'의 표현처럼, 평생을 '잡념과 함께 걸어도' 인간이 가지는 '잡다하고, 복잡한 생각'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밤의 끝에서 얼마를 걸어야 될까?'라는 표현이 바로 끝임없는 인간의 욕심과 고민, 슬픔, 아픔, 분노, 사랑과 같이 복잡한 감정을 끌어안고 살아야 할까?'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너무 넓은 밤, 사람들은 밤보다 더 넓다.'는 표현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밤'이라고 하는 '불확실한 잡다한 생각'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이런 복잡한 생각이 존재하는 인간이 있는 한 밤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런 것을 버리지 않고, 끊임없이 내면에 숨기고 있는 동안은 인간이 고뇌할 수밖에 없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연에서는 '이름'이라는 낱말이 핵심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이름'은 우리에게 욕심, 허명, 명예욕과 같은 의미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름을 가져야 하고, 이름을 붙여야 하고, 그것도 호, 실명, 필명 등과 같이 여러 개의 이름을 가짐으로써 명예를 얻었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번잡함과 허위의식 같은 것을 의미합니다. 이름에 저마다의 의미를 붙이면서 자기만족을 하는 사람들, 그런 번잡함의 실상을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연은 이러한 번잡함과 덧칠해진 욕심으로부터 벗어나 산으로 가고 싶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산'이라고 하는 순수의 정신세계로 돌아가서 번잡함과 욕심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산을 다 어디에 두고 다닐까? 혹은 산을 깎아 대체 무엇을 메웠을까?'라고 표현한 부분은 사람들은 사람들이 산을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것을 묻고 있습니다. 즉 '깎아'라는 표현을 통하여 우리는 사람들은 산을 하나의 '정복의 대상', 또는 '파괴하고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보고 있다고 느끼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생각을 돌리자, 눈발이 날린다.'라고 하는 표현은 이런 것들로부터 벗어나는 순간, '순수'의 이미지로써의 '눈발'이 마음을 깨끗이 정화시켜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4연은 3연의 눈발과 이어져서 '순수함' 그 자체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열된 꽃들은 모두 눈처럼 '흰색'을 지닌 꽃들이기 때문에 '흰 눈'과 동일한 이미지로 연상되고 있습니다.

 

즉, 이런 꽃들을 통하여 보다 더 순수해지고, 번잡하고 혼탁한 '밤'이라는 것으로부터의 탈피를 꿈꾸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5연은 분주하고, 번잡하게 살아왔지만, 아주 작은 시계의 분침 하나도, 약자의 침묵 하나도 움직이지 못하였음을 통하여, 분주함, 번잡함, 욕심에 매달려 살아간다는 것의 가치가 얼마나 작은 것인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번잡함과 욕심과 분주함에 매달리기 보다는 추위, 즉, 매달림을 벗어나 '비움'의 세계로 돌아가자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헛된 명예욕과 분주함, 갈등을 비워서 좀 가볍게, 순수하게 살자고 합니다.

 

6연은 바로 순수하게 살아가는 동물과 식물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때까치, 바람새, 까투리, 오소리, 너구리, 도토리, 다람쥐, 물과 같은 존재로 욕심 부리지 않고, 이름을 붙이지 않고, 먹을 만큼만 가지려고 하는 동물들, 그리고 모든 것을 씻어내고 닦아줄 수 있는 물, 이런 존재가 되고 싶어 합니다.

 

이 시를 통하여 엿볼 수 있는 것은 순수라는 것이 '투명한 유리와 같은 것'이 아니라 '번잡한 욕심, 지나친 소유욕, 스스로 만든 방황'을 가지지 않는 삶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시를 조금이나마 이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시를 이해하고 감상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시 속으로 들어가서 생각해보고, 느끼려고 하면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좀 장황한 설명이 되었는데, 시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나치게 길어졌습니다.

 

왜 자기 자신은 이름을 눈꽃, 은방울꽃 등 이름을 부르죠?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앞의 시를 설명하는 부분에 나와 있습니다. 이것은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순백의 색을 가진 존재들로 시인이 원하는 순수함을 상징하는 낱말들입니다.

 

즉, '눈꽃, 은방울꽃, 안개꽃, 메밀꽃, 배꽃, 찔레꽃, 박꽃'과 같은 낱말들이 가지는 공통점은 '흰 색'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순수'의 색을 가진 것들이라는 것이죠.

200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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